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와 백두 선생님> 선생님은 우리에게 꾸중하지 않고 대신 이야기를 해 주셨다. “이 시간 이후로 살아가며 친구의 아픈 부분을 건드리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다문화임을 알았으면 한다. 우리의 성씨가 다른 걸 보면 각 성씨의 조상들이 다양한 곳에서 오래전 이 땅에 들어왔다는 증거다. 대표적 예로 베트남 왕자 이용상이라는 분은 화산이씨의 시조가 되셨고, 여진족 출신 쿠란 투란 티무르(이지란) 은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건국한 분으로 후에 청해이씨 시조가 되셨고, 시야가(김충선) 이라는 분은 일본 장군 출신으로 조선을 위해 열심히 일했고 그 후에 사성 김해김씨 시조가 되셨다. 현재도 대한민국에 많은 외국 분이 들어와 우리 문화와 역사를 존중하며 성실히 살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 그들 중에 우리가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미래의 우리가 될 수도 있는 그들을 존중하며 함께 이 공동체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선생님은 우리를 죽 둘러보시며 말씀을 이으셨다. “좋은 세상은 좋은 축구팀과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 축구팀은 얼굴 생김새, 피부색, 집안, 출신, 배경 등등 이런 것이 우선 되는 게 아니라 자기 포지션에서 열심히 뛰고 동료를 위해 한 발짝씩 더 뛰어주는 것이다. 좋은 축구팀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본문 중 일부)
<나는 다시 태어났다> 굽이굽이 흘러가는 남한강을 거슬러 신선이 살만하다는 단양에서 영월 방면으로 삼십여 분 달려가면 태화산자락이 병풍처럼 감싼 영춘면이 있다. 태화산 맞은편엔 소백산이 꿈틀거리며 내려오다가 남한강에 잘려서 절벽을 이룬 성산이 마주한다. 성산엔 장부의 기개로 우뚝 버티고 천여 년을 넘게 서 있는 온달산성이 있다. 영춘에는 달이 뜨는 날이면 달이 둘 떴다. 하나는 산성에 고즈넉이 뜬 달이요. 또 하나는 강 가운데 이지러진 달이라. 하지만 영춘 사람들 가슴에는 낮이나 밤이나 온전한 달은 이곳에서 사랑도 피 끓는 구국의 혼도 꽃잎처럼 떨군 평강공주 신랑 온달뿐이다. 지금 영춘은 한적하지만 좋던 시절도 있었다. 강원도 영월과 정선 고을 이웃한 충청도 두메산골 영춘 고을에 뗏목 흘러가던 시절이었다. 삼일 팔일 장날이면 장터엔 장돌뱅이 몰려들고 늘어선 주막엔 한양으로 뗏목 몰고 떼돈 벌러 가다가 노독 푸는 떼꾼들과 빼앗기고 산으로 숨어든 가난한 화전민들이 산골에서 내려와 뒤엉켜 시끌벅적했었다.(본문 중 일부)
<늙은 남자 이야기>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강만 바라보고 있어. 강 건넛산들이 출렁거리며 겹겹이 에워싸고 몰려오고 있어. 갑갑해. 온몸이 나른해. 내 모든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야. 참 힘든 한 주였어. 직장에서 존경까진 바라지도 않아. 내가 알면 직장 내 다 아는 얘기지. 한마디로 정보의 끝판이야. 늙는다는 것은 밀려나는 거야. 용기는 줄고 지갑은 얇아지는 거지. 하지만 비극은 그래도 계속 직장에 나가야 한다는 거야. 왜냐면 늙은 남자들은 한 가정의 용병이니까 말이야. 계약해지 없는 거의 노예 수준의 용병이랄까? 순간 앞이 뿌옇게 흐려지며 심연처럼 고요해진다. (본문 중 일부)
<달을 베었다> 이 이야기의 모티브는 실제 회사 내 이동 결정 과정에 합법적 방법을 가장한 야만적 행태를 보고서 의인화하여 쓴 글입니다. 그들은 무리 중에 누군갈 배제하며 성장의 추동력을 얻는 것이다. 그것이 심판을 자처한 사쿠라 돼지가 성장해 온 배경이며 그들 리그의 원칙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누굴 선택하고 누굴 배제하여 미래에 투자해야 하는가는 본능적 판단일 뿐이다. 미래의 자기 세력을 확보하는 하나의 수단이 작동되고 있을 뿐이다. 쉽게 말해 자기 편을 만들어 밀어주고 당겨주며 먹이를 많이 먹고 돼지 사회의 미덕인 뚱뚱해지자는 얘기다. 「글 중에서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