핑안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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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시월드로 출근하겠습니다

앞으로 379일 후면 계약종료. 고지가 멀지 않았다.  계약으로 묶여 독하디독한 시댁 식구들을 상대하게 된 건 그 남자의 제안 때문이었다.  “제가 원하는 건 결혼 계약, 정확히 말하면 스카우트 제의입니다.” 황당한 제안이라 당연히 거절하려 했다. 그런데 남자가 제안한 조건이 너무도 매력적이었다. “혼인신고를 완료하면 계약금 명목으로 DH 주식, 매매할 당시 시가로 2억 원가량 증여하겠습니다.” “…….” “1년 후 혼인신고일에도 같은 금액의 주식이 강은수 씨 명의가 될 겁니다. 2년 후에는 4억, 3년 후에는 8억을 드리죠.” 16억. 거기에 위로금과 퇴직금까지. 그 돈이면 자신의 꿈을 몇 년이나 앞당길 수 있었다. 그래서 망설임 끝에 결국 대답하고 말았다. “잘해봐요, 최도혁 씨.” 그렇게 계약을 한 것이 벌써 2년 전.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이제 물러설 수도 없다. 대문 앞에 선 은수는 입꼬리를 한껏 위로 끌어 올리고 ‘시월드’라는 일터를 향해 돌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