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하고 촉촉한 새벽녘의 공기. 이현의 사수 윤조에게서는 그런 고독의 냄새가 났다. 그런데도 만인에게 열린 한낮의 공원인 척하는 게, 다들 거기에 속아 넘어간다는 게 이현은 우스웠다. 그런 그녀의 뜻밖의 고백. “제가 이현 씨를…… 좋아해요.” 사랑이라니. 거기다 회사 동료에게 고백이라니. 한심해서 거절했다. 그런데 사고처럼 하룻밤을 보내게 된 후, “나, 착각 안 해요. 걱정 말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월요일에 봐요.” 그건 배려심이었을까.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는 그 날 밤의 기억과 정말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태연한 윤조의 태도 때문에 차가운 얼음 성 같았던 이현이 변하기 시작한다. 갈망하는 눈빛과 흐트러진 숨으로. “저, 안 하던 짓 좀 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