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과감하고 독창적인 문장과 서사, 사회의 모순을 바라보는 날카롭고 서늘한 시선 등 굵직하고 개성 있는 작품들을 집필해왔던 작가 임성순의 첫 소설집. 2018년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로 제9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임성순은 이번 소설집에서 자본과 부조리에 잠식되어 무감해진 사회와 시스템, 그리고 그것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인간 군상을 풍자한다. 표제작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을 포함해 총 여섯 편의 단편으로 묶인 이 소설집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임성순만의 개성 넘치는 스타일로 가득하다. 블랙코미디, 디스토피아, 오컬트, 패러디 등 다양한 소재와 장르로 집약된 다채로운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으며, 유쾌하고, 강렬하고, 절절하고, 기묘한 이야기의 향연은 우리가 외면해왔던 현실과 잊혀져가는 아픈 기억들을 끌어올린다.
<컨설턴트> 자살을 가장한 타살을 일삼는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 1억원 고료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현대인의 익명성과 자본주의가 타인에게 가하는 폭력을 다룬 임성순의 장편소설. 미드 범죄 스릴러 〈CSI〉를 연상시킬 정도로 잘 읽히고 재미있으면서도, 자살을 가장한 타살을 일삼는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제6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주인공 '나'는 킬러다. 회사의 의뢰를 받아 고객에게 우연처럼 보이는 불행을 계획하여 반복되는 일상에서 작은 불행들이 누적되는 것을 통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킬러. 이것은 결코 타살처럼 보이지 않기에 누구도 불행해지는 사람 따위는 없다. 이 때문에 '나'는 죽음을 제공하는 것도 일종의 서비스업이며, 이 일은 컨설팅을 하는 전문직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두려워 하는 단 한 가지는 회사이다. 언제나 선택을 조종하는 회사는 '나'의 옛애인의 구조조정을 의뢰했고, 그는 여느 때처럼 옛애인의 죽음을 계획하고 완벽하게 시행했다. 하지만 그는 이 사건으로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되고, 이 모든 것이 회사의 음모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는 다양한 상징을 내포하고 있다. 회사는 관료주의의 상징이며, 자본주의는 구체성이 제거된 상징으로 표상된다. 곳곳에 등장하는 수상한 죽음들은 아직도 우리나라가 투명하지도, 상식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음을 뜻한다. 시니컬한 유머는 부조리한 현실을 비웃고 있으며, 작품에 사용된 추리적 기법은 사회적 성찰을 위한 장치로 작용한다. 저자는 죽음조차도 하나의 서비스 상품이 되는 세태를 향한 이러한 상징과 장치를 통해 진지함과 깊이를 담보한 개인의 자각과 저항을 이야기한다. 『컨설턴트』는 약자에게 벌어지는 사회의 부조리함을 진지하게 풀어내는 동시에 영화판에서 기량을 다진 작가의 내공이 녹아들어 마치 범죄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전개하면서도 우리 사회를 향한 날카롭고 통렬한 비판을 담고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인 것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 다양한 문제를 들추어내면서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결국 개인의 몫이라는 현실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극해> 살아남는 자는 누구인가? 극한의 상황에서 폭발하는 인간 심연의 드라마 세계문학상 수상 작가 임성순 신작 장편소설 2010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컨설턴트》로 1억 원 고료 제6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뒤, 장편소설 《문근영은 위험해》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를 출간해 ‘회사 3부작’을 완성시키며 독특한 작품 세계를 보여줬던 작가 임성순의 신작 장편소설 《극해》(은행나무刊)가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누구도 앞날을 예상할 수 없는 전시 상황을 배경으로 태평양 위를 표류하는 포경선 유키마루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생존 전쟁에 관한 이야기다. 끊임없이 꼬리를 무는 사건과 흥미진진한 서사를 바탕으로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이 어떻게 생존을 갈구하며 모멸을 견디는지, 살아남은 약자가 어떻게 사악한 존재로 변하는지를 보여주며 나약한 존재로서의 인간 본성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한국소설에서는 보기 드문 참신한 소재와 공격적인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는 작가, 임성순’ _정여울 문학평론가 《극해》는 세 편의 장편소설을 통해 젊은 작가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과 재기발랄함, 그리고 세계의 부조리함을 직시하는 시선을 보여줬던 작가가 인간의 본성에 천착하여 집필한 작품이다. ‘인간의 심연에 대해 그리고 싶었다’는 그는 일본인 상급선원과 조선인 하급선원이라는 계급적 구조가 마치 세상을 상징하는 듯한 유키마루를 비극의 시대, 참혹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넣는다. 그리고 점차 인간의 내면을 둘러싸고 있는 허울들을 한 겹, 한 겹 벗겨낸다. 알맹이만 남은 인간의 모습은 약자라고 해서 순수하지 않고, 강자라고 해서 추악하지만은 않다. “나는 너의 악몽이다!” …… 지옥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자신이 다치지 않기 위해 저지르는 죄악,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했던 자의 광기, 시대와 전쟁이 불러일으키는 생에 대한 환멸은 ‘인간’이라는 참담한 심연을 더욱 들끓게 한다. 작가는 바로 이 지점을 들여다본다. 독자들은 이에 공감하거나, 혹은 충격과 두려움에 몸서리치게 된다. 그리고 현실적이면서도 소설적인 요소들로 서사적인 재미를 부여한 이야기에 빨려 들어갈 듯 작품을 읽게 된다. 시대와 지역적 상황에 맞게 부여한 캐릭터 각자의 에피소드는 작품의 큰 줄기 서사를 이끄는, 다이내믹한 힘이 되고 이를 바탕으로 유키마루는 극해로 치닫는다. …… 적자생존이란 무간지옥이 유키마루란 이름의 흔들리는 세계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아무도 타륜을 잡지 않았으므로 유키마루는 금방이라도 전복될 듯이 파도에 밀려 힘없이 선회하고 있었다. 그러나 겁에 질린 사내들은 아무도 그런 것 따위엔 신경 쓰지 않았다. 눈앞의 상대, 눈앞의 적, 눈앞의 죽음에 눈이 멀어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작품을 읽고 나면, 극적인 이야기가 선사하는 카타르시스와 함께 무수한 질문들이 남는다. 선의와 의지만으로는 목숨을 보전할 수 없을 때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하는가? 살아남기 위해서 선택해야 했던 길은 과연 인간을 어디로 이끄는가? 특히 순박하고 여린 캐릭터가 유키마루의 선원이 된 이후로 변하는 모습을 독자는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처럼 흥미로운 스토리에 덧입힌, 작가의 인간에 관한 날카로운 시선은 작품을 끝까지 다 읽었을 때 빛을 발한다. 참혹한 전쟁, 거친 바다와의 사투로 광기에 내몰린 사람들 고립된 극해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이어지는 의문의 살인 마지막에 살아남는 자는 누구인가?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접어들던 1944년, 포경선 유키마루가 일본 해군의 식량 조달을 목적으로 시모노세키 항에서 출항한다. 배에는 일본인 선원뿐 아니라, 충동적으로 자원하거나 차출되어 끌려온 조선인, 대만인 선원들이 함께 승선한다. 참혹한 전쟁의 현장을 눈앞에서 바라보며 할당된 어획량을 채우기 위해 조업을 하는 동안 유키마루의 선원들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 채워지지 않는 환경에서 허기와 갈망에 시달린다. 그 와중에 미군의 폭격을 받아 엔진 하나가 고장 난 유키마루는 일본으로 복귀할 것인가 아니면 유키마루와 같은 배가 버려져 있다는 남극의 노르웨이 기지로 갈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결국 남극으로 타륜을 돌린다. 배는 거의 표류하듯이 극해로 향한다. 살아 돌아가겠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버티는 나날들이 이어지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추악한 감정들이 똬리를 틀기 시작한다. 결국 사투 끝에 도착한 남극해에서 모든 선원에게 치명적인 사건이 발발한다. 증오와 욕망 위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배 유키마루에서 결국 살아남는 자는 누구일까? 추천사 그는 용감하다. 전작 《컨설턴트》와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문근영은 위험해》를 통해 한국소설에서는 보기 드문 참신한 소재와 공격적인 스토리텔링을 보여주었던 임성순. 이 작품에서는 그의 강렬한 문체와 열정적인 탐구정신이 더욱 돋보인다. 그에게 성역은 없다. 매번 새로운 문학의 테마를 향해 마치 극지를 탐사하듯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그의 발걸음이 눈부시다. _정여울(문학평론가)
<우로보로스> "“지옥이 될 겁니다.” “행복한 지옥이겠지.” 독보적 개성의 스토리텔러 임성순이 그리는 강인공지능 시대의 묵시록 소설을 발표할 때마다 예상을 넘어서는 독특한 상상력으로 독자들을 놀라게 하는 작가 임성순! 이번에는 SF소설을 가지고 돌아왔다. 『문근영은 위험해』에서 보여 준 인터넷 문화와 『극해』에서 보여 준 포경선에서의 치열한 생존 경쟁, 그리고 『자기 개발의 정석』에서 몸에 대한 감각을 통해 보여 준 유머러스한 풍자 이면에는 모두 관련 분야의 지식을 흡수한 듯한 핍진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핍진성은 임성순 소설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이자 그의 소설을 예술적 텍스트로 상승시키는 요소다. 인터넷, 포경선, 몸에 대한 디테일이 이번에는 강인공지능 시대라는 미래의 시간을 주목한다. 미래사회에 대한 묵시록 형태를 띠고 있는 동시에 인간 욕망에 대한 근본적이고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우로보로스』는 존재와 비존재, 삶과 죽음, 인간과 비인간, 시간과 공간… 요컨대 강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주체들의 풍경을 때로는 만화경처럼, 때로는 현미경처럼 펼쳐 보인다."
<자기 개발의 정석> “이 부장이 처음 오르가슴을 느낀 것은 그의 나이 마흔여섯 때였다.” 수천 권의 자기 계발서에 필적하는 단 한 권의 자.기.개.발.서. 지극히 평범한, 중산층의, 대체로 무난하게 살아온 마흔여섯 기러기 아빠의 은밀한 자기 개발 임성순 소설을 한 권도 안 읽은 사람은 있어도 그의 소설을 한 권만 읽은 사람은 없다. 동시대적인 소재, 대담하고 독창적인 서사, 흡입력 강한 문장으로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작가 임성순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자기 개발의 정석』이 출간되었다.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된 이 소설은 2015년 《세계의 문학》 가을호에 전재되었던 작품으로, 전재 당시 ‘전립선염에 걸린 중년 남성의 때늦은 성장’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상황마다 펼쳐지는 리얼하고 디테일한 묘사, 읽기를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리드미컬하고 유려하게 쓰인 차진 문장으로 출간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임성순의 대표작은 ‘회사 3부작’이다. 관료화된 자본주의가 약자들에게 가하는 폭력을 그린 데뷔작 『컨설턴트』(은행나무, 2010),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컨설턴트』 같은 소설이 상품화되는 상황을 그린 메타소설 『문근영은 위험해』(은행나무, 2012),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같은 사회적 공리에 의문을 제기하는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실천문학사, 2012) 모두 자본주의에 대해 질문하는 소설로 애초부터 회사 시리즈로 기획됐다. 한편 이후 발표한 『극해』(은행나무, 2014)는 태평양 위를 표류하는 포경선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생존 전쟁을 그린 소설로, 『컨설턴트』와 『문근영은 위험해』가 실험성 강한 인문 성향의 소설이라면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와 『극해』는 서사의 밀도가 한층 높은 이야기 위주의 소설이다. 『자기 개발의 정석』은 앞선 작품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동시에 전혀 다른 계열의 소설이다. ‘회사’에 대한 분석은 여전히 빛을 발한다. 대기업 영업직으로 십여 년 일해 온 주인공과 그의 삶을 떠받치고 있는 회사의 관계에 대한 통찰과 표현은 이 시대 회사인이라면 열렬히 공감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사실적이고 본질적이다. 한편 실험적 구조나 전통적 서사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구성은 경장편 소설이라는 분량의 매력을 최대한 살린 작가의 기획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장편소설에 비해 몰입 시간이 짧은 경장편 소설의 한계를 극적인 상황의 긴장감과 흥미로운 캐릭터의 연쇄로 대체했다. 상황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독특한 캐릭터와 긴장감 넘치는 상황은 영화적 재미를 극대화하며 소설과 매력적으로 조화를 이룬다. 『자기 개발의 정석』은 한 중년 남성의 성적 탐닉에 대한 이야기다. 스티븐 코비의 저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김영사, 1994)의 목차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을 주도하라·끝을 생각하며 시작하라·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윈윈을 생각하라·먼저 이해하고 다음에 이해시켜라·시너지를 내라·끊임없이 쇄신하라’와 같은 소제목들로 이루어진 구성은 자기계발이라는 명분으로 현대인의 정신마저 소비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자본주의의 착취 구조를 풍자한다. 도구나 수단으로서가 아닌 쾌락 그 자체를 추구하는 이 부장의 ‘성장기’는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어 한국의 수많은 부장님들을 꼭두새벽부터 영어 학원으로 내몰았던 자기 계발 신화를 비틀어 읽는 이들에게 쾌감을 선사한다. 독자들은 이번 소설을 통해 임성순의 진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줄거리 회사에 목매단 대기업 부장이자 처자식한테 돈 보내기 바쁜 기러기 아빠. 더 나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이 쳇바퀴 돌던 마흔여섯의 이 부장은 전립선염 치료를 받기 위해 찾은 병원에서 일생일대의 위기를 만난다. 의사에게 전립선 마사지를 받던 중 전율을, 아니 쾌감을 느끼고 만 것. 쾌감의 정체가 드라이 오르가슴이란 걸 알게 된 이 부장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오르가슴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고, 무기력하기만 하던 이 부장의 삶은 전에 없는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마흔여섯에 비로소 스스로 기뻐지는 법을 깨친 이 부장의 자기 개발은 계속될 수 있을까? 중년 남성의 위기를 대변하는 ‘국민 캐릭터’ 이 부장의 탄생 과로의 아이콘인 대기업 부장이자, 고독의 대명사 기러기 아빠, 거기다 상실감 그 자체인 만성 전립선염 환자까지…… 중년 남성의 위기를 총체적으로 안고 있는 이 부장은 40~50대 중년 남성들을 비롯해 그들을 남편이나 아버지로 둔 여성들, 뿐만 아니라 직장 생활의 피로와 가정생활의 헛헛함을 경험한 적 있는 갑남을녀 독자들의 폭넓은 이해를 받으며 감정이입을 촉발한다. 출간 전 이루어진 네이버 사전 연재 당시 이 부장을 향한 동정과 연민, 걱정과 응원의 댓글이 줄을 이었을 정도. 스스로를 착취하면서도 그 안에서 힘겹게 버티는 데만 급급했던 이 부장의 모습은 한국 사회의 소진된 현대인을 반영하고 있어 더욱 사실적이다. 웃기면서 슬픈 블랙코미디 『자기 개발의 정석』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촉발하는 비극적이면서 유머러스한 ‘웃픈’ 정서로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 준다. 전립선염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이 부장이 느끼는 당혹스러움과 집으로 돌아와 혼자 전립선을 마사지하는 처연함과 비참. 드라이 오르가슴에 대한 정보를 찾다 급기야 오프라인 모임까지 나가 의외로 설득력 있는 자위 프레젠테이션을 듣게 되는 기괴한 상황, 몸을 마음껏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된 후 전에 없이 활기 넘친 생활을 하며 만족해하는 천진한 모습까지. 마흔여섯에 비로소 ‘기쁨을 아는 몸’이 된 이 부장 앞에 펼쳐지는 사건과 사고들이 웃기고도 슬프게, 그러면서도 예측을 불허하며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