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데, 내가 먼저였거든요. 다, 비켜줄래요?” ‘베일에 싸인 영도그룹의 황태자, 강은호.’ 무슨 사고를 쳤는지 변두리 고등학교로 전학 온 그의 정체를 우연히 알게 됐다. 감히 넘 볼 수도 없는 세상에 살던 은호가 자신의 세상으로 내려왔다. 처음으로 욕심이 생겼다. ‘나도 네가 사는 세상에 가보고 싶어.’ 추운 겨울 찬바람에 볼이 에이는 삶 말고, 도시락 박스 접다 손 베이는 삶 말고, 내가 부러워하는 것이 아닌 남이 나를 부러워하는 그런 삶. ‘거기…… 너랑 친해지면 갈 수 있겠지? 강은호, 그럼 우리 친구 할래?’ 그때부터 지원은 은호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사랑했다가 헤어지는 그런 얄팍한 관계가 아닌 평생을 곁에 둘 수 있는 친구 사이. 그러던 어느 날, 은호를 탐내는 누군가가 나타났다. “미안한데, 내가 먼저였거든요. 다, 비켜줄래요?” 이것은 야망일까, 사랑일까? 뭐가됐든 못 주겠어. 그러니 강은호, 넌 나만 봐야해!
이용하려다 이용당하고 싶어졌다. “이 집에 머물게 해 주세요.” 경매로 넘어가기 전까지 그 집에 살던 여자, 연지수. 새 주인인 이한의 손님으로 다시 집 안에 발을 들였다. 본래의 목적은 철저히 숨긴 채. 그렇게 시작된 낯선 이들 간의 동거. 지수는 기회를 얻기 위해 주저 없이 한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목적 있는 유혹에 밤은 점점 길어졌고, 행위는 더욱더 깊어졌다. “계속 이용해요. 당해 줄 테니까.” 동거는 사랑이 되었고, 사랑은 계약이란 탈을 썼다. 마침내 다가온 균열의 시간, 상처에 아프고 연민에 슬픈 남자, 그리고 여자. 산산이 부서지는 마음. 부질없는 악의. 간절해지는 열망. “그러게, 누가 그렇게 불쌍하래.” 불쌍한 나보다 당신이 더 애틋해진 순간, 계약은 덫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