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적인 관계, 선정적인 단어, 비도덕적인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구매 시, 참고 부탁드립니다. 이토록 누군가를 갈구해 본 건 처음이었다. 당장 그녀를 끌어안지 않으면 미쳐 버릴 것 같은 충동. 매일 안고, 입술을 겹치는데도 그녀를 향한 타는 듯한 갈증은 채워지지 않는다. “보내 줘. 보내 달란 말이야! 태석 씨가 미워!” “내가 왜. 이왕 미움받는 거, 애라도 배게 해야지.” 서늘해진 그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찼다. “그래야 도망칠 생각 안 하고 내 옆에 평생 붙어 있을 거 아니겠어? 나는 미워도 애 아빠는 필요할 테니.” 태석은 다시금 뺨으로 날아오는 그녀의 손을 단박에 제압했다. 차 안은 폭풍이 휩쓸고 간 듯 고요했다. “전에도 말한 적 있었지. 너는 겉보기랑 다르게 성질이 급하다고.” 머리칼을 매만지던 손가락이 뺨으로 미끄러졌다. 부드럽게 눈물을 닦아 준 그가 말을 이었다. “그건 아마 네가 평생 뭔가를 기다려 본 적도, 간절히 원해 본 적도 없어서일 거라고.” 그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자, 혜원은 눈을 감았다. 뜨거운 숨결이 입술을 간지럽히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난 인내심이 아주 강하다고 말이야.”
“난 너랑 연애 따윈 안 해. 결혼은 더더욱.” “당신이 나를… 좋아하게 만들 자신이 있다면요?” 지혁은 은영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깨달았을 때 생각했다. 그 여자가 제게 접근한 목적이 무엇이든 상관없다고. 돈이든, 윤일 그룹 회장의 아내든.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줄 수 있다고. 그런 결심까지 하면서 반지를 끼워 주었다. 네가 나한테 원하는 게 그것뿐이어도 좋으니까 결혼하자고. 평생 같이 살자고. 그 정도로 그 여자가 좋았다. 처음이었다. 누굴 이렇게 좋아해 본 건. 저를 좋아하게 만들 자신이 있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을 때부터. 아니… 집안 행사가 있었던 그날,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그녀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일러스트: vazi
“없었던 일로 해 주세요.” 떠날 채비를 하던 상문이 우뚝 동작을 멈추었다. 그는 몇 초간 미동 없이 서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아린을 보았다. “당신이랑은 결혼 안 할 거예요.” “내 어디가 마음에 안 드는데?” 상문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편하게 말해 봐. 고치도록 노력할 테니까.” “당신은 내 어디가 마음에 들어서 결혼하겠다는 건데요?” “네 엄마가 그러더군.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한 애라고. 이제까지 한 번도 부모님 말씀을 거역한 적 없다면서.” 상문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아내가 필요해.” “그게··· 다예요?” “눈 맞아서 결혼하는 것도 아닌데,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하나?” 상문은 흔들리는 아린의 눈망울을 즐겁다는 듯 응시했다. 송아린은 예쁜 얼굴 빼면 볼 거 없는 여자였다. 애초에 우빈 그룹을 손에 넣을 때까지 적당히 이용해 먹다가, 볼일이 끝나면 관심 끊을 생각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무방비한 그녀의 모습에 점점 심기가 불편해졌다. 아린은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다. 손쉽게 호텔로 따라왔고, 심지어 침대에서 조금 예뻐해 주니까 자지러지며 좋아하기까지 했다. 이래서 이 애를 밖에 내놓을 수나 있을까. 누군가 맛있는 음식이나 달콤한 말로 저를 유혹하면 꼬리를 살랑거리며 쫓아갈 것이 불 보듯 뻔한데. 내게 그랬으니 다른 남자에게도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정체 모를 불안감이 점점 가슴 한구석에 똬리를 틀기 시작한다. 일러스트: 애쉬케이(As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