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호
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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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건전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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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건전 부부> 세트> 결혼을 했다. 어차피 낯선 누군가에게 팔릴 운명. 자신의 손을 잡으라는 남자의 말을 여자는 제법 똘똘하게 잘 알아들었다. 세상 모든 것이 제 손에 들어온 듯 살고 있었던 신희우. 그는 차민이라는 여자에게 계약을 제안한다. 이혼이 정해진 정략결혼. “울 줄도 아는구나.” 이 여자는 울 줄도 알았다. 싸하게 메마른 인형인 줄로만 알았는데. 눈물 같은 건 전혀 흘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자고 가.” 그녀에게 자고 가라는 저 짧은 말은 무엇보다 큰 의미가 있었다. 내내 숙이고 있던 민의 얼굴이 희우에게로 향한다. 이런 것도 사랑일까? 아니면 그냥 치기 어린 호기심일까. 당신은 나를 이용하고, 나는 당신에게 이용당하는 척 살아주는 것으로 우리는 끝이 나는 걸까? 그 끝에는 이혼밖에 답이 없는 걸까, 궁금해졌다. 우리의 끝이.

아내 실격

"내가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연기를 해. 깜빡 속아 넘어가게." 사랑하는 척이 제일 쉬워 결혼을 했다. 숨 쉬듯 새어 나오는 감정을 꾸민 체하는 것만큼 이서의 삶에서 쉬운 조건이 없었다. 그와 동시에 모든 게 손에 쥐어졌다. 멀게만 느껴졌던 풍요, 평생을 바라왔던 기회. 그러나 그에 딸려오는 한 조각의 다정만큼 값진 게 없었다. 황홀했다. 설령 필요에 의한 감정일 뿐일지라도. “힘이 들어?” “으응.” “힘이 왜 들까, 이서야. 네가 뭘 했는데.” 그러나 가진 게 결핍뿐인 자신은 남자에게 필요한 그 무엇도 줄 수 없었다. 결혼한 지 1년하고도 5개월. 아이는 생기지 않고, 몸은 점점 이상해져 갔다. 마치 불량품이라도 된 것처럼. “좋아해. 너는 나 미워해도, 나는 너 좋아해.” “그러니까 나를 좋아해 주지는 못하더라도 나 조금만 덜 미워해 주면 안 돼?” 그야말로, 아내로서 실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