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택
정인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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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택 검은 흙과 흰 얼굴

<정인택 검은 흙과 흰 얼굴> 견문록을 쓰러 만주에 간 작가가 만난 흰 얼굴의 여자! 철수는 남북만 조선인 개척지를 시찰하고 거기서 얻은 견문으로 작품을 써 달라는 조선 이주 협회의 부탁을 받아 경성을 떠나 목적지에 열흘만에 도착했습니다. 김군을 따라 빗속에서 마차를 따고 끝없이 펼쳐진 북만 벌판과 수없이 깔린 밭이랑을 지나 H농촌에 도착한 철수는 H농촌연합 사무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숙소로 갔습니다. 숙소에서 쉬려고 하는데 한 여자가 건넌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되는데… 하얀 옆 얼굴에 도회지 향이 풍기는 여자! 철수는 가슴이 철렁합니다. 그녀는 3년전 철수와 사랑하다 사라진 혜옥인 것 같습니다. 과연 그녀는 혜옥일까요? 철수가 애타게 찾던 그녀! 내일이면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는데...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봐야겠습니다.

부상관의 봄

<부상관의 봄> 일제강점기 작가 정인택의 단편소설 <작가 소개> 부상관의 봄 판권

우울증 - 하루 10분 소설 시리즈

<우울증 - 하루 10분 소설 시리즈> 텅 빈방, 어두컴컴한 벽에 광고등 불빛만이 줄을 지어 어른거리는 그곳에, 나는 구슬픈 그림자를 던지고 있는 테이블을 바라보며 있다. 저고리에 든 100원짜리 돈 뭉치만 만지며 나는 문득 10여일 전에 집을 나간 아내를 떠올리는데…. 하루,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투자해서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생각하던 나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리 한번 따라가 보자.

검은 흙과 흰 얼굴 - 하루 10분 소설 시리즈

<검은 흙과 흰 얼굴 - 하루 10분 소설 시리즈> 굵은 빗방울이 내리는 어느 날, 안내역으로 들어오는 김군을 철수는 반갑게 맞이한다. 그들은 곧 마차꾼의 부름에 달려가 농촌을 향해 가게 되는데…. 하루,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투자해서 철수의 첫사랑 이야기와 함께 일제 강점기에 땅을 빼앗기고 만주로 쫓겨난 우리 선조들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정인택의 우울증

<정인택의 우울증> 이번에 읽어보실 문학작품은 정인택의 '우울증'입니다. 근현대 한국의 다양한 문학을 소개해 주는 '다시 읽는 한국의 문학' 시리즈입니다. 한국인이라면 언젠가 한 번쯤 들어봤을 작품에서부터 교과서에 실렸던 작품과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해드립니다. 시대는 흐르고 역사는 반복됩니다. 여기서 소개해 드리는 문학 작품들을 통해 과거의 향수를 느끼며 즐거움을 얻고 더하여 현재를 살아가는 통찰력을 깨우치기를 희망합니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들을 선정했으니 독서를 통해 즐거움과 지혜를 찾기를 바랍니다.

정인택 여수

<정인택 여수> 이번에 읽어보실 작품은 정인택의 <여수>입니다. 문학을 읽고 시대를 열다 시리즈는 수험생, 대학생, 일반인 모두가 꼭 읽으면 좋은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교과서에 소개된 작품뿐 아니라 한국문학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들까지도 다양한 문학을 소개해 드립니다. 문학을 읽는 것은 단순히 글만 읽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느끼고 시대를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삶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문학작품을 읽으며 좋은 경험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정인택 촉루

<정인택 촉루> 이번에 읽어보실 작품은 정인택의 <촉루>입니다. 문학을 읽고 시대를 열다 시리즈는 수험생, 대학생, 일반인 모두가 꼭 읽으면 좋은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교과서에 소개된 작품뿐 아니라 한국문학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들까지도 다양한 문학을 소개해 드립니다. 문학을 읽는 것은 단순히 글만 읽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느끼고 시대를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삶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문학작품을 읽으며 좋은 경험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정인택 우울증 (근현대 한국문학 읽기 226)

<정인택 우울증 (근현대 한국문학 읽기 226)> 이번 작품은 정인택의 소설 [우울증]입니다. 사람은 시간이 흘러도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이 아닙니다. 어찌 보면 예전이나 현재나 비슷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을 느끼고 깊은 사색을 할 수 있습니다. 좋은 문학 작품을 읽으며 오늘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에 교훈을 얻는 시간을 가져보기 바랍니다.

정인택 부상관의 봄 (근현대 한국문학 읽기 191)

<정인택 부상관의 봄 (근현대 한국문학 읽기 191)> 이번 작품은 정인택의 소설 [부상관의 봄]입니다. 사람은 시간이 흘러도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이 아닙니다. 어찌 보면 예전이나 현재나 비슷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을 느끼고 깊은 사색을 할 수 있습니다. 좋은 문학 작품을 읽으며 오늘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에 교훈을 얻는 시간을 가져보기 바랍니다.

여수

<여수> 여수(旅愁) 생각하니 김군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그러니까 두자 길이가 넘는 김군의 유고 뭉치를 내가 맡아 간직한지도 이미 한 해가 넘는 셈이다. 살릴 길 있으면 살려주어도 좋고 불살라버리거나 휴지통에 넣어도 아깝게 생각 안할 터이니 내 생각대로 처치하라고─그것이 김군의 뜻이었노라고 유고 뭉치를 내게 갖다 맡기며 김군의 유족들은 이렇게 전했었다. 그 유고 속에는 김군이 30평생을 정진하여온 문학적 성과가 모조리 들어 있었다. 장편 단편 합하여 창작만이 20여 편, 시가 400자 원고지로 삼사백 매, 그리고 일기, 수필, 감상 나부랭이는 부지기수였다. 나는 게으른 탓도 있으려니와 우선 그 굉장한 양에 압도되어서 감히 읽을 맘을 먹지 못하고 오늘 내일 미루어오는 사이에 김군에겐 대단히 죄송한 말이나 어느덧 그 존재조차 잊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다 지금부터 한 달포 전, 나는 우연한 기회에 벽장 속에서 다시 그 유고 뭉치를 찾아내고 스스로 부끄러움을 금치 못하여 얼굴을 붉혔다. 죽은 벗의 뜻을 저바림 이보다 심할 수 있으랴. 죽은 벗의 믿음을 배반함 이보다 더 할 수 있으랴. 나는 혼자서 백 번 얼굴을 붉혔다.

부상관(扶桑官)의 봄 ; 정인택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부상관(扶桑官)의 봄 ; 정인택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부상관(扶桑官)의 봄 ; 정인택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작품> 모두들 빈둥빈둥 놀고 있는 몸이라 아침엔 으레 경쟁을 하다시피 늦잠을 잤고, 그래선 늘 11시가 지나서야 겨우 부산하게 밥상을 대했다. 그 시각이 거의 약속이나 한 듯이 한결 같아서 비록 선후는 있었지 만 10분 이상의 차이가 나는 때는 별로 없었으므로 우리들 세 사람은 매일 아침-낮인지도 모르지만-세면소에서 흑은 식당에서 얼굴을 대할 때마다 서로 계면쩍게 웃었고, 그리고 짧은 사이에 급속하게 친밀해졌던 것이다. 밥만 먹고 나면 텅 비인 부상관(扶桑官)은 우리들 세상이다. 10여 명이나 되는 하숙인들은 우리들이 아직 자릿 속에 있을 때에 모두들 제각기 일자리를 찾아 나갔고, 집 지키는 사람이라곤 방기(芳紀) 18세의 하마에 하나뿐이다. 하마에는 우리들더러 잠꾸러기라고. 된장국 식는 것도 걱정이려니와 설거지가 늦어서 더 탈이라고, 제발 좀 일찍 일어나 아침만이라도 잡수신 후에 또 주무시든지 말든지 하시라고, 매일 아침상 볼 때마다 넋두리 모양으로 되풀이하는 것이나 그뿐, 그 이상은 이쪽에서 먼 저 이야기를 꺼내어도 대답조차 잘 안 하는 말없는 색시이라 낮이면 어느 구석에가 틀어박혀 있는지 그 존재마저 잊을 지경이다. 이렇게 되고 보니 혈기 방장한 우리들이 기세를 안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내 맞은편 제일 큰 8죠(2죠는 1평 정도) 방을 차지하고 있는 아사오는 이 집에서 대학을 나왔고, 그 대학 나온 지가 지금부터 2년 전이라니 도합 5년간을 한 하숙에 있는 셈이라 거의 주인과 가릴 바 없었으므로 그와 같이 행동을 한다면 사실 부상관에 있는 한 거리끼는 것도 두려운 것도 없었던 것이다.

여수(旅愁); 정인택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여수(旅愁); 정인택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여수(旅愁); 정인택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작품> 미리보기 생각하니 김군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그러니까 두자 길이가 넘는 김군의 유고 뭉치를 내가 맡아 간직한지도 이미 한 해가 넘는 셈이다. 살릴 길 있으면 살려주어도 좋고 불살라버리거나 휴지통에 넣어도 아깝게 생각 안할 터이니 내 생각대로 처치하라고─그것이 김군의 뜻이었노라고 유고 뭉치를 내게 갖다 맡기며 김군의 유족들은 이렇게 전했었다. 그 유고 속에는 김군이 30평생을 정진하여온 문학적 성과가 모조리 들어 있었다. 장편 단편 합하여 창작만이 20여 편, 시가 400자 원고지로 삼사백매, 그리고 일기, 수필, 감상 나부랭이는 부지기수였다. 나는 게으른 탓도 있으려니와 우선 그 굉장한 양에 압도되어서 감히 읽을 맘을 먹지 못하고 오늘 내일 미루어오는 사이에 김군에겐 대단히 죄송한 말이나 어느덧 그 존재조차 잊고 말았던 것이다.

우울증 ; 정인택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우울증 ; 정인택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우울증 ; 정인택 (한국 문학 BEST 작가 작품) *서문 미리보기 우울증에는 여러 가지 정의가 있다. 이 병은 인간을 짐승의 종류에까지 퇴화시키는 악병이라고도 하고 뇌세포 중앙부의 병이라고도 하고 혹은 주요 기능의 타락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보통 열은 없다. 원인 없이 공포와 비애를 상반하는 노쇠의 일종이라는 것이 가장 통례 적 정의다. (중략) '에라스무스'는 이 병에 걸리지 않는 인간으로 백치를 들고 있다. 그들은 야심도 없고 공포, 수치, 질투, 비애, 등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버트 바튼

한국문학전집271: 부상관의 봄

<한국문학전집271: 부상관의 봄> 모두들 빈둥빈둥 놀고 있는 몸이라 아침엔 으레 경쟁을 하다시피 늦잠을 잤고, 그래선 늘 11시가 지나서야 겨우 부산하게 밥상을 대했다. 그 시각이 거의 약속이나 한 듯이 한결 같아서 비록 선후는 있었지 만 10분 이상의 차이가 나는 때는 별로 없었으므로 우리들 세 사람은 매일 아침-낮인지도 모르지만-세면소에서 흑은 식당에서 얼굴을 대할 때마다 서로 계면쩍게 웃었고, 그리고 짧은 사이에 급속하게 친밀해졌던 것이다. 밥만 먹고 나면 텅 비인 부상관(扶桑官)은 우리들 세상이다.

한국문학전집: 여수 (정인택 01)

<한국문학전집: 여수 (정인택 01)> 정인택은 <촉루>를 발표한 이래, 40여 편의 소설을 쓸 정도로 왕성한 창작 활동을 했으나 그가 월북 작가이고 친일 작가라는 이유로 세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다. 정인택의 작품 세계는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로, 그의 초기 작품들에는 대부분 지식인의 무기력과 피로함, 그리고 소시민 생활을 소재로 하여 삶의 무력함과 의식 과잉이 그려져 있다. <우울증>이 바로 이런 특징을 고스란히 지닌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로, 초기에 이어 후기 작품들은 대개 일종의 신변 이야기들과 일상화된 애정 세계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그 뒤, 정인택은 일제 식민지 정책을 문학에 반영한 친일 문학의 성격을 띤 작품을 발표하게 된다. 정인택의 문학 작품들은 당대의 우리 지식인들이 가졌던 역사 의식 혹은 민족 의식의 수준과 성격의 한계를 잘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식민지 시대의 지식인들이 자기의 신념을 보존하지 못하고 크게는 민족 전체와 보이지 않는 독립이라는 묵시적 약속을 배반할 가능성을 내포한 것을 보여 준 예라 할 수 있다. 정인택의 소설은 한국 문학이 지녀야 할 주체적 조건을 상실한 것과 일본의 모든 문화 역사 등에 대해 호의적으로 해석하고 표현한 작품이 대부분을 이룬다. 또, 그의 작품 속에는 무산자의 계급 투쟁 논리나 이데올로기의 경향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한국문학전집270: 우울증

<한국문학전집270: 우울증> 정인택은 <촉루>를 발표한 이래, 40여 편의 소설을 쓸 정도로 왕성한 창작 활동을 했으나 그가 월북 작가이고 친일 작가라는 이유로 세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다. 정인택의 작품 세계는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로, 그의 초기 작품들에는 대부분 지식인의 무기력과 피로함, 그리고 소시민 생활을 소재로 하여 삶의 무력함과 의식 과잉이 그려져 있다. <우울증>이 바로 이런 특징을 고스란히 지닌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로, 초기에 이어 후기 작품들은 대개 일종의 신변 이야기들과 일상화된 애정 세계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그 뒤, 정인택은 일제 식민지 정책을 문학에 반영한 친일 문학의 성격을 띤 작품을 발표하게 된다. 정인택의 문학 작품들은 당대의 우리 지식인들이 가졌던 역사 의식 혹은 민족 의식의 수준과 성격의 한계를 잘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식민지 시대의 지식인들이 자기의 신념을 보존하지 못하고 크게는 민족 전체와 보이지 않는 독립이라는 묵시적 약속을 배반할 가능성을 내포한 것을 보여 준 예라 할 수 있다. 정인택의 소설은 한국 문학이 지녀야 할 주체적 조건을 상실한 것과 일본의 모든 문화 역사 등에 대해 호의적으로 해석하고 표현한 작품이 대부분을 이룬다. 또, 그의 작품 속에는 무산자의 계급 투쟁 논리나 이데올로기의 경향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한국문학전집269: 촉루

<한국문학전집269: 촉루> 정인택은 <촉루>를 발표한 이래, 40여 편의 소설을 쓸 정도로 왕성한 창작 활동을 했으나 그가 월북 작가이고 친일 작가라는 이유로 세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다. 정인택의 작품 세계는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로, 그의 초기 작품들에는 대부분 지식인의 무기력과 피로함, 그리고 소시민 생활을 소재로 하여 삶의 무력함과 의식 과잉이 그려져 있다. <우울증>이 바로 이런 특징을 고스란히 지닌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로, 초기에 이어 후기 작품들은 대개 일종의 신변 이야기들과 일상화된 애정 세계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그 뒤, 정인택은 일제 식민지 정책을 문학에 반영한 친일 문학의 성격을 띤 작품을 발표하게 된다. 정인택의 문학 작품들은 당대의 우리 지식인들이 가졌던 역사 의식 혹은 민족 의식의 수준과 성격의 한계를 잘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식민지 시대의 지식인들이 자기의 신념을 보존하지 못하고 크게는 민족 전체와 보이지 않는 독립이라는 묵시적 약속을 배반할 가능성을 내포한 것을 보여 준 예라 할 수 있다. 정인택의 소설은 한국 문학이 지녀야 할 주체적 조건을 상실한 것과 일본의 모든 문화 역사 등에 대해 호의적으로 해석하고 표현한 작품이 대부분을 이룬다. 또, 그의 작품 속에는 무산자의 계급 투쟁 논리나 이데올로기의 경향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구역지

<구역지> 20년 전의 가느무골 풍경 짧은 겨울 해는 어느 새 꼴딱 지고 벌써 땅거미가 기어들기 시작하였다.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정말 실뱀이나 빠져나갈 가느무골 좁다란 골목으로 어지럽게 들어선 이필주(李弼柱) 씨는 분명코 오늘도 대취하였다. 낡은 갓을 모로 재껴 쓴 이필주 씨는 작달막한 키에 응구바지를 해가지고 옹색한 길을 가까스로 휘젓고 있었다. 위태위태하면서도 용하게 걸어 들어가는 것은 이필주 씨 자신이 아니라 이마를 맞대일 듯한 좌우편 담장이 간신히 그를 걸려주는 때문이었다. 염낭 끝 꼬부라지듯한 가느무골 샛길을 한도래 돌아 나가자면 고작해야 담배 두 대쯤 피울 그런 시간밖에 필요치 않았으니 그렇기 때문에 동리 사람들의 말썽거리가 여기서 생기는 것이다. 비록 골목은 누추하고 좁았으나 행인의 잦은 발길은 그야말로 풀방구리 쥐 드나들듯 몹시도 빈번했다. 그것은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대체로 이 가느무골이란 동리를 형성한 종족들의 생활이 즉 그네들의 호흡이, 그렇게 잔숨 찬 것이기 때문이다. 제법 네모가 반듯한 기와집들이 추녀를 나란히 한 골목이라면 그것이 기생촌이고 양반촌이고간에 그 골목이란 으레 한산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으나, 바로 이 가느무골과 같이 됨됨이가 널판대기, 양철 조각, 영(이엉) 나부랭이 흡사 조각보처럼 얼맞추어 놓은 주택 지대란 그들의 색다른 직함이 가리키듯 남 유달리 부산한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와타보로, 뚜쟁이, 은근짜, 날탕패(마루이치 패), 이런 특수한 계급들이 덕지덕지 모여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씨근숙덕거리는 것이다.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그래도 명색에 걷고는 있는 이필주 씨의 뒤를 닿기나 하는 듯이 한 패의 조무래기떼가 ‘와아’하고 악을 쓰며 골목 안으로 좇아 들어왔다. “이놈들!” 호기를 보이며 악을 쓰려던 이필주 씨는 주책없이 그대로 털썩 길목에가 주저앉고 말았다. ... 책 속에서 ... <작가 소개> 구역지 판권

촉루

<촉루> 가슴이 달락말락한 ‘니시아라이바시(西新井橋[서신정교]), 난간에 기대 서서 나는 버스가 퍼치고 간 먼지를 피하여 후 참았던 숨을 한숨 비슷이 강 위에 내뿜으며 안심한 듯 뒤를 돌아보고 그리고 똘똘 말아 왼손에 쥐었던 봉투를 무슨 보배나 같이── 보배에는 틀림없었으나 땀밴 손으로 조심조심 펴본다. 그러나 약간 상기된 얼굴에 강바람이 시원할 때 나는 급하게 두 소매로 이마에 비친 땀을 씻고 천한 웃음을 가만히 억제하며 다시 한번 시선을 100간통이 넘는 다리 위로 굴려 나를 감시하는 듯한 파출소와 순사를 곁눈질한 후, ──흥, 훔친 건 아니다. 스스로 비웃어보나 이유없이 그들이 두렵고, 불안하고 ── 그러나 다리 건너 순사의 얼굴은 이미 나와 100간통의 거리를 가졌고, 폭양(暴陽) 아래를 걷는 행인이란 젖먹이를 들쳐업은 아낙네 둘, 셋──버스가 날리고 간 자욱했던 먼지는 여지없이 바람에 흩어지며, 흐르며, ──거지짓 헌 건 아니니까…… 주니까 받았을 뿐이지 꼬기꼬기 구겨진 봉투의 주름살을 찢으려다 말고 하나하나 펴보며, ──이까진 돈쯤……. 그러나 천한 웃음이 뒤를 이어 치받치고 이상하게 가슴이 울렁거리고 ── 나는 봉투를 펴든 채 잠깐 망설이며 달랑하는 금속의 음향을 엿듣고, 감각하고, 거의 울음지도록 몸서리치고 만다. 50전짜리 은화 네 개 ── 땀밴 손바닥에 차디찬 감촉이 알지 못하게 섭섭한 쾌감을 던져줄 때 나는 문득, “겨우 2원 !” 입 밖에 내어 뇌이고, 그러나 고개를 흔들며, ── 허긴 벌써 세 번째니까……. 주는 것만 고맙지, 그에게 돈을 달랠 권리는 나에게 없다 ──나는 봉투를 조각조각으로 찢고 또 찢어 힘없이 한 장 두 장 흐름 위로 날리며── 그러나 다음 순간 두 손이 비었을 때 나는 급속하게 아무것도 생각 않고 걷기를 시작한다. 길거리로 즐비하게 늘어선‘야타에미세(노점)의 야키다이후쿠(구운 복어), 토모에야키(구운 오리), 후카시이모(찐 감자), 야키토리(참새구이)── 다리를 건너기 전 그렇게도 먹고 싶다 생각하던 이런 것들을 나는 흥 ── 코웃음치며 바라보고, ── 아사쿠사에 가서 우나기(장어구이 덮밥)를 두 그릇만 먹으리라 이렇게 결심하면서도 ── 그러나 무의식중에 어느덧 나는‘이모야(芋屋[우옥])’ 앞에 서서 목쉰 소리로, "5전어치만 주우." 이렇게 말하고 만다. <작가 소개> 1 2 3 판권

단장

<단장> 자는지 안 자는지 눈을 감은 채 축 늘어진 덕윤(德允)이는 꼼짝도 안 하고 숨소리만 가쁘다. 핏기라곤 없는 얼굴은 종이장같이 희었다. 침대 앞에서 발을 멈춘 채 기가 막힌 듯이 한참 들여다보기만 하던 천박사는 이윽고 양미간을 찌푸리며 혀를 끌끌 찬다. 애처롭기도 하고 못마땅하기도 한 모양이다. “수술헐 수 있겠습니까?” 창준(昌俊)은 천박사 앞으로 바싹 다가서며 생사라도 결단할 듯한 거센 어조로 이렇게 묻고나서, “수 ── 수술 말예요.” 채 무엇이라 대답도 떨어지기 전에 거듭 같은 말을 되풀이하면서 부지중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천박사가 어린애 몸엔 손하나 대지 않고 그렇게 물끄러미 보고만 섰는 것이 약간 비위에 거슬리기도 했거니와 그보다도 어젯밤 한잠 못 잔 피곤한 몸엔 그 천박사의 표정에서 오는 불안감이 더 크게 반응되어 저도 모르게 초조함에 몸이 떨리고 목소리가 떨린 것이다. 그러한 창준의 노리는 듯한 시선을 의식하는지 못하는지 외과 수술의 제1인자라는 천박사는 한참 그대로 묵묵히 서 있기만 하더니, “틀림없군.” 다시 한번 혀를 끌끌 차고나서 과학자다운 냉정한 태도로 뒤에 따른 조수들에게 이렇게 외마디 말을 던지고 이윽고 창준에게로 얼굴을 돌리며 “잠깐…….” 이리 오라고 고개를 끄떡한 후 뚜벅뚜벅 앞서서 병실을 나가는 것이다. 천박사에게 최후의 선고를 받는다면 그것이 정말 마지막이었다. 덕윤이에 대신할 것을 다시는 바랄 가망이 없는 창준이 부부에게는 그 조그마한 생명 하나가 둘도 없는 금이요 옥이었던 것이다. 밤 늦은 병원 복도에는 어두운 구석과 꿈틀거리는 그림자를 만들기 위한 때문인 듯이 군데군데에 촉수 얕은 전등이 맥없이 껌벅이고 있을 뿐, 깊은 산 속같이도 고요하여 두 사람의 발자취 소리만이 유난스럽게 크게 울린다. 그 발자취 소리가 딱 그치자 밀물이 모래 위의 발자국을 지워 없애듯 다시 대령했던 고요함이 빠른 속도로 창준의 전신을 에워싸는 것이다. “늦었습니다.” 그 고요함 속에서 울려 나오는 마귀의 소리같이 천박사의 말이 창준의 귀를 때렸다. “늦었다니요?” 별안간 탁 가라앉은 목청에서 겨우 웅얼웅얼 이런 반문이 쏟아져 나왔다. “늦었습니다. 입때까지두 수암(水癌)으루 치료허셨겠지요?” “네.” “지가 보기에도 틀림없는 수암입니다.” “그럼……저……수, 수술해두…….” “글쎄요. 수술 못 헐 건 없지만 했대야 소용 없을 것 같습니다.” 그예 마지막 선고가 내리고 말았다. 창준은 또 바시시 몸을 떨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작가 소개> 단장(短章) 판권

검은 흙과 흰 얼굴

<검은 흙과 흰 얼굴> 보슬비인 줄만 알았더니 역 밖에 내려서서 보니 제법 굵은 빗방울이 장마 때 모양으로 주룩주룩 쏟아졌다. “많이 오는군요?” 안내역으로 만척(滿拓) 출장소에서 보내준 김군이 앞서 대합실 처마 밑으로 뛰어들며 당황해 하는 목소리다. 철수도 부산하게 뒤를 따라 껑충 뛰면서, “글쎄요……….” 우장을 꺼낼 생각은 채 못 하고 손수건으로 수선스럽게 어깨를 털고 얼굴을 닦고나서, “탈 게 있을까요?” 겨우 숨을 돌리고는 억지로 웃어 보이며 김군을 쳐다보았다. 무엇보다도 그것이 걱정인 양이다. 그러나 채 김군이 무엇이라 대답하기 전에 웬 시커먼 만주 사람이 그들 앞으로 달음질 쳐 오며 고함을 지른다. 손짓하는 꼴이 그들을 부르는 모양이었다. 말은 못 알아들었으나 철수는 직감으로 그것이 마차꾼인 줄 깨달았다. “타래지 않습니까?” “네, 됐습니다. 농촌에 가는 마찬가봅니다.” 김군도 덩달아 무엇이라 두어 마디 만주말로 고함을 치고나서 무척 반가운 낯으로 “타시지요.” 하고는 질척거리는 길을, 골라 디딜 여유도 없이 역앞 마을 거리를 향하여 내닫는다. 철수도 비를 무릅쓰고 처마 밑에서 뛰쳐나왔다. 역앞 마을이라야 한 2,30호 될까말까했다. 대개가 흙으로 만든 너절한 객주집 아니면 음식점인데다 그것이 비에 젖어 처량하기 짝이 없는 주위의 풍경이다. 길거리에는 그저 수없는 돼지떼와 만주 토견이 제 세상인 듯이 우쭐거리고 쏘다닌다. ‘── 혼자 왔드라면 혼날 뻔했군!’ 철수는 달음질 치면서 맘속으로 중얼거렸다. 역에 내려서기만 하면 조선 사람이 눈에 띈다고 하얼빈에선 듣고 왔는데 길거리엔 온통 남루하게 차린 만주 사람들뿐이다. 말을 한마디도 모르고 더구나 만주시골에 처음 발을 디디는 철수는 공연히 고독하고, 공연히 불안했다. 의지할 곳이라곤 김군밖에 없었다. ‘── 마차라두 얻어 탔으니 망정이지 그나마두 없었단……’ 혼자 왔으면 그 마차나마 잡을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금방 김군이 다시 없이 고마운 사람같이 철수에게는 여겨졌다. 그들이 마차에 올라타자마자 마차꾼은 자리 밑에서 시퍼런 빛깔의 우산 두 개를 꺼내어 들려주었다. 그러고는 연해 손짓을 하면서 수다스럽게 무엇인지 떠들어댄다. 철수는 그쪽은 보지도 않고 우선 우산을 펴서 받았다. 제법 큰 우산이었다. 아직 헐지는 않았으나 무척 오랜 우산인 듯싶었다. 쇠로 만든 굵다란 대 때문에 무게도 꽤 나간다. 그것을 받아들고, 이윽고 철수는 너털웃음을 치기 시작했다. 중국 병정과 우산 ── 만주 마차꾼과 우산 ── 그것이 전연 다른 사실인 것 같지 않아서 철수는 웃음을 금할 수 없었던 것이다. “왜 그러십니까?” 김군도 우산을 펴서 받고, 어이가 없는 듯이 철수를 돌아본다. “하하하하, 우산을 둘씩 준비해가지구 댕기는 게 공연히 우습군요. 하하하하 이 사람들은 늘 이렇게 우산을 가지구 댕깁니까?” “그런 게지요, 하하…… 좀 기다리라는군요. 또 탈 사람이 있대나요.” “기다려야죠. 별수 있습니까?” 비는 좀처럼 멈출 것 같지 않았다. <작가 소개> 1 2 3 4 5 판권

우울증

<우울증> 일제강점기 작가 정인택의 단편소설 <작가 소개> 우울증 판권

정인택

<정인택> 일제 시대 총력전 체제에 직면하여 국민문학으로 전향한 대표적 문인 정인택의 소설을 모은 작품집이다. 이들 작품을 통해서 박태원, 이상, 이태준 등과 교우하던 모던보이 정인택이 체제 협력적인 작품을 쓰면서 변모하는 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정인택의 소설을 통하여 일제 강점기 총력전 체제하에서 국민문학을 수행한 전향 작가 정인택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서구 모더니즘 문화의 정수를 선보였던 모던 보이에서, 일본 총력전 체제하의 국민문학 작가로 전향한 일제식민지 시대의 작가, 정인택! 비극적인 역사적 상황에서 현실을 거부하지 못했던 정인택의 작품 세계를 만난다.

정인택 단편집

<정인택 단편집> 정인택의 초기 작품은 한 인물의 다채롭게 변해가는 내면 세계를 가까이서 관찰하는 심리주의적 소설의 경향이 짙었다. 대부분의 그의 소설들은 1인칭의 화자를 등장시켜 자신의 생각과 심리 상태를 이야기하는 사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정인택의 단편 「촉루」, 「여수」, 「우울증」, 「부상관(扶桑官)의 봄」 네 편을 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