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효
최재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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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대첩(하)

<강릉대첩(하)> 고려 말기 공민왕 21년(1372) 6월 대규모의 왜구가 강릉 지역을 침공한다. 이때 강릉부 관아에는 고려 최고의 명궁 이옥(李沃)이 관노로 있었다. 그는 지난해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처형된 시중 이춘부의 장남이었다. 이옥뿐 아니라 그의 가족 모두가 관노가 되어 전국 관아로 흩어졌다. 마침 강릉도안렴사와 부사는 이옥이 개경에 있을 때부터 잘 알던 사이였다. 그들은 이옥이 고려 최고의 무사라는 것을 알고 그에게 군권을 부여하여 왜구의 격퇴를 부탁한다. 이옥은 고려 중앙군인 이군(二軍) 소속 군관으로 아버지 이춘부와 홍건적과 왜구를 격퇴한 전적이 있었다. 이옥의 주도로 강릉부 군사들은 재정비되어 철저한 훈련을 받으며 왜구의 침공에 대비한다. 왜구는 동해 지역으로 침범하여 영덕, 덕원, 안변 등을 침구하지만, 강릉에 침공했다가 이옥이 이끄는 강릉부 관군에게 전멸당하고 만다. 이후에 우왕(禑王) 때 이춘부는 신원(伸冤)되고 가족들은 복권되며, 이옥은 강릉도절제가 되어 오래도록 동해를 안전하게 지킨다.

설죽화

<설죽화> 금수강산을 넘보는 북방의 흉악한 거란 오랑캐를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거란군 사이를 비집고 뛰어다니고 설죽의 언월도는 잠시도 쉬지 않고 춤을 추었다. 그때마다 거란군의 머리통이 사방으로 날아다녔다. 비천과 설죽 대장은 온통 피를 뒤집어쓰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전장을 휘젓고 다녔다. 얼핏 보면 지옥에서 온 무시무시한 귀장(鬼將) 같기도 하고, 지상에 있는 악의 세력을 처단하기 위해 하늘에서 강림한 신장(神將) 같기도 했다. 본문 499쪽 문장 中에서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쇠로 만들어진 거란의 투구가 깨지면서 고청명의 머리가 두 쪽으로 갈라졌다. 새파랗게 날이 선 설죽의 언월도가 한 번에 거란의 투구를 깨트리고 고청명의 두개골까지 갈라버린 것이었다. 고청명의 머리통이 두 쪽으로 갈라지는 모습은 지옥에서나 볼 수 있는 처참한 광경이었다. 본문 457쪽 문장 中에서 강감찬이 설죽화의 품속에서 나온 서신을 읽다가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땅을 치며 통곡하였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장병(將兵)들은 무척 놀라는 기색이었다. 언제나 강인하고 근엄하여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강감찬이었다. 아무리 슬프고 원통한 일이 있어도 절대로 눈물을 흘릴 사람이 아닐 것 같았다. 강감찬이 눈물을 흘리며 대성통곡하는 낯선 장면에 장병들은 우두망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서 있었다. 강감찬의 슬픔은 상명지통보다 더한 것이었다. 본문 541쪽 문장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