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매일 자 줘야겠는데.” 진지하게 잘생긴 얼굴로, 저 목소리로 야릇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저와… 잠을요? 매일요?” “매일이면 좋고. 적절하게 조절할 생각도 있고.” 잘못들은 건가? 명령? 귀를 의심했다. 애인을 빼앗겨서 홧김에 아무 남자나 허락할 여자로 보였던 것일까. 아니면 따돌림을 당하던 고교 생활을 핑계로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부탁이신가요? 그런 일은 들어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가볍지 않아.” “네?” “너와의 밤, 가볍지 않았다고.” 네가 아니면 잘 수 없다고 하는 남자. 지우는 눈앞의 남자에게 밑바닥을 보여 주고도 속절없이 끌리는 마음에, 충동적으로 대답했다. “좋아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차재혁. 강상파 부두목이 빌어먹을 운명으로 널 욕심 내도 되는 걸까. 그러나 멈추지 않는다. 여행의 향기 같은 너를 미치게 사랑하니까. 김지율. 첫키스 도둑을 조폭 결혼식에서 만났다, 그가 야차같은 강상파 두목 차재혁이라니. 불꽃 같았던 짧은 만남과 4년이라는 긴 헤어짐 뒤, 그는 진짜 어른이 되어 돌아왔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그날 나는 믿게 됐어. 그 짧은 시간에도 옆에 앉아라, 옆에 앉아라. 주문을 얼마나 많이 외웠는지 몰라. 그런데 재혁 씨가 곁에 앉는 거야. 그때 나는… 숨이 멎을 것 같았거든….” “하하… 그랬어?” “응….” 지율은 재혁의 손에 깍지를 끼우고 손등에 입을 맞췄다. “믿었어, 마음속 깊이 간절히 원하면 무엇이든 이루어진다구. 그걸 확인한 순간이기도 했고… 그리고 내가 재혁 씨의 아기를 가지게 된 것도….” “하아… 차 세우고 싶게 만드네.” “왜?” 지율은 깜짝 놀란 눈을 했다. 고백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그의 답을 듣고 결국 멈출 수 없는 미소를 짓고 말았다. “키스하게. 네가 사랑스러워서 미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