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밤, 첫 남자 정도는 내가 결정해도 되잖아.” 하루는 평생 짓밟혀 살아온 삶이 억울해서 하룻밤, 단 한 번의 일탈을 택했다. 다시 만날 일 없는 낯선 남자와 뜨거운 하룻밤. * “불면증에는 술보다는 다른 게 좋은데.” 갑작스레 끼어든 낯선 목소리에 남자의 시선이 하루에게 향했다. “죄송해요. 참견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저도 불면증을 겪고 있어서…….” 태연하게 미소를 지었지만, 하루의 심장은 여태껏 뛰어 본 적 없는 최고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럼 불면증에는 뭐가 좋습니까?” “……온기요.” “온기라……?” 하루가 손을 뻗어 남자의 손을 잡았다. “받기만 하는 것은 실례죠. 온기…….” 남자의 길고 우아한 손가락이 하루의 손을 쓸어내리며 감쌌다. * 그러나 운명의 장난인지, 운명의 이끌림인지 밤을 보낸 남자와 결혼식장에서 재회한다. 하루는 신부로 남자는 신랑 측 하객으로.
“너랑 살면 발기 부전 될 것 같아. 제발 이혼해 줘.” 남편이 내연녀와 애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왔다. 애정 대신 시집살이만 있는 결혼. 누구보다 이혼하고 싶은 사람은 여원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이혼조차 쉽지 않았다. 여원을 이 집안에 팔아넘긴 아버지와 새어머니의 허락이 필요했으니까. “홍여원?” 그런 여원의 앞에, 오래전 헤어졌던 첫사랑이 나타났다. *** 아무 말도 없이 제멋대로 떠난 여자와 재회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이렇게 빨리. “부자 남편 만나서 팔자 폈다는 얘기는 들었어. 행복해 보이네.” “네. 행복해요. 먼저 일어설게요. 남편이 와서요.” 전혀 행복하지 않은 얼굴로 행복하다고 말하는 생기 없는 모습. 언제나 빛나던 그녀가 불행으로 빛바랜 모습이 되었다. 분명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왜 계속 그 얼굴이 눈에 밟히는 걸까. “이리 와, 울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