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으로의 긴 여로> 미국 최고의 극작가 유진 오닐이 가장 고통스럽게 써 내려간 자전 희곡 비참했던 가족사를 향한 연민과 용서, 안개 인간들을 위한 진혼곡 미국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 극작가이자 퓰리처 상 4회 수상에 빛나는 위대한 희곡 작가 유진 오닐이 자신의 비극적인 가족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낸 이 작품은 오닐이 ‘사후 25년 이전에는 발표하지 말 것이며, 상연 역시 금지’라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가난하고 무지한 아일랜드계 이민자 출신에 연극배우로 성공하지만 돈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해 가정과 배우 인생을 망쳐 버린 아버지, 마약 중독자였던 어머니, 술에 절어 방탕한 삶을 살다 결국 알코올중독 합병증으로 요절한 형. 「밤으로의 긴 여로」에서 이름만 바뀌어 그대로 등장하는 그의 가족을 발가벗겨 드러내는 것은 오닐에게 “사랑에 대한 신념”과 용기가 필요한 고통스러운 작업이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인간의 보편적인 진실로 승화시킨 대표적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이미 세상을 떠난 그에게 네 번째 퓰리처 상을 안겨 주었고 영화와 텔레비전 극으로도 제작되어 지금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느릅나무 아래 욕망> 물질적 성공주의와 도덕적 타락에 대한 비판과 경고가 담긴 유진 오닐의 희곡이다. 오닐은 미국 서부에 골드 러시의 바람이 불던 1850년대 뉴잉글랜드 지방의 한 가족의 역사를 그리려는 의도로 이 작품을 집필하였다고 밝힌다. 종교가 자본주의와 밀접하게 결탁되고, 물질적 번영이야말로 근면 성실의 결과이자 신의 축복이라는 논리가 대두되던 시기다. 욕정과 물욕, 근친상간과 유아 살해, 욕망에서 비롯된 인간사 갈등의 극단점 속에서도 아직 꺾이지 않은 사랑의 여운을 이야기한다. 당시에 외설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이기도 하다.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 미국 현대 연극의 아버지라 불리는 유진 오닐의 작품. 3부작으로 구성된 대작이다. 시간 제약 때문에 활발히 공연되지는 못했지만 오닐이 밝히고자 했던 “인생을 불행하게 만드는 불가해한 힘”에 대한 집념이 가장 강렬하게 드러난다. 작가가 가장 오랫동안 구상했고 개작에 개작을 거듭하며 공을 들인 작품이다. 아이스킬로스의 3부작 비극 <<오레스테이아>>를 남북전쟁 직후의 미국적 상황을 배경으로 각색했다. 아버지의 죽음에 복수하기 위해 어머니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남매 이야기라는 원작 스토리를 따르면서도 오닐은 이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했다. 매넌은 전쟁에서 돌아온 뒤 크리스틴과 그녀의 정부에게 독살당한다. 이를 눈치챈 큰딸 비니가 남동생 오린을 부추겨 크리스틴의 정부 브랜트를 죽임으로써 복수를 결행한다. 브랜트의 죽음을 비관한 크리스틴과 이어 죄책감에 시달리던 오린까지 자살하자 비니는 과거로부터 도망쳐 새로운 삶을 얻으려던 생에의 갈망을 꺾어 버린다. 그녀는 죽음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오래된 저택에서 고통 속에 살며 속죄하고자 한다. 죽음 가운데서 살아내겠다는 비니의 이런 결정이 극에 비극성을 더한다. 오닐은 자신의 야망대로 그리스 비극의 현대판을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뉴잉글랜드 지방의 청교도주의를 주제로 집필했다. 이 작품은 두고두고 사랑받는 현대 비극의 고전이라 할 수 있다.
<애나 크리스티> <애나 크리스티>로 유진 오닐은 <지평선 너머>에 이어 두 번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평생 바다에서 살아온 선장 크리스와 육지의 삶에 환멸을 느끼고 바다를 찾아온 크리스의 딸 애나 크리스티의 갈등과 화해를 그렸다. 크리스와 애나의 갈등은 이후 오닐의 다른 작품들에서 바다와 육지, 꿈과 현실, 운명과 자유의지의 대립과 갈등이라는 주제로 중복되고 변주된다. 이처럼 오닐은 선원으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바다가 배경인 작품을 여러 편 선보이며 ‘해양극’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개척하는데, 그 초기 모습을 <애나 크리스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중에 이 작품은 영화로도 각색되는데, 무성영화가 유성영화로 대체되어 가던 시기에 그레타 가르보가 애나 역을 맡아 처음 대중에게 목소리 연기를 선보여 화제가 되었다.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에서 <애나 크리스티>로, 가장 성공한 각색 <애나 크리스티>는 오닐이 1919년에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이란 제목으로 첫선을 보인 작품을 각색한 것이다. 오닐은 각색을 통해 주인공을 크리스에서 애나로 바꾸고 애나에게 ‘선(善)한 창녀’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부여했다. 그 결과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에서 보호가 필요한 순수한 여성이던 애나는 <애나 크리스티>에선 육지의 삶에 환멸을 느껴 바다에서 삶을 개혁하고 사랑을 쟁취하는 매춘부로 탈바꿈한다. 주인공 ‘애나’는 창녀라는 직업을 가졌지만 마음만은 곱고 순수한 여성이다. 정규 교육조차 받지 못했지만 삶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과 지혜를 가졌고, 추한 세상에 물들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개혁하려는 강인한 의지를 가졌다. 크리스와 버크는 그녀의 과거 직업을 두고 그녀의 도덕성을 의심하며 그녀를 비난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다에서의 거친 삶에 지쳐 있던 두 사람은 ‘애나’를 통해 구원받는다. <애나 크리스티>는 192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뉴욕 타임스≫는 이 공연을 “놀라울 만큼 몰입도 높은 작품”이라며 “꼭 봐야 할 연극”이라고 극찬했다. 작품에 나오는 모든 인물에는 오닐의 모습이 조금씩 배어 있다. 우선 애나의 굴곡진 삶은 오닐의 청년 시절을 닮았다. 애나가 아버지와 떨어져 낯선 곳에서 외롭게 지내다 상처를 입었던 것처럼 오닐 또한 기숙학교에서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외로움에 시달렸고, 알코올중독인 형 때문에 고통을 겪었다. 이후 선원이 되어 자유를 찾아 바다로 나갔다가 육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다시 귀향을 위한 긴 항해에 나섰던 경험은 크리스와 맷이라는 캐릭터를 형상화하는 재료가 된다. 오닐의 분신인 것만 같은 세 사람의 갈등은 곧 오닐 자신의 오랜 내면 갈등을 나타낸 것인지도 모른다. 바다와 육지의 대결 구도는 꿈과 현실, 운명과 자유의지의 끝없는 대립과 갈등을 상징하며, 오닐의 삶이 바로 그 가운데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 주제는 이후 오닐의 작품에서 계속해서 중복되고 변주되어 해양극이라는 오닐 특유의 장르를 형성하게 된다. <애나 크리스티는>로 유진 오닐은 1922년 퓰리처상을 수상한다. <지평선 너머>에 이은 두 번째 수상이었다. 이로써 오닐은 미국 현대 연극의 아버지라는 입지를 굳혔다. 그레타 가르보부터 마릴린 먼로까지, 최고의 ‘애나’들 <애나 크리스티>는 나중에 영화로도 각색되었는데, 그레타 가르보가 ‘애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마침 유성 영화가 막 제작되기 시작하던 때라 그녀의 목소리가 대중 관객에게 공개된 첫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는데, 영화 홍보 문구도 “가르보가 말을 한다”였다. 한편 ‘애나’라는 캐릭터를 가장 충실히 구현해 낸 것은 마릴린 먼로였다. 먼로가 액터스 스튜디오에서 <애나 크리스티>의 한 장면을 연기했는데, 이 공연을 본 사람들은 먼로의 최고의 작품이자 ‘애나’에 대한 최고의 해석이라고 극찬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