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제임스
헨리 제임스
평균평점
대사들 1

<대사들 1> ‘심리적 사실주의 기법’으로 20세기 모더니즘 소설의 원형 제시한 헨리 제임스 작가 스스로 “어느 모로 보나 가히 최고”라고 평한 후기 문제작 1980년 국내 초역 이후 40년 만에 새로 번역 ▶ 동시대 작가 중 가장 지적인 인물. ─ T. S. 엘리엇 ▶ 생존한 작가 중 헨리 제임스보다 더 높은 기준을 가진 작가나 그보다 더 한결같이 위대한 성취를 이룬 작가는 없다. ─ 버지니아 울프 ▶ 헨리 제임스 이후 소설은 완전히 새로워졌다. ─ 존 밴빌

나사의 회전

<나사의 회전> 복잡하고 모호한 심리 영역을 탐구하는 작품! 심리적 사실주의를 완성시킨 ‘현대 심리 소설의 아버지’ 헨리 제임스의 작품 『나사의 회전』. 세계적인 거장들의 대표 작품부터 한국의 고전 문학까지 젊고 새로운 감각으로 고전을 새롭게 선보이는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의 192번째 책이다. 고립된 시골 영지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가정 교사가 유령의 출몰을 경험하며 시작한다. 초자연적인 힘에 위협받는 아이, 죽음에 관한 은밀한 암시 등 표면적으로는 전통적인 고딕 소설의 형태를 보여주지만 플롯의 모호함, 의미의 불확실성,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으로 인해 논란의 여지가 많은 작품으로 꼽힌다. 출간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는 연극과 오페라로 각색되었고, 1955년에서 2000년 사이에는 16편의 영화와 TV 드라마로도 각색되었다.

아메리칸

<아메리칸> 미국과 유럽의 문화와 관습의 차이를 통해 자신의 실체를 발견하는 미국인의 오디세이 20세기 영미문학을 대표하는 헨리 제임스의 대표작 『아메리칸』은 제임스 문학의 중심적 내용인 신․구 문화의 차이, 미국의 단순성과 유럽의 복합성을 멜로 드라마적인 줄거리를 통해 비교한다. 미국적 특질을 대표하는 주인공 크리스토퍼 뉴만(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와 이름이 같다.)은 유럽의 중심지 파리에서 겪는 일련의 체험들을 통해 미국과 유럽 사이 관습과 가치의 차이를 알게 되고 단순한 미국인의 시각으로 접근할 수 없는 구세계의 현실을 확인한다. 헨리 제임스는 모두 22편의 소설과 113편의 단편, 그리고 수많은 비평, 여행기, 희곡, 자서전, 전기 등을 남겼다. 오늘날 그는 영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확고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서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유럽의 두 세계로부터 가장 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세계문학 단편선 31 헨리 제임스

<세계문학 단편선 31 헨리 제임스> 무한한 의식의 세계를 언어로 형상화한 모더니즘 문학의 선구, 헨리 제임스(1843~1916) 헨리 제임스는 시의 역사에서의 셰익스피어와 같이 소설의 역사에서 그 자체로 존재한다. - 그레이엄 그린 현대 영미소설의 형식과 내용을 완성시켰다고 평가받는 작가, 19세기 심리적 리얼리즘 문학의 대표자 헨리 제임스의 단편선이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서른한 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마크 트웨인과 더불어 당대 미국 문단을 이끈 제임스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모사하고자 했던 전통적인 리얼리즘에서 벗어나 복합적인 관점과 화법을 구사하여 인물들의 내밀한 심리를 포착한 작가였다. 그가 출현할 무렵의 작가들이 찰스 디킨스와 오노레 드 발자크,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레프 톨스토이 등 19세기 위대한 거장들에 의해 이미 세상의 모든 것이 소설로 쓰였다고 불안감을 느끼던 상황에서 제임스의 텍스트는 소설의 무한성을 증명하는 하나의 이정표로 제시됐다. 그는 인상적인 광경, 단어 하나도 훌륭한 스토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으며, 파편적이고 무질서한 인간의 의식을 언어로 형상화한 그의 시도는 제임스 조이스, T. S. 엘리엇으로 이어져 후에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대표되는, 20세기 모더니즘의 시대를 열었다. 제임스의 아버지인 헨리 제임스 시니어는 스웨덴의 신비주의 사상가 스베덴보리를 연구한 학자이자 개방적인 교육관을 가졌던 인물로, 제임스가 생후 6개월 때부터 부모는 장남 윌리엄과 차남 헨리를 데리고 몇 달 동안 영국과 파리를 여행했다. 이후로 제임스는 미국과 유럽을 오가는 생활 속에서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면서 국제적 감각을 익히며 성장했다. 스물한 살 때 미국 잡지에 서평과 단편소설들을 기고하면서 본격적인 글쓰기 활동을 시작한 그는 서른셋 무렵 영국에 정착해 40년 가까이 그곳에서 살았고, 타계 1년 전 귀화하여 유럽인으로 생을 마쳤다. 유년 시절부터의 유럽 체험, 그리고 신비주의에 심취했던 아버지의 사상은 제임스 문학 세계를 형성하는 데 주요한 밑거름이 된 요인들이었다. 일생을 이방인으로 살아갔던 그는 문학 인생 전반에 걸쳐서 구세계(유럽)와 신세계(미국)의 충돌이라는 국제적 주제를 다루며 신구 문화의 갈등을 극복하는 더 나은 삶과 문명을 모색했다. 나아가 그는 ‘아메리칸 아담’이라 정의되는, 영웅적인 순진성과 잠재력을 갖춘 미국인의 정체성을 드러내 미국의 가능성을 발견해 내고자 했고, 후대의 비평가 해럴드 블룸은 이러한 제임스의 업적에 대해 “미국인의 정신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랠프 월도 에머슨, 월트 휘트먼 그리고 헨리 제임스, 이 세 작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라고 평했다. 제임스 문학의 대표적 한 축이 ‘국제주의 테마’였다면, 다른 한 축은 바로 개인의 내밀한 심리 드라마를 극대화시키는 ‘초자연적 테마’였다. 그의 아버지는 극심한 우울증이 동반된 정신질환을 겪고 난 뒤 영적 세계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는 자녀들의 삶과 지적 탐구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작가의 형이자 저명한 철학자인 윌리엄 제임스가 다양성이라는 이름의 열린 태도로 ‘영적 현상’을 수용해 인간의 심리 작용을 분석했다면, 헨리 제임스는 소설에서 유령의 출현과 같은 현상을 통해 개인의 의식 내에서 벌어지는 소외 및 예민한 감수성, 망상, 신경쇠약, 죽음 등을 묘사해 냈다. 불안한 심리를 보이는 화자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제임스의 소설은 분열된 자아를 집중적으로 탐구한 프란츠 카프카 등에게도 영향을 주었으며, 시대의 변화와 독자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낳게 하는 그 다채로운 세계는 “양탄자의 무늬처럼 복합적이며 매혹적이다”(츠베탄 토도로프)라는 찬사를 받았다. ■ 이 책에 대하여 헨리 제임스는 50여 년에 걸친 작가 생활 동안 모두 112편의 중단편소설을 써냈으며, 단편소설을 ‘아름답고 축복받은 누벨’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큰 애정을 보였다. 그의 방대한 작품 세계에서 정수로 꼽힐 만한 8편을 엄선하여 실은 이 책 『헨리 제임스』는 그동안 국내에서 단편적으로 다루어진 제임스 문학을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수록작 선정에 기준을 두었다. 문학적 의의와 재미뿐만 아니라 제임스 단편소설을 관통하는 3대 주제인 ‘정체성’ ‘유령’ ‘환상’을 한 권에서 아우르는 동시에, 리얼리즘에서 모더니즘으로 옮아가는 작풍의 변화를 좇을 수 있도록 시기별 주요 작품을 고루 뽑아 연대순으로 배치했다. 이렇게 최종 선정된 8편 가운데 「네 번의 만남」 「제자」 「중년」은 국내 처음 소개되는 작품들이며, 단권으로 출간된 바 있는 「데이지 밀러」와 「나사의 회전」을 함께 수록했다. 「데이지 밀러」(1878)와 「나사의 회전」(1898)은 각각 ‘국제주의 테마’와 ‘초자연적 테마’의 대표 걸작이기도 한데, 「데이지 밀러」는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 글씨』,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와 더불어 미국적 여성상을 대표하는 여주인공을 창조해 낸 소설로 꼽히며, 유령 소설의 모범이 되는 「나사의 회전」은 세계 문학사를 통틀어 「일리아드」 「오디세이」 「신곡」 「햄릿」을 제외한다면 영미권에서 가장 많은 논의가 이루어진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 책 『헨리 제임스』는 작가가 최종적 가필을 가한 판본인, 찰스스크리브너사에서 발간한 뉴욕판 『헨리 제임스 전집』(전 24권, 1907~1909)을 저본으로 삼았다. ■ 헨리 제임스를 향한 찬사 >> 소설은 헨리 제임스 이후 완전히 새로워졌다. _존 밴빌 >> 동시대 작가 중 가장 지적인 인물. _T. S. 엘리엇 >> 미국이 배출한 가장 뛰어난 소설가. 미국 문학사에서 그에 비견할 만한 작가는 별로 없다. 그의 천재성은 누구도 모방할 수 없다. _해럴드 블룸 >> 제임스는 어떠한 비밀도 남기지 않는다. 그는 모든 비밀을 마땅히 그래야 하는 방식으로, 즉 아름답게 드러낸다. _조지프 콘래드 >> 현대예술의 모호함과 불명확성을 훌륭하게 그려 낸 위대한 거장. _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19세기 문학계에서 가장 뚜렷하게 훌륭함을 드러낸 작가. _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 제임스는 북아메리카가 배출한 가장 위대한 대여섯 명의 소설가 중 한 명에 들 만한 작가이고, 나 개인의 의견을 말하라면, 그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소설가라고 말하고 싶다. _이버 윈터스(미국 시인, 비평가) >> 제임스는 장편소설을 쓰지 않았더라면 일급의 단편소설 작가로 평가되었을 것이며, 단편을 쓰지 않았더라면 가장 고상한 서한문 작가로 평가되었을 것이고, 편지를 쓰지 않았더라면 대담 하나만으로도 위대한 인물로 평가되었을 것이다. _시릴 코널리(영국 비평가, 작가) >> 소설의 예술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즉 소설을 성인의 마음에 호소하는 아주 진지한 예술이라고 볼 때, 과연 영문학계에서 그가 이룬 것을 능가하는 업적을 찾아낼 수 있을까? _F. R. 리비스(영국 비평가, 사상가) ■ 본문에서 “그건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유명한 옛날 책에 나오는 사건과 너무 비슷하거든요. 제 사촌 올케는,” 그녀가 아주 느긋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프로방스의 유서 깊은 귀족 가문 출신이래요.” 나는 절반쯤 놀란 상태에서 그 말을 들었다. 불쌍한 여인은 그 유서 깊은 가문의 정화精華인 백작 부인으로부터 사기당한 것을 아주 흥미로운 일로 여기고 있었다. 유서 깊은 가문이든, 그 가문의 정화이든, 혹은 단 한 알의 진실이든 과연 그 얘기 속에 그런 게 있기나 한지 의문이었으나, 스펜서 양은 그 얘기에 너무나 매혹되어 저금해 둔 돈을 빼앗긴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네 번의 만남」, 32~33쪽 “제네바로 돌아가겠다는 얘기는 진심이 아니지요?” “우울하게도, 내일 아침까지 반드시 가 있어야 합니다.” 그녀는 그를 우쭐하게 만들 정도로 아주 생기발랄하게 말했다. “아, 윈터본 씨, 당신은 정말 너무해요!” “아, 그런 가슴 아픈 말은 하지 마세요.” 그가 진정으로 호소했다. “이 마지막 순간에요.” “마지막이라고요?” 젊은 처녀가 소리쳤다. “전 오히려 맨 처음 순간이라고 말하겠어요! 당신을 여기 두고 저 혼자 호텔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리고 그 후 10분 동안 그녀는 그가 너무하다는 말만 계속했다. 불쌍한 윈터본은 정말 당황했다. 자신의 개인 일정에 대해 이처럼 동요하는 아가씨를 일찍이 만나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데이지는 그 후로 시용성의 기이한 유물이나 호수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황급히 돌아가서 지켜야 할 약속이란 게 다름 아니라 제네바에 있는 매력적인 특별한 여성일 거라고 생각하고, 그 여성에 대한 포화砲火를 개시했다. 어떻게 데이지 밀러 양은 그의 운명을 조종하는 제네바의 여인에 대해서 알았을까? 그런 여인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윈터본은 그것참 알 수 없는 노릇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데이지의 대담한 추리에 대한 놀라움과, 그녀의 뜬금없는 비판의 방향에 대한 즐거움 사이에서 묘하게 헷갈렸다. 이처럼 공격적으로 구는 그녀는 그에게 순진함과 대담함이 뒤섞인 아주 특별한 여인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데이지 밀러」, 95쪽 그는 마음속에서 그녀에 대하여 황당무계하고 근거 없는 동정심을 느낀다고 자신을 비난했으나 그래도 거기에는 일말의 진심이 깃들어 있었다. 비참함이 낯선 친구를 만들어 낸다면 동시에 낯선 감정도 친구를 만들어 낸다. 이런 사람들과 오래 살다 보면 사기가 저하되고 또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거칠어지는데, 그 때문에 좋은 매너를 갖춘 사람이었으면서도 펨버턴은 그런 거친 대답을 하게 되었다. ‘모건, 모건, 나는 너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 타락해야 하는 거니?’ 그는 속으로 개탄했다. 한편 모린 부인은 아이를 해방시키기 위하여 홀 아래쪽으로 둥둥 떠가듯 바삐 걸어갔다. 그녀는 걸어가면서 모든 것이 너무나 끔찍하다는 듯이 신음 소리를 냈다. -「제자」, 200~201쪽 나는 캐릭터를 원했고, 어떤 타입에 고정되어 그것의 지배를 받는 것을 제일 싫어했다. 이 문제를 두고서 나는 몇몇 친구들과 다투기도 했다. 특히 이렇게 말하는 친구들과는 헤어지기도 했다. 화가는 타입의 지배를 받아야 하고, 그 타입이 아름답다면—가령 라파엘로나 레오나르도를 보라—그것에 복종하는 것은 오히려 득이 된다. 나는 라파엘로나 레오나르도가 아니었다. 나는 주제넘게도 뭔가를 추구하는 젊은 현대 화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캐릭터를 구현할 수 있다면 나머지 것은 다 희생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이 강박적인 형태도 쉽게 캐릭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 나는 다소 피상적으로 되받았다. “그건 누구의 캐릭터인가? 그건 모든 사람의 캐릭터는 될 수가 없으니 결국 그 누구의 것도 아닌 게 되어 버린다.” -「실제와 똑같은 것」, 240쪽 그것은 한 권짜리 소설이었다. 그는 단권을 좋아했고 그런 만큼 남들과는 다르게 멋지고 진귀하게 압축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그는 책을 읽기 시작했고, 조금씩 조금씩 독서에 몰두하면서 마음이 진정되고 위안을 얻었다. 모든 것이 그의 머릿속에 되돌아왔다. 생각은 경이로움과 함께 되돌아오는가 하면, 무엇보다도 고상하고 장엄한 아름다움과 함께 되돌아왔다. 그는 자신의 문장을 읽었고, 자신의 책을 넘겼으며, 봄 햇살이 책장 위를 어른거리는 가운데 특별하고 강렬한 정서를 느꼈다. 물론 그의 경력은 끝났으나, 모든 것을 말해 놓은 지금, 그런 특별한 정서와 함께 끝난 것이었다. -「중년」, 263쪽 “선생님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셨습니다!” 휴 선생의 젊은 목소리에는 결혼식 종소리 같은 강조된 억양이 있었다. 덴콤은 병상에서 그 말을 들었고 마지막 힘을 모아 한 번 더 말했다. “두 번째 기회, 그것은 망상입니다. 원래 기회는 단 한 번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어둠 속에서 작업을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을 내어놓습니다. 우리의 의심은 우리의 열정이고, 우리의 열정은 우리의 직무입니다. 그 나머지는 예술의 광기입니다.” -「중년」, 289쪽 “나는 명쾌하게 평론가에게 단서를 주고 있습니다. 모든 쪽, 모든 문장, 모든 단어가 그렇지요. 그것은 새장 속의 새, 갈고리에 꿰인 먹이, 쥐덫 속의 치즈만큼이나 구체적입니다. 그것은 당신 발이 신발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내 모든 책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것이 모든 문장을 지배하고, 모든 단어를 선택하며, 모든 종지부를 찍고, 모든 쉼표를 집어넣습니다.”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나의 질문은 우둔하고 나의 통찰력은 한심하게 느껴졌다. “안녕히 주무시오, 젊은이.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결국 당신은 다른 평론가들처럼 할 테니까.” -「양탄자의 무늬」, 306쪽 “선생님이 똑똑하게 파악한 다른 것들은 무엇인가요?” “절 즐겁게 하고, 매혹시키고, 동시에—기이하게도 이제 그것을 알게 되었는데—의아하게 하고 괴롭히는 것들이지요. 저 아이들의 지상의 것 같지 않은 아름다움, 아주 부자연스러운 선량함, 그건 겉으로 꾸민 것, 놀이예요.” 내가 계속 말했다. “그건 계책이고 사기일 뿐이에요!” “저렇게 작고 귀여운 애들이요—?” “사랑스러운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는데, 라고요? 미친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게 사실이에요!” 이렇게 내뱉음으로써 나는 그것을 추적하여 점검하고 또 하나로 종합할 수 있었다. “저 애들은 선량하지 않아요. 표면적으로 나쁜 짓만 안 하고 있을 뿐이에요. 저 아이들은 자기들 나름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고, 그래서 저 애들과 함께 살기란 쉬운 일이죠. 저 애들은 나의 것 혹은 우리의 것이 아니에요. 저들은 그 두 남녀의 것이에요!” “퀸트와 그 여자요?” “퀸트와 그 여자요. 둘은 저 애들을 데려가려 해요.” 그러자 불쌍한 그로스 부인은 애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무엇 때문에요?” “지나간 무서운 시절에, 그 둘이 저 아이들에게 주입한 사악함 때문이죠. 저 애들에게 악을 가르치고, 악마의 소행을 계속하게 만들려고 그들은 계속하여 돌아오고 있는 거예요.” -「나사의 회전」, 445~446쪽 그것은 차가운 4월의 황혼 녘에 달려들었다. 병들어 창백하고 초췌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름답고, 또 어쩌면 회복도 가능했을 그녀가 의자에서 일어나 그의 앞에 서서 상상력을 발휘하여 한번 짐작해 보라고 했던 그때에. 그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고 그때 짐승이 튀어나왔다. 그녀가 아무 희망 없이 그에게서 돌아설 때 짐승은 달려들었고, 그리고 그가 그녀와 헤어질 무렵, 운명의 표시는 그것이 떨어지기로 되어 있었던 곳에 떨어졌다. 그는 자신의 공포를 정당화했고 자신의 운명을 성취했다. -「정글의 짐승」, 593쪽

여인의 초상 1

<여인의 초상 1> 인간 의식을 철저히 탐구함으로써 현대 소설의 기틀을 마련한 작가 헨리 제임스 인습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꿈꾸는 한 여인이 현실의 시련 속에서 성숙해 가는 과정을 정교하게 그린 19세기 미국 소설의 걸작 1881년 출간된 『여인의 초상』은 현대 소설의 기틀을 마련한 작가 헨리 제임스가 십여 년에 걸쳐 공들여 구상해 집필한 그의 대표작이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원하는 미국 여성 이사벨 아처의 인생 여정과 시련을 그린 이 소설은 많은 비평가들로부터 제임스의 소설 중 ‘의심할 나위 없는 최고의 걸작’이라 평가받으며,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 글자』, 허먼 멜빌의 『모비 딕』과 더불어 19세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무엇보다도 제임스는 이 작품에서 등장인물의 심리와 인물들 사이 갈등에 대한 밀도 높은 묘사를 통해 살아 움직이는 삶의 진실을 포착, 리얼리즘의 정수를 보여 준다. 주인공 이사벨의 내면 변화를 섬세하게 추적, 자신의 운명에 맞서는 한 인간의 모습을 실감 나게 그려 낸 『여인의 초상』은 인간 의식의 흐름을 집중적으로 조명함으로써 20세기 현대 소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모범적 작품이다.

Paste (영어로 세계문학읽기 547)

Henry James의 단편소설 [Paste] 영문판 원서로 읽어 더 깊이 볼 수 있는 [영어로 세계문학읽기] 시리즈입니다. 고전 원작들을 찾아 읽기에는 귀찮고 부담된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어렵지 않답니다. 여러분의 영어 실력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난이도입니다. 원작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느끼며 작가의 손길을 그대로 만나보시죠. ※ 본 도서는 본문이 모두 영어로 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The Married Son (영어로 세계문학읽기 314)

Henry James의 단편소설 [The Married Son] 영문판 원서로 읽어 더 깊이 볼 수 있는 [영어로 세계문학읽기] 시리즈입니다. 고전 원작들을 찾아 읽기에는 귀찮고 부담된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어렵지 않답니다. 여러분의 영어 실력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난이도입니다. 원작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느끼며 작가의 손길을 그대로 만나보시죠. ※ 본 도서는 본문이 모두 영어로 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The Story of a Year (영어로 세계문학읽기 267)

Henry James의 단편소설 [The Story of a Year] 영문판 원서로 읽어 더 깊이 볼 수 있는 [영어로 세계문학읽기] 시리즈입니다. 고전 원작들을 찾아 읽기에는 귀찮고 부담된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어렵지 않답니다. 여러분의 영어 실력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난이도입니다. 원작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느끼며 작가의 손길을 그대로 만나보시죠. ※ 본 도서는 본문이 모두 영어로 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The Altar of the Dead (영어로 세계문학읽기 131)

Henry James의 단편소설 [The Altar of the Dead] 영문판 원서로 읽어 더 깊이 볼 수 있는 [영어로 세계문학읽기] 시리즈입니다. 고전 원작들을 찾아 읽기에는 귀찮고 부담된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어렵지 않답니다. 여러분의 영어 실력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난이도입니다. 원작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느끼며 작가의 손길을 그대로 만나보시죠. ※ 본 도서는 본문이 모두 영어로 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The Romance of Certain Old Clothes (영어로 세계문학읽기 97)

Henry James의 단편소설 [The Romance of Certain Old Clothes] 영문판 1868년 [The Atlantic Monthly]에 실린 작품. 제임스는 이후 1885년 영국에서 성과 장녀를 변경하는 등 몇 가지 수정을 하여 출판했다. ※ 본 도서는 본문이 모두 영어로 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Julia Bride (영어로 세계문학읽기 39)

Henry James의 단편소설 [Julia Bride] 영문판 Henry James가 1906년 Harper's Magazine으로부터 의뢰 받아 쓴 이야기 ※ 본 도서는 본문이 모두 영어로 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The Tree of Knowledge (영어로 세계문학읽기 7)

Henry James의 단편소설 [The Tree of Knowledge] Henry James의 소설 대부분의 핵심은 교육에 대한 아이디어, 즉 셰계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바꾸는 주인공의 지식을 얻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짧은 형식으로 한가지 사건에 의존하며 캐릭터의 시각을 바꾼다.

한 여인의 초상 1 -창비세계문학25

<한 여인의 초상 1 -창비세계문학25> 19세기 사실주의의 정점이자 현대소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헨리 제임스의 대표작 『한 여인의 초상』이 창비세계문학 25, 26번으로 발간되었다. 50여년의 집필 기간 동안 소설, 희곡, 평론 등 방대한 글쓰기를 보여준 헨리 제임스의 작품세계를 두고 다기한 평가가 이뤄지나, 초기의 백미인 『한 여인의 초상』이 지니는 대표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을 찾을 수 없다. 헨리 제임스의 복잡하고 특이한 면모에 걸맞게 총체적으로 발휘되는 언어 예술과 상상력의 산물로 평가받는 이 작품은 문학성과 대중성을 모두 획득한 대표작으로 영미 문학사에 부동의 정전으로 자리하고 있다.

데이지 밀러

<데이지 밀러> "그녀는 무수한 주름 장식과 엷은 색 리본 매듭이 달린 흰 모슬린 드레스를 차려입고 있었다. 모자는 쓰지 않았지만, 그 대신 자수를 놓은 테두리 장식이 달린 커다란 양산을 손에 받쳐 들고 있었다. 정말이지 눈이 부실 정도로 기가 막힌 미인이었다." 『여인의 초상』의 작가 헨리 제임스의 초기 대표작 출간 헨리 제임스를 가장 위대한 현대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걸작 현대 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로 손꼽히는 헨리 제임스의 초기 대표작 『데이지 밀러』가 펭귄클래식 코리아에서 출간되었다. 1878년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영국의 《콘힐 매거진》에 연재된 『데이지 밀러』는 헨리 제임스를 현대 문학계의 거물로 우뚝 서게 한 작품으로, 묘비에 ‘대서양 양편의 한 세대를 해석해 낸 사람’이라는 비문이 새겨졌을 만큼 유럽으로 대표되는 구세계와 미국으로 대표되는 신세계의 문화적 충돌과 갈등을 천착한 헨리 제임스의 이른바 ‘국제적인 주제’를 섬세하게 형상화하고 있는 걸작으로 평가된다. 뿐만 아니라 작가 특유의 불가사의하고 독립심 강한 미국인 여성의 초상을 창조한 작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헨리 제임스는 이 작품에서 인간관계에 대한 심오한 이해를 간결한 형식과 문체 속에 풍부한 의미를 담아 전함으로써 고전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시대를 초월한 해석의 가능성을 보여 준다. 하지만 이런 문학사적 의의만으로 재단하기에 『데이지 밀러』는 너무 매력적이다. 제임스 조이스, 조셉 콘래드, 버지니아 울프 등에게 영향을 미친 위대한 현대 작가의 빼어난 걸작이라는 ‘뻣뻣한’ 평가는 오히려 이 작품의 ‘천진난만하고 자유분방한’ 매력을 사그라뜨리는 독일지도 모른다. 헨리 제임스의 ‘베스트셀러’ 헨리 제임스가 살아 있는 동안 『데이지 밀러』는 3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인 『여인의 초상』이 1만 3500부 정도 판매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데이지 밀러』는 단연 헨리 제임스의 ‘베스트셀러’라고 할 수 있다. 『데이지 밀러』는 당시 미국과 영국 양쪽에서 하나의 문화적 사건이었다. 여성들 사이에서 데이지 밀러의 패션이 유행한 것은 물론이고, 『데이지 밀러』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유럽에서는 ‘데이지 밀러’라는 말이 아주 매력적이지만 뻔뻔스럽고 교양 없는 부류의 젊은 미국인 아가씨를 지칭하는 보편적 용어로 자리매김하기까지 했다. 헨리 제임스조차 『데이지 밀러』가 거둔 성공과 명성 때문에 자신의 후기 작품들이 홀대당하는 것을 우려할 정도였다. 그만큼 이 작품은 헨리 제임스의 작가적 위상을 확고히 다져, 이후에 이어진 그의 눈부신 문학적 경력의 기반이 되었다. ‘뻣뻣한’ 남자와 ‘천진난만하고 자유분방한’ 여자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 이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헨리 제임스가 로마에 머물 때 한 친구가 들려준, 순진하고 세상 물정에 어두운 어느 미국인 부인과 그녀의 천진난만하고 자유분방한 딸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1877년 가을 동안 로마에 머물 때였다. 그곳에 사는 한 친구가 지난해 겨울에 만난 순진하고 세상 물정에 어두운 어느 미국인 부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부인에게는 천진난만하고 자유분방한 딸이 한 명 있었는데, 어머니를 따라 이 호텔, 저 호텔을 떠돌던 도중 우연히 신분이 모호한 이탈리아 미남 한 명을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사귀게 되었다’는 것이다. …… 그 일은, 지금은 내가 자세한 내용을 잊어버렸지만, 아무튼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고 권위도 없는 약간의 사회적 제약, 혹은 두 사람 사이를 방해하는 어떤 사건이 있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 pp.171~172 이 일화의 결론이 암시하듯, 『데이지 밀러』는 본질적으로 풍속 소설이다. 헨리 제임스는 한 편지에서 이렇게 밝힌다. 결국 이 이야기의 전체적인 요점은, 가볍고 가녀리고 꾸밈없고 예측하기 힘든 한 존재가 정작 자신과는 별로 관련도 없는 사회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희생당하는 짧은 비극인 셈입니다. - p.184 헨리 제임스는 친구에게서 들은 사소한 일화에서, 구세계와 신세계의 문화적 충돌, 특히 유럽에서 만난 사회적 계층이 다른 미국인들 사이의 갈등을 극적으로 보여 주는 소설을 만들어 냈다. 『데이지 밀러』에 나타난 중요한 대립은 미국인과 유럽인 사이에서가 아니라, 유럽에 온 두 부류의 미국인들, 즉 정기적으로 유럽을 방문하거나 아예 그곳에 거주하는 상류층과 다소 교양이 부족하고 촌스러운 신흥 부자 출신의 관광객 사이에서 빚어진다. 그는 아주머니의 말투로부터 데이지 밀러 양이 속한 사회적 위치가 매우 낮다는 사실을 즉각 알아차렸다. “아주머님은 그들을 인정하지 않으시는 것 같네요.” 그가 말했다. “그 사람들은 아주 천박해.” 코스텔로 부인은 단언했다. “그런 부류의 미국인들은 절대,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우리의 의무란다.” “아, 그러면 아주머님은 그들을 받아들이지 못하신다는 겁니까?” 청년이 말했다. “그럴 수가 없구나, 프레더릭. 나도 할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어.” - p.78 헨리 제임스는 풍속으로 인한 갈등을 묘사하기 위해 자신이 들은 일화를 엇갈린 사랑 이야기로 변형하여 극화한다. 이를 위해 그는 일화에서 ‘천진난만하고 자유분방한’ 미국인 아가씨를 끌어오고, 그녀의 상대역으로 미국인이지만 오랜 유럽 생활로 유럽인에 더 가까운 ‘뻣뻣한’ 청년을 창조한다. 신세계의 ‘자유’를 상징하는 데이지 밀러의 매력에 빠져드는 청년 프레더릭 윈터본은 표면적으로 구세계의 ‘풍속’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지 밀러의 시선에서 그는 ‘뻣뻣하게’ 경직된 인물일 수밖에 없다. “어머! 고마워요. 정말 고마운 말씀이군요. 하지만 저는 당신과 놀아날 생각이 전혀 없어요. 이미 말씀드렸듯이 당신은 너무 뻣뻣해요.” - p.142 하지만 사실 윈터본은 구세계의 상징이 아니다. 유럽인이라고도 그렇다고 미국인이라고도 말하기 애매한 그의 배경에서 어느 정도 알 수 있듯, 윈터본이라는 인물 자체가 갈등의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헨리 제임스는 윈터본을 통해 유럽에서 만난 두 부류의 미국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의인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제 데이지가 정말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걸 부인할 수가 없었다. 그는 그녀가 매우 안타깝게 느껴졌다. 하지만 꼭 그녀가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고 생각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아름답고 개방적이며 자연스러운 너무나 많은 것들이 무질서의 범주 속에서 천박한 자리로 내던져지는 이야기를 듣기가 괴로웠기 때문이었다. - p.151 작품 전체의 주제를 함축하는 윈터본의 내적 갈등은 데이지 밀러에 대한 그의 불확실한 판단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데이지 밀러 양은 매우 솔직하고 귀여운 태도로 젊은이를 소개했다. 코스텔로 부인의 말처럼 과연 그녀는 ‘천박’했다. 그러나 그 천박함 속에 자신만의 독특하고 섬세한 우아함을 지녔다는 사실이 윈터본에게는 하나의 경이였다. - p.90 그는 그녀가 천박하다는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과연 그녀는 그런 여자일까? 아니면 그가 단지 그녀의 천박함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일까? - p.102 따라서 『데이지 밀러』에서 윈터본의 존재는 의미심장하다. 헨리 제임스는 평범한 일화에 윈터본이라는 인물을 창조해 넣음으로써, 두 남녀의 사랑이 엇갈리는 극히 단순한 얼개 속에 사회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더없이 진지한 주제를 중첩시켰다. 하지만 『데이지 밀러』는 전혀 무겁지 않다. 오히려 데이지 밀러의 생기발랄한 언행과 윈터본의 어리둥절한 관심이 교차하며 자아내는 경쾌한 유머가 안 그래도 그리 길지 않은 이 작품을 순식간에 탐독하게 한다. 그것은 『데이지 밀러』가 재력 있는 젊은 신사와 눈부시게 매력적인 여인, 그리고 그들의 사랑과 갈등, 이와 같은 전형적인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가벼운 로맨스 소설의 모습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지는 그 예쁜 눈으로 빤히 쳐다보며 소리쳤다. “(전략) 이 나라의 젊은 아가씨들은, 제가 알기로는, 끔찍할 정도로 따분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그런데 왜 제가 그들을 위해서 제 습관을 고쳐야 하는지 모르겠군요.” “당신의 그 습관이란 게 바람기 같은 것은 아닐까 걱정입니다.” 윈터본이 심각하게 말했다. “그야 당연하죠.” 그녀는 다시 생긋 웃으며 잠깐 그를 빤히 들여다보더니 소리쳤다. “전 무섭도록 끔찍한 바람둥이예요! 멋진 아가씨치고 그렇지 않다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하지만 당신은 제가 멋진 아가씨가 아니라고 말씀하실 테죠!” - p.141 그렇기 때문에 『데이지 밀러』를 단지 ‘국제적인 주제’를 풀어낸 헨리 제임스의 심오하고 냉철한 분석과 이해의 측면에서만 평가하는 것은 이 작품을 사회학적 보고서로 독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데이지 밀러』가 헨리 제임스의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더 나아가 헨리 제임스가 가장 위대한 현대 작가의 반열에 오른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그의 무거운 주제나 심오한 이해 때문만이 아니다. 그것은 그러한 주제와 이해를 ‘이야기’로 가공해 내는 그의 문학적 천재성, 즉 완벽한 플롯과 독창적인 문체, 그리고 감정의 미묘한 변화까지 포착해 내는 섬세한 필치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재능이 발현된 결과였다. 19세기의 풍속 소설을 21세기의 고전으로 다시 읽다 고전에 ‘불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 초월적 보편성에 있다. 그런데 『데이지 밀러』는 분명 ‘19세기’의 풍속을 주제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21세기에도 이 작품이 ‘고전’으로 읽힐 수 있을까? 물론이다. 왜냐하면 헨리 제임스의 ‘국제적인 주제’는 결국 ‘인간’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정작 공들여 형상화하는 것은 문화와 문화의 충돌 자체보다는 그 사건에 휩쓸린 인간의 심리와 태도이다. 다시 말해, 그는 국제적인 주제를 통해 인간을 탐구하고 있는 것이다. 『데이지 밀러』를 헨리 제임스의 ‘국제적인 주제’라는 틀에서만 독해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시적인 현상에 매몰되어 그 안에 담긴 본질, 즉 인간을 간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헨리 제임스는 또한 현상을 묘사할 뿐, 그에 대해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다. 『데이지 밀러』에서 윈터본은 데이지 밀러에 대해 이렇다 할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그는 그녀의 별난 행동들이 어디까지가 일반적이고 민족적인 성향이며, 어디까지가 개인적인 특성인지에 대해 직관적인 확신을 가질 수 없어 짜증스러워졌다. 어느 쪽 관점에서 보아도, 그는 그녀를 분명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 - pp.154~155 작품 속에서 데이지 밀러는 항상 윈터본의 시선과 생각을 통해서 묘사된다. 따라서 그가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한 독자도 그녀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 그럼으로써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헨리 제임스는 인간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탐구하면서 그 주제의 보편성을 조금도 훼손하지 않는다. 헨리 제임스의 문학적 탁월함이 압축되어 있는 『데이지 밀러』가 21세기에도 여전히 ‘고전’으로 읽히는 까닭이다.

합본 | 여인의 초상 (전2권, 완결)

<합본 | 여인의 초상 (전2권, 완결)> 인간 의식을 철저히 탐구함으로써 현대 소설의 기틀을 마련한 작가 헨리 제임스 인습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꿈꾸는 한 여인이 현실의 시련 속에서 성숙해 가는 과정을 정교하게 그린 19세기 미국 소설의 걸작 1881년 출간된 『여인의 초상』은 현대 소설의 기틀을 마련한 작가 헨리 제임스가 십여 년에 걸쳐 공들여 구상해 집필한 그의 대표작이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원하는 미국 여성 이사벨 아처의 인생 여정과 시련을 그린 이 소설은 많은 비평가들로부터 제임스의 소설 중 ‘의심할 나위 없는 최고의 걸작’이라 평가받으며,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 글자』, 허먼 멜빌의 『모비 딕』과 더불어 19세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무엇보다도 제임스는 이 작품에서 등장인물의 심리와 인물들 사이 갈등에 대한 밀도 높은 묘사를 통해 살아 움직이는 삶의 진실을 포착, 리얼리즘의 정수를 보여 준다. 주인공 이사벨의 내면 변화를 섬세하게 추적, 자신의 운명에 맞서는 한 인간의 모습을 실감 나게 그려 낸 『여인의 초상』은 인간 의식의 흐름을 집중적으로 조명함으로써 20세기 현대 소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모범적 작품이다.

What Maisie Knew (영어로 읽는 세계문학 516)

<메이지가 알고 있었던 일> 영문판. 1897년에 출간된 헨리 제임스의 장편소설. 1897년 <챕북The Chap Book>과 <뉴 리뷰New Review>지에 연재 후 단행본으로 간행되었으며, 2012년에 제작된 영화 <메이지가 알고 있었던 일>의 원작소설이다. 주인공 ‘메이지(Maisie)’의 괴로우면서도 즐거운 성장기를 그려내면서,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무책임하고 비도덕적인 행동을 고발한 작품이다. ‘빌(Beale)’과 '아이다(Ida)'부부는 이혼을 하고, 어린 외동딸 ‘메이지’는 각각 6개월씩 번갈아 가며 양육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는다. 부도덕(不道德)하고 경박(輕薄)한 이 부부의 서로에 대한 증오심은 나날이 커지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재혼하게 되는데...

The Europeans (영어로 읽는 세계문학 266)

<유럽인> 영문판. 1878년에 출간된 헨리 제임스의 경장편소설. 부유한 상대를 만나 결혼할 기대를 안고 보스턴에 간 ‘유지니아(Eugenia)‘와 ‘펠릭스(Felix)‘ 두 남매에 관한 이야기이다.

The American (영어로 읽는 세계문학 265)

<미국인> 영문판. 1877년에 출간된 헨리 제임스의 장편소설. 사업에 성공하여 치부(致富)한 ‘크리스토퍼 뉴먼(Christopher Newman)’은 지인(知人)을 통해 귀족 가문의 딸 ‘클레르(Claire)’를 소개받고 그녀에게 청혼한다. 클레르의 어머니와 오빠는 출신이 비천한 뉴먼을 경멸(輕蔑)하면서도 그의 재산을 보고 클레르와의 결혼을 승낙하는데…

Washington Square (영어로 읽는 세계문학 264)

<워싱턴 스퀘어> 영문판. 1880년에 출간된 헨리 제임스의 장편소설. 부유한 의사의 딸인 ‘캐서린(Catherine)’의 결혼과 유산 상속(遺産相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로, 1800년대 말 뉴욕의 상류사회(上流社會)를 조명한 작품이다. 평범한 외모와 소심한 성격을 지닌 캐서린 앞에 어느 날 잘생긴 청년 ‘모리스(Morris)’’가 나타나 사랑을 고백한다. 캐서린의 아버지는 모리스가 재산을 노리고 접근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데… 1949년에 제작된 영화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의 원작소설이다.

The Bostonians (영어로 읽는 세계문학 179)

<보스턴 사람들> 영문판. 1885~1886년에 연재 후 1886년 2월에 출간된 헨리 제임스의 장편소설. 보수적 정치 성향의 변호사 ‘바질(Basil Ransom)’과 바질의 사촌인 ‘올리브(Olive Chancellor)’ 그리고 젊고 예쁜 여권운동가 ‘베레나(Verena Tarrant)’ 사이의 묘한 삼각관계를 다루고 있다. 미시시피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바질은 보스턴에 사는 사촌 올리브를 찾아간다. 올리브는 베레나가 이끄는 여권운동 모임에 바질을 데려가는데…

The Turn of the Screw (영어로 읽는 세계문학 147)

<나사의 회전> 영문판. 1898년에 출간된 헨리 제임스의 경장편소설. 블라이의 시골 저택에서 두 남매를 맡게 된 젊은 여 가정교사가 집 주변에서 목격되는 낯선 남녀의 존재에 의문을 품게 되면서 이야기는 점차 기괴하게 전개되는데…

The Portrait of a Lady (영어로 읽는 세계문학 125)

<여인의 초상> 영문판. 1881년에 출간된 헨리 제임스의 장편소설. 1871년 어느 여름날 오후. 템즈강을 굽어보는 ‘가든 코트(Garden Court)’ 저택의 정원에서 세 남자가 한가롭게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화려한 저택의 주인 다니엘 터쳇은 30년 전 미국에서 건너와서 은행가로 성공하였으나 지금은 건강이 좋지 않아 은퇴하였다. 그의 아들 랄프는 폐결핵을 앓고 있고, 미혼의 귀족 워버튼 경(卿)은 사는 게 따분하여 결혼해야겠다고 말한다. 그때 한 낯선 여인이 나타난다. 그녀는 터쳇 부인의 조카인 ‘이사벨 아처’인데, 랄프는 처음부터 그녀의 아름다움과 매력에 압도되어 버리고 워버튼 경도 그녀에게 반하여 구혼하게 되는데…

Mrs. Temperly (영어로 읽는 세계문학 96)

<템펄리 부인> 영문판. 1887년에 발표된 헨리 제임스의 경중편소설. 가난한 화가 ‘레이몬드’는 뉴욕을 떠나 유럽으로 가는 친척 ‘템펄리 부인’과 그녀의 딸들과 송별회를 갖는다. 5년 후, 레이몬드는 파리에서 템펄리 부인과 딸들을 다시 만나게 되는데…

The Liar (영어로 읽는 세계문학 95)

<거짓말쟁이> 영문판. 1889년에 발표된 헨리 제임스의 중편소설.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올리버’는 몇 년 전에 그의 청혼(請婚)을 거절했던 여인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녀는, 대단히 잘생겼지만 고질적인 ‘거짓말쟁이’인 남자의 아내가 되어 있는데…

The Patagonia (영어로 읽는 세계문학 85)

<파타고니아> 영문판. 1888년에 발표된 헨리 제임스의 중편소설. 보스턴(Boston)에서 리버풀(Liverpool)까지 항해하는 배 ‘파타고니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Daisy Miller (영어로 읽는 세계문학 23)

<데이지 밀러> 영문판. 1878년에 출간된 헨리 제임스의 중편소설. 제네바에서 철학 공부를 하는 미국 청년 윈터본은 유럽을 여행 중인 젊고 아름다운 미국 여성 데이지 밀러를 만나 한눈에 반해 버린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뿐 인습이나 주변의 시선 따위에 개의치 않는 당찬 여성이다. 윈터본은 휴양 차 스위스의 베베이(Vevey)에 머물고 있는 숙모에게 데이지 밀러에 관해 언급한다. 하지만 숙모는 그녀가 천박하고 저속한 여자라며 매우 못마땅해하는데...

메이지가 알았던 일

<[원서] 메이지가 알았던 일> 부모님의 이혼으로 한 해의 절반을 부모 한 쪽하고만 지내게 되는 어린 소녀 ‘메이지.’ 안타깝게도 메이지의 부모 빌과 아이다는 부도덕하고 외동딸을 배려하지 않는 인물들이다. 그러던 중 메이지에게 새로운 가정교사 윅스 부인이 나타난다. 그리고 부모님의 애정생활은 이혼보다 더한 파국을 맞는데...

에드먼드 옴 경

<에드먼드 옴 경> 세계 문호들의 판타스틱 단편 고전을 엄선하여 소개하는 시리즈의 서른네 번째 작품! 어느 날 문득 눈앞에 나타난 에드먼드 옴 경. 그의 존재를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는 마든 부인. 에드먼드 옴 경, 마든 부인과 그녀의 딸, 그리고 나의 관계는?

The Turn of the Screw(영어 원서)

시골 저택에서 두 남매를 보호하게 된 젊은 여성 가정교사가 집 주변에서 목격되는 낯선 남녀의 존재에 의문을 품게 되면서 이야기는 기괴하게 전개된다. ‘나사의 회전’은 인간의 감각이 경험하는 것과 인간 머리로 만들어낸 환상, 또 객관적인 실체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키며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나사의 회전’은 다중 구조를 지닌 이야기 이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기이한 사건을 적은 어느 여인의 수기가 있고, 그 기록을 읽어주는 남성이 있다. 또 그 자리에서 남자가 읽어주는 내용을 다시 전달하는 작품의 전체 화자가 있다. 작품의 중요 사건은 처음 원고를 작성한 여인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여러 시점과 다중 견해가 겹치는 구조로 인해 예민한 젊은 가정교사가 경험하고 기록한 사건의 객관성에 의문이 생긴다. 특히 마지막 중요 대목에서 가정교사와 그녀가 맡아 돌보던 마일즈 사이에 갈등 구도가 형성되었다가, 가정교사 품에서 마일즈가 돌연 죽으면서 작품은 충격적으로 끝이 난다. 죽기 직전 소년 마일즈가 외친 “악마”가 누구인지에 따라 가정교사의 시점으로 제시되어 온 전체 이야기의 진실이 좌우될 수 있다. 순진한 아이들을 유혹하는 유령이 실제 존재하고 가정교사는 이 유령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내려 한 것일 수 있지만 이 모든 사건이 가정교사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가 만들어낸 환상일 수 있다. 작가는 이 마지막을 장면에 의문만을 남기고 갑작스럽게 끝내버림으로써 독자의 의혹을 증폭시킨다.

Daisy Miller(영어 원서)

헨리 제임스의 초기의 대표작 ‘데이지 밀러’는 1878년 영국 '콘힐 매거진'에 연재된 이 소설이다. 헨리 제임스는 이 작품으로 현대 문학계에 명성을 드러냈다. 미국 태생인 작가가 유럽에서 생활하며 얻는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이라는 양 대륙의 가치관과 그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인간관계에 대해 상반되는 기존 가치관을 배경으로 한 사회소설로 간결한 형식과 문체 속에 담아냈다. 이 소설은 미국 상류 집안 청년 윈터본이 유럽 여행 중에 아름답고 젊은 미국 여성 데이지 밀러를 만나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데이지 밀러는 유럽의 전통적인 규범과는 아랑곳없이 행동하며 자유분방한 여성이다. 원터본은 그녀의 천진난만한 행동에 매력을 느끼지만, 그녀를 행동을 천박한 것으로 멸시하는 구대륙의 믿음에 동의한다. 유럽으로 대표되는 구세계와 미국으로 대표되는 신세계의 문화적 충돌, 특히 유럽에서 만난 사회적 계층이 다른 미국인들 사이의 갈등을 보여준다. 이렇게 양 대륙의 문화적 사회적 가치의 충돌을 다루고 있지만, 데이지 밀러의 생기발랄함과 윈터본의 어리둥절한 관심이 교차되면서 유머가 떠오른다. 아울러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감정 변화가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