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려령
김려령
평균평점 3.25
우아한 거짓말

<우아한 거짓말> 슬프지 않다. 힘들지 않다. 외롭지 않다. 오늘도 괜찮다고 말하는 당신, “잘 지내나요?” 『완득이』의 김려령 작가가 전하는 뜨거운 감동 2009년 출간되어 뜨거운 화제를 모은 김려령 장편소설 『우아한 거짓말』이 양장본으로 다시 선보인다.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로 출간되어 청소년의 자살과 왕따 문제를 깊숙이 파고들었다는 평을 받은 『우아한 거짓말』은 이후 이러한 문제가 사회적으로도 크게 조명을 받으면서 청소년만이 아니라 부모와 교사,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함께 읽어야 하는 책으로 자리를 넓혀왔다. 촌철살인의 문장과 날카로운 재치가 돋보이는 ‘김려령표’ 문체와 더불어 인간관계와 심리를 깊숙이 파고드는 메시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 “내가 보이지 않는 존재라는 걸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그만 떠나야 했습니다.” ―천지 “말로 하는 사과는 용서가 가능할 때 하는 겁니다.” ―천지 엄마 오현숙 “지금부터 시작이야. 마지막 털실 뭉치를 찾을 때까지…….” ―언니 만지

파란 아이

<파란 아이> 청소년이 가장 사랑하는 창비청소년문학, 드디어 50권 출간! 『완득이』 『위저드 베이커리』 등 화제의 베스트셀러를 배출하며 청소년문학의 저변을 넓혀 온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가 어느덧 50권을 맞았다. 역량 있는 작가의 발굴과 작품성 높은 작품 소개에 노력을 기울이며 우리 청소년문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던 창비청소년문학은, 대표 작가 7인의 신작 단편을 묶은 50권 기념 소설집 『파란 아이』를 또 하나의 기대작으로 선보인다. 김려령, 공선옥, 구병모 등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를 대표하는 7인의 작가가 SF, 판타지, 의인소설 등 여러 갈래로 펼쳐 보이는 깊고도 다채로운 세계는 우리 시대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문학이 무엇인지를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완득이
3.25 (2)

<완득이> 아주 특별한 성장소설이 온다! 집도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지만, 싸움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가진 것 쥐뿔도 없지만, 절대 기죽지 않는다. 단순 무식해서 더 사랑스러운 열 일곱 소년, 완득이의 눈부신 성장기! 마해송문학상과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창비청소년문학상 등 국내 유수 문학출판사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을 휩쓸며 가장 주목 받는 신예작가로 떠오른 김려령의 아주 특별한 성장소설.

가시고백

<가시고백>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로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 아우르며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김려령이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열어가는 십 대들의 모습을 따듯한 시선으로 그려 낸다. 타고난 손놀림으로 자기도 모르는 순간 남의 물건을 훔치고 있는 주인공 소년 해일은 고2 학생이다. 오늘도 해일은 교실 사물함에 있던 전자수첩을 훔친다. '나는 도둑이다.'라는 독백은 아직도 부화되지 못한 병아리처럼 가슴속에 박혀 있다. ‘천재 도둑놈 쉐끼’ 해일, ‘저것들 미쳤어 미쳤어! 욕에도 스타일이 있다’ 진오, ‘대찬 18세 소녀 대표’ 지란, ‘찰진 짝사랑의 진수’ 다영을 중심으로, 그들 심장 속에 박힌 가시 같은 고백을 하나씩 뽑아내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잔잔하게 그려진다. 작가는 누군가 그런 독백을 고백으로 뽑아서 건넬 때, 그것을 뿌리치는 대신, 고백 속에 담긴, 인간이 끝내 지켜야 할 염치와 순수성을 보라고 이야기한다. 창비청소년문학상, 마해송 문학상,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열 살에서 여든까지 모든 연령의 독자를 웃기고 울리며 한국 문학의 ‘크로스오버’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 주었던 작가의 저력을 느낄 수 있다.

두 번째 엔딩

<두 번째 엔딩> 우리를 웃고 울게 했던 작품, 모두가 기다려 온 그 뒷이야기! “정말 궁금한 게 있어요. 그날로 다시 돌아간다면 무언가 달라졌을까요.” 『우아한 거짓말』부터 『아몬드』 『페인트』 『유원』까지,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작품들의 뒷이야기를 엮은 소설집 『두 번째 엔딩』이 출간되었다. 김려령 배미주 이현 김중미 손원평 구병모 이희영 백온유 등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완성도 높은 단편이 실렸다. 전작에서 주인공이 아니었던 인물들의 속내까지 따스하게 보듬으며 모든 삶이 조명받아 마땅한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동생을 잃은 언니의 아픈 마음을 담은 「언니의 무게」(김려령), 처음 직업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SF 「초보 조사관 분투기」(배미주), 탈북을 결심한 가족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 「보통의 꿈」(이현), 농촌에서 젊은 농부로서의 삶을 그려 나가는 「나는 농부 김광수다」(김중미), 끔찍한 사고를 목격한 남자의 세상을 다룬 「상자 속의 남자」(손원평), 아픈 상처를 지닌 두 사람이 새로운 공동체를 꾸려 가는 이야기 「초원조의 아이에게」(구병모), 사회의 차별적 시선을 견디며 자신만의 삶을 개척하는 인물을 바라보는 「모니터」(이희영), 축구 선수를 그만둔 뒤 ‘낙오자’라는 세상의 시선을 담담히 마주하는 「서브」(백온유)까지. 소설을 이미 읽은 이들에겐 반가운 인물들을 다시 만나는 기쁨을, 처음 읽는 이들에게는 풍성한 이야기를 선사하는 선물 같은 책이다. 새로운 자리를 비추는 우리의 두 번째 시작 『완득이』 『위저드 베이커리』 『우아한 거짓말』 『아몬드』 등 지난 10여 년간 숱한 화제작들을 발굴한 창비청소년문학 100권을 기념하는 기획이기도 한 이번 소설집은 친근하고 반가운 세계로 독자를 다시 초대한다. 출간 후 뜨거운 화제를 모으며 영화화되어 독자를 만났던 『우아한 거짓말』(김려령)부터, 미래 세대의 새로운 생명과 연대의 개념을 제안한 SF 『싱커』(배미주), 한국 현대사의 핵심적 사건 광복과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격동 속에서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인물들을 그린 『1945, 철원』 『그 여름의 서울』(이현), 다문화 가정, FTA, 구제역 등 어려움을 겪는 농촌에서 꿈을 키우며 성장하는 10대를 그린 『모두 깜언』(김중미)이 오랜만에 반가운 인사를 전한다. 또한 한국형 영어덜트 소설의 성공적인 시작을 알린 『아몬드』(손원평), 거대한 혐오에 맞서 당당히 날아오르는 두 존재의 성장기 『버드 스트라이크』(구병모)와 부모와 가족의 의미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지는 『페인트』(이희영), 트라우마를 남긴 사건에서 살아남은 아이의 빛나는 성장기 『유원』(백온유)까지 진한 감동을 주었던 작품들이 다시 찾아온다. 책장을 덮고도 안부가 궁금했던 인물들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작품은 전작에서 주연이 아니었던 인물의 시선으로 새로운 세계를 열어 보인다. 주인공의 언니, 친구, 아버지부터 사건의 목격자, 늘 교실 뒷자리에 엎드려 있던 친구, 이전 혹은 이후 세대의 새로운 주인공까지, 저마다 설레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모자람 없는 삶의 주인으로서 자기만의 온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원작을 읽은 독자에게는 베스트셀러의 스핀오프 소설집으로, 원작을 읽지 않은 독자에게는 완성도 높은 신작 소설집으로 각각의 매력을 전한다. “너는 너로만 살아” 따뜻한 위로, 뭉클한 공감 『두 번째 엔딩』은 숨겨져 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꺼내며 각기 다른 음색으로 한목소리의 감동을 전한다. 어떤 이의 삶에서는 지나치는 인물에 불과했지만 자신의 삶 속에서는 또 한 명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공감이 담겨 있다. 김려령의 「언니의 무게」는 동생 천지가 죽은 뒤 남겨진 자의 몫을 감당해야 하는 언니 만지의 이야기다. 동생이 겪은 괴롭힘을 막아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천지를 괴롭힌 아이에게까지 마음을 쓰는 ‘언니’로서의 무게가 가슴 시리게 담겼다. 무거운 마음의 짐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만지 엄마가 담담하게 건네는 위로는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너는 네 몫만 하면 돼. 자기 몫만 하고 사는 것도 힘들어. 마음은 기특하고 예쁜데, 너는 너로만 살아. 엄마는 그랬으면 좋겠어.” ― 김려령 「언니의 무게」 본문 31면 배미주의 「초보 조사관 분투기」는 인턴 역학 조사관으로 첫 파견을 나간 정후의 이야기다. 기후 변화와 전쟁으로 절반이 물에 잠긴 옛 서울로 파견된 정후는 괴 바이러스를 추적하지만 도시는 이내 봉쇄되고 만다. 생존 환경이 완전히 변한 미래 사회에서도 반복되는 초보 인턴의 고생담은 시대와 세대를 넘는 공감을 자아낸다. 이현의 「보통의 꿈」은 가족의 탈북 결정으로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인 북한 소녀 미래의 이야기다. 권투 선수로서의 꿈뿐 아니라 다른 가족, 친구들과 함께하는 ‘보통의 일상’마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아프게 그리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김중미의 「나는 농부 김광수다」는 강화도 농촌에서 농부로서 꿈을 키워 가는 광수의 성장을 따뜻하게 그린다. 변화해 가는 농촌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신념을 잃지 않는 광수의 모습에서 우직한 믿음과 용기를 발견하게 된다. 모험은 자기가 태어나 살아온 곳으로부터 떠나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나처럼 계속 살아온 곳을 지키며,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도 모험이다. ― 김중미 「나는 농부 김광수다」 본문 161면 가족을 잃거나 삶의 중대한 기로에 놓인 이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분투하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노력은 더없이 빛난다. 다른 이들의 길을 따르기보다 자기 자신이고자 하는 새로운 주인공들을 마음 깊이 응원하다 보면 독자 역시 문학을 통해 자신의 삶이 응원받는 감동을 경험할 수 있다. 우리가 사랑한 인물들과 함께 새롭게 발견해 나가는 세계 주변의 차별적 시선에 맞서서 온전한 자기를 내놓는 일은 누구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냉대 혹은 정해진 틀을 깨고 나오는 인물들의 시도는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손원평의 「상자 속의 남자」는 서로에게 진정한 호의를 내비치기 어려운 사회에서 순수한 선의와 연대의 가능성을 묻는다. 선한 의도가 누군가의 오해를 사거나 자신의 삶을 망가뜨릴지 모른다는 걱정 앞에서 주인공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 손을 꽁꽁 싸맨 채 살아간다. 다른 이에게 닿기 위해서는 틀을 깨고 자신의 취약한 면까지 노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발견한 우연한 선의는 그의 삶에 작지만 큰 파장을 일으킨다. 구병모의 「초원조의 아이에게」는 차별적 시선을 견디고 살아가야 할 아이에게 보내는 다정한 환영 인사를 담았다. 서로의 결핍을 인정하며 기대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시작을 지켜보며 진정한 환대와 연대의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는 작품이다. 당신은 언젠가 나 대신 다른 사람을 구할 테니까요. 나는 이대로도 충분하지만, 당신은 나에게 미처 못 해 주었다고 생각하는 만큼 다른 사람을 도와줘요. ― 구병모 「초원조의 아이에게」 본문 208면 이희영의 「모니터」는 새 출발을 떠난 인물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따라가며 아직 변하지 않은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새 부모님을 만나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숨길 수 있는 낙인을 스스로 공개한 로운, 그리고 그 낙인을 짊어진 채 사회로 들어간 이의 발자취를 쫓으며 우리가 보는 세상의 크기는 어떠한지 되묻는다. 백온유의 「서브」는 축구 선수를 그만둔 자매의 이야기로, 이른 나이에 실패를 결정짓는 세상을 서늘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스포츠계 내부에서 폭력을 겪는 10대의 마음을 섬세하게 짚으며, 누구에게도 폄하되지 않는 단단한 목소리를 담아낸다.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조금이라도.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진 후에 그 아이에게 미안해하며 살면 안 되는 걸까. ― 백온유 「서브」 본문 305면

샹들리에 : 김려령 소설집

<샹들리에 : 김려령 소설집> 100만 독자가 사랑한 작가 김려령, 일곱 개의 빛나는 이야기로 돌아오다! 『완득이』와 『우아한 거짓말』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한국문학의 비범한 이야기꾼’으로 자리매김한 작가 김려령이 짧고 강렬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샹들리에』는 작가가 『완득이』 이후 8년 동안 써 온 작품들을 엮어 처음으로 펴내는 소설집이다. 명쾌하고 재치 있는 ‘김려령표’ 문체가 돋보이며, 그동안 장편소설에서 보여 준 놀라운 흡입력과 속도감이 짧은 이야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가까운 이웃이나 친구 같고 우리 자신과도 닮아 있다. 작가는 ‘지금 여기’ 가장 평범한 삶의 모습을 정직하게 묘파해 내며 폭넓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우리의 일상, 보잘것없는 순간 속에서도 웃고 울고 다시 사랑하게 하는 힘, 오직 작가 김려령만이 전할 수 있는 에너지가 가득한 소설집이다.우리 시대 가장 뜨거운 이야기꾼 김려령이 빚어낸 무지갯빛 소설 김려령 작가는 2007년 창비청소년문학상과 마해송문학상,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석권하며 등단한 이후 『가시고백』 『너를 봤어』 『트렁크』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잇단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한국문학의 새로운 활력”(한기욱 문학평론가) “관습화된 성장 서사의 틀을 깨는 신선한 시도”(백지연 문학평론가) “독자와의 교감에 큰 무게를 두는 작가”(오세란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라는 평에 부응하며 특유의 뚝심으로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특히 『완득이』와 『우아한 거짓말』은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새롭게 해석되면서 대중적 기반을 넓혔다. 신작 『샹들리에』는 다양한 삶의 군상을 생생하게 포착해 온 김려령의 작품 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소설집이다. 작가의 첫 소설집이기에 의미가 더욱 각별하며, 장편소설과는 또 다른 문학적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일주일

<일주일> “상대가 원하지 않는 것은 하지 않는 거, 그게 사랑이야.” 김려령만의 에너지 가득한 소설 성숙한 사랑과 결혼에 대해 가장 뜨거운 온도로 이야기하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으로 폭넓은 독자층의 사랑을 받았던 작가 김려령이 신작 장편소설 『일주일』로 돌아왔다. 『창작과비평』에서 일년간 연재했던 글을 다듬어 내놓은 이번 소설은, 김려령만의 강렬한 에너지로 성숙한 사랑과 결혼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한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흡인력 강한 서사가 깊은 인상을 남기는 가운데, 생생하고 매력적인 인물과 이들 사이를 경쾌하게 오가는 대사는 소설 읽는 맛을 한층 더한다. 결혼 생활에서 각자 ‘실패’를 경험한 뒤 우연한 계기로 여행지에서 함께 일주일을 보낸 두 남녀는, 몇년 후 뜻밖에 재회해 다시 사랑에 빠지지만 여러 사건으로 위기를 맞게 된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사랑하는 과정, 그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고난과 극복을 유려하게 그려내는 이 작품은, 대중적인 서사를 통해 사랑의 여러 면모를 깊이 있게 다루는 김려령의 진면목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독한 속박과 참된 자유를 동시에 욕망하는 사랑의 양면성을 능수능란하게 풀어낸 이 소설은, ‘이야기’를 읽는 통쾌함을 선사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사랑의 적정한 강도와 거리에 대해 새삼 곱씹게 만든다.

트렁크

<트렁크> 김려령의 소설은 언제나 신선하고 통쾌하다 세상을 향해 던지는 김려령의 강렬한 물음 “넌 지금 행복하니?” ‘한국문학의 새로운 활력’, ‘비범한 이야기꾼’이라 불리는 김려령 작가가 흡인력 강한 소설로 다시 독자들을 찾아왔다. 신작 장편 『트렁크』에서 작가는 기발한 상상력과 리얼리티 넘치는 명쾌한 화법으로 인간관계와 사랑의 맨 얼굴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심리 전개 대신 재치 있는 대화와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이야기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다. 김려령 작가는 그간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너를 봤어』 등의 작품을 통해 대중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폭 넓은 사유와 개성 넘치는 문체로 우리 삶의 기저에 가닿는 깊이 있는 서사를 구축해왔다. 특히 『완득이』에 이어 두번째 스크린셀러가 된 『우아한 거짓말』 이후 작가는 일상적 삶에 내재된 폭력성을 발견하고 고발하는 데 천착해왔다. 『트렁크』는 이러한 작가의 문제의식이 더욱 공고해지고 폭력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엄밀해졌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작가는 주인공을 통해 “내게는 세상 전체가 사막이었다. 살아남는 게 오히려 신기하고, 타인의 갈증에 무섭도록 냉담한 곳이었다. 서걱서걱. 나는 한모금의 물이 간절했는데 내 입의 침마저 말렸다. 고개를 숙이면 그 참에 목뼈를 부러뜨리려 했고, 고개를 들면 날선 칼로 목을 치려 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다음과 같이 되묻는다. “뭘 원하시는 겁니까?” 서른살, 다섯 개의 결혼반지 ‘이번 결혼에도 사랑은 하지 않았습니다’ 김려령이 그리는 결혼과 사랑의 맨 얼굴 한번쯤 결혼해보고 싶은 여자. 그녀는 내가 그 범주에 속한다고 했다. 이제는 배우자도 임대하는 세상이 됐구나. 고액의 연회비와 혼인성사자금을 지불하는 회원들에게, 이런 아내는 어떠신가요? 하고 내미는 기호품이 된 기분이었다. 몰랐고, 끝까지 몰라도 됐을, 모르는 게 더 나았을 그런 세계가, 내 손을 그렇게 잡았다. (본문 중에서) 올해 스물아홉살의 주인공 ‘인지’는 결혼정보업체 웨딩라이프의 비밀 자회사인 NM(new marriage) VIP팀에서 입사 육년차 차장으로 일하고 있다. 다른 부서의 사원들이 미혼 남녀의 결혼을 연결하는 일을 하는 것과 달리 인지는 직접 VIP회원의 기간제 부인인 FW(field wife)가 되어주는 업무를 맡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출판사 면접에서 떨어진 날 우연히 만난 사람에게 입사 제의를 받았을 때만 해도 인지는 NM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느꼈다. 하지만 대학시절, 사랑하는 사람이 동성애자였다는 이유로 멸시와 천대를 받게 하고 결국 떠나게 만든 어머니에 대한 반감과 취업의 어려움으로 망명하듯 NM에 입사한다. 우리는 애인과 아내 사이에서 그들 생의 한 구간을 함께한다. 시작부터 후회였고 종국에도 후회가 될 것을 알지만, 이 흐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체념이라고 하기에는 내가 가엽고, 신념이라고 하기에는 어쩐지 비겁하다. 꽉 막힌 병목구간을 어떻게든 꾸역꾸역 빠져나가는 자동차처럼, 언젠가는 나도 이 지난한 삶의 구간을 빠져나가겠지, 기대할 뿐이다. (본문 중에서) 네번째 결혼을 마친 인지는 전 남편으로부터 재결합 신청을 받고 다섯번째 결혼생활을 시작한다. 종전의 결혼생활에 비해 순탄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인지 앞에 ‘엄태성’이라는 남자가 등장한다. 절친한 친구인 ‘시정’의 부탁으로 휴가기간 중 한번 소개팅을 가졌을 뿐인데, 엄태성은 자신을 단칼에 거절한 인지에 대해 집착에 가까운 호기심을 품고 스토킹을 시작한다. NM보안팀은 인지가 계약 남편과 함께 사는 집까지 집요하게 찾아온 엄태성을 제압한 뒤 인지 몰래 격리시킨다. 이후 그의 행방이 궁금해진 인지는 남편의 도움을 받아 불법으로 납치되어 학대받고 있던 그를 풀어준다. 다섯번째 남편과의 결혼 계약이 끝나는 날 인지는 시정과 함께 절친했던 친구 ‘혜영’이 죽던 10년 전, 도움을 받은 남자가 지금의 남편이었음을 알게 된다. 계약을 끝낸 인지는 회사에 사표를 내고 출장 결혼 내내 함께했던 트렁크를 버리기로 결심한다. 그것은 사실 불행했던 자신의 20대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서른살 생일을 맞은 인지에게 엄태성이 또다시 접근하는데… 주변 사람들은 늘 내가 만나는 사람만 중요시했을 뿐, 행복하니? 하는 질문은 누구도 하지 않았다. 당연 내 불행 따위에도 관심이 없었다. 나는 그렇게 사는 게 힘들어요, 항변해도 소용없었다. 네가 뭐가 부족해서? 어쩌면 그런 무심함에 화가 났던 것도 같다. 괜히 버럭버럭 화를 내서 나만 더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벌써 서른이다.(본문 중에서) 나는 그게 궁금한 거야. 왜 내가 싫은지. 갈겨쓰지 않은 정갈한 글씨였다. 미친 새끼. 서둘러 문부터 걸어잠그었다. 몸에 기운이 쏙 빠졌다. 허적허적 뒷걸음질 치다 발이 트렁크에 걸렸다. 본능처럼 트렁크 손잡이를 잡았다. 어떡하지. (…) 내가 그토록 원했던 고요가 그렇게 나를 덮치고 시야를 깨뜨렸다.(본문 중에서) 폭력과 부조리로 가득한 삶 그럼에도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3포 세대를 지나 5포 세대, 7포 세대라는 신조어들이 난무하는 이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지난해 인구 1,000명당 혼인율은 통계 산출한 1970년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을 보였고 어렵게 결혼을 한다고 하더라도 ‘웨딩푸어’, ‘하우스푸어’ 등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가난 때문에 사랑과 결혼이 좌절되는 시대에 김려령 작가가 이번 작품에서 설정한 ‘기간제 부인’ ‘출장 결혼’은 어떤 사실보다 더 사실적인 모습으로 가슴 서늘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어느새 독자들의 마음에 들어 앉아 현실 같은 이야기 속으로 치닫게 한다. 중산층으로 그럭저럭 살다가 회비가 밀리고 혼인성사자금도 없어 자동 탈퇴된 회원도 있다. 미련으로 계속 NM으로 연락하지만 NM의 답변은 간단하다. 법적 결혼을 하세요. 그게 제일 싸게 먹힙니다. 값진 조언도 잊지 않는다. 잘하면 공짜로 눌러앉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무조건 혼인신고를 하세요. 법적으로 큰소리 칠 수 있고, 한몫 챙기고 끝낼 수도 있습니다. 그때 다시 얘기하죠.(본문 중에서) 『트렁크』는 결혼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여러 관습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심해온 작가의 산물이기도 하다. 작가는 결혼과 사랑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그 형식과 내용을 꼬집고 비틀고 그 이면을 들춰내며 관습이 얼마나 고루한 것인지, 또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덧씌워지는 현실적 욕망이 얼마나 속물스러운 것인지 이야기한다. 관습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공동체의 규범을 언제나 내포하는데 작가는 계약결혼, 성소수자 등의 소재를 전면에 내세워 이 규범의 이면을 바라보려 한다. 규범을 넘어서려는 이러한 작가의 시선을 ‘비딱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러한 작가의 시선은 이미 비딱해진 세계를 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하나의 방법론이 되기도 한다. 작가는 다시 폭력에 대해 말한다. 타인의 삶에 무책임한 호기심을 갖고 개입하는 것 자체가 거대한 폭력이 될 수 있음을, 나아가 타인의 삶에 간섭하고 영향력을 끼치려는 욕망이 결국 자신의 삶을 그르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말한다. 이것이 ‘사랑’의 어두운 이면인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결국 다시 사랑에 서툰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세계를 끌어안으며 연민한다. 멈추려 해도 멈춰지지 않는 사랑처럼.

너를 봤어

<너를 봤어> <추천평>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가시고백』 등 김려령의 역작 장편들을 '청소년문학'으로 한정하는 것은 우리 문학에 엄청난 손해다. 걸작이 흔히 그러하듯 그의 소설은 당대의 가장 힘들고 외롭고 아픈 존재들을 향하는데, 이 땅에서는 우선 청소년이 그런 존재가 아닌가. 그런 김려령이 이번에는 성과 폭력의 수위가 높은 소위 '19금' 소설을 들고 찾아왔다. 소설뿐 아니라 온갖 매체에서 사랑과 폭력은 넘쳐나지만, 김려령이 하면 격이 달라진다. 극히 대중적인 주제인데도 어느새 우리 시대 삶의 핵심을 치며 특유의 섬세함과 뚝심으로 생동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범상한 듯 실로 비범한 이야기꾼인 것이다. 이 소설이 작가에게 일대 전기일 뿐 아니라 한국문학에도 새로운 활력이 되리라고 믿는다. - 한기욱 문학평론가 소설을 읽는 내내, 「빠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라는 영화를 떠올렸다. 욕망, 순간의 선택, 단호한 세상. 그 때문이 아니었다. 죄의식. 세상을 건설하며 버려왔던, 실은 모른 척해왔던 인간 스스로의 죄의식. 그 안의 심장을 두드리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2013년, 문장이 당신의 심장을 두드리는 최고의 소설. - 변영주 영화감독 《완득이》의 작가 김려령의 놀라운 변신 김려령 장편소설 『너를 봤어』 2013년 당신의 심장을 두드리는 최고의 소설! 청소년은 물론 모든 세대에게 커다란 사랑을 받은 화제작 『완득이』의 김려령 작가가 놀랍도록 강렬한 소설로 돌아왔다. 『완득이』에 이어 영화화가 진행 중인 『우아한 거짓말』과 호평받은 근작 『가시고백』에 이르기까지 김려령 작가는 특유의 위트와 밀도 있는 문장, 녹록지 않은 사유로 단숨에 우리 출판계에서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는 데 성공했다. 『너를 봤어』는 사랑과 폭력을 주제로 벼린 매혹적인 서사를 담고 있다. 한번 손에 들면 쉽게 멈출 수 없는 탁월한 흡인력으로 다가온다. “비범한 이야기꾼”으로서 “생동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의 이 작품은 한국문학 전체에 “새로운 활력”(한기욱 문학평론가)을 불어넣을 것이다. “문장이 당신의 심장을 두드리는 최고의 소설”(변영주 영화감독)이라는 찬사가 무색하지 않을, 올해 문학계 최대의 화두가 될 역작이다. 지독한 사랑, 뜨거운 반전! “우리가 제발 사랑이 아니었으면...” 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정수현’은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공히 인정받는 중견 소설가이자 유수한 출판사의 편집자이다. 모자랄 것 없어 보이는 삶이지만 그에겐 지옥과도 같은 과거들이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아내는 주위의 모든 이들을 숨 막히게 만드는 섬뜩한 차가움을 가졌다. 그녀는 오로지 수현의 애정만을 갈구하지만 그것을 몰랐던 수현은 아내를 은연중에 자살로 내몬다. 또한 수현은 어릴 적 극심한 가정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의 의문사에 일조한다. 자신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자기 안의 괴물을 품은 수현에겐 아버지의 폭력을 대물림해서 쓰레기 같은 삶을 살아가는 형과, 수현과 아내에게 끊임없이 돈을 뜯어내려 하는 치욕스러운 어머니만이 남아 있다. 너 그렇게 자랐구나. 영재가 할머니 벽장에 숨은 것처럼 나는 개천 상류 숲에 숨었다. 하늘도 맑고 바람도 좋은데 나는 늘 왜 아픈지, 너럭바위에 누워 눈물을 훔쳤다. 그래도 그곳만큼 나를 잘 숨겨주고 편하게 해주는 데가 없었다. 너럭바위를 돌절구 삼아 벌레와 나비를 찧으며, 오늘은 얼마큼 맞았나, 사람은 몇번을 찧어야 이렇게 가루가 될까, 사람도 송충이처럼 툭 터뜨릴 수 있을까 하는 상상으로 나를 다독였다. (본문 중에서) 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가족과의 끈질긴 악연과 자신의 이중성으로 나락에 빠져들게 되는 수현에게 어느날 마주한 후배 작가 ‘서영재’의 존재는 유일한 희망과 설렘으로 다가온다. 뜨겁고도 발랄하고 애틋한 수현과 영재의 사랑은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 중의 하나다. 작가가 “지리멸렬한 삶일지라도 끝내 버릴 수 없는, 그러면 안되는 사랑, 그것으로 이제 독자를 만난다”(작가의 말)고 말한 것처럼 이 독특하고도 매력적인 사랑 이야기는 읽는 이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영재가 내 겨드랑이 밑으로 손을 넣어 나를 꼭 안는다. 왜? 예뻐서요. 나도 영재를 안는다. 처음 봤을 때부터 그냥 이렇게 안고 싶었다. 영재가 내가 아닌 남자와 함께 있어도 괜찮았다. 거기서 음식을 먹어도 좋았고 누군가와 떠들어도 좋았다. 등 뒤에라도 내가 느낄 수 있는 거기에 있으면 되는 거였다. “앞으로 내가 예쁠 때마다 안겨.” “아.” “뭘?” “혀.” (본문 중에서) 그러나 태어나 처음 진정으로 느낀 사랑은 커다란 행복임과 동시에 벗어날 수 없는 죄책감을 안기는 굴레가 된다. 영재 또한 수현을 사랑하지만 수현이 보기에 자신이 형제처럼 아끼는 후배 소설가 ‘윤도하’야말로 영재의 진정한 파트너이다. 그리하여 수현은 자신의 예감을 확인하기 위해 영재와 도하에게 협업의 기획소설을 제안한다. 수현은 이제 목숨보다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 무거운 고뇌에 빠진다. 자신의 괴물 같은 모습을 숨길 것인가, 이 모든 것들로부터 홀로 사라질 것인가. 이런저런 대회에서 상도 받았고 무리 없이 대학에 입학해 학기 중에 등단했다. 뒤로도 큰 고비 없이 작품을 발표하며 문단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한 여인과 결혼했다. 이것이 세간에 알려진 나의 이야기다. 지나치게 정석의 코스를 밟아 누구는 내게 그래서 고생살이 없다고 한다. 그것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던 도피와 떨쳐낼 수 없는 두려움과 서러움을 그들은 몰랐다. “수형이냐?” 부르던 아버지가 부지불식간 나타나, “이쪽이에요” 했던 나를 따라왔다. 아버지와 형, 그리고 아내. 그렇게 살다 그렇게 떠난 사람들. 늦은 미련으로 만약에,라는 가정도 하지 않으려 한다.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제 그만 모든 것을 끝내야 한다. 우리가 지금 하는 것이 제발 사랑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영재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본문 중에서) 우리 시대의 핵심을 돌파하는 진정한 소설 『너를 봤어』는 큰 줄기로서의 이야기 바깥에서도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문단과 출판계의 소소한 에피소드나 소설가의 일상을 맛깔나게 그려낸다. 전작들에서 볼 수 있었던 작가만의 위트도 반갑게 만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독자들은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소설로 단숨에 읽어내리게 되는 것이다. 도하의 소설 『졸지에 빠른 형』이 출간됐다. 고등학교 남학생 둘이 자위행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무래도 삼분 안에 끝내기 힘들다는 한 녀석의 말에, 옆의 녀석은 육십초 만에 끊을 수 있다고 호기를 부린다. 마침 동네 형이 나타나자 한 녀석이 묻는다. 형은 몇초 만에 끊을 수 있어? 동네 형은 백 미터 달리기를 말하나 싶어 십육초라고 답한다. 그 바람에 졸지에 빠른 형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 졸형의 이야기다. 고정팬이 제법 많은 작가답게 초반 반응이 좋았다. 그리고 오늘 각 서점을 통해 신청 받은 독자들과 작가와의 만남을 가졌다. 장소는 홍대 근처 문학까페로, 우리 A출판사가 직접 운영하는 곳이다. (본문 중에서) 이 작품의 또하나 중요한 특장은 ‘수위가 세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 자체로도 소설에 깊게 몰입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그와 더불어 이야기에 당위성을 불어넣는 한편 작가의 깊은 사유를 내재하고 있기도 하다. 한번도 진심어린 애정을 경험해보지 못한 수현이 영재와 뜨겁게 사랑하면서 나누는 성애의 묘사는 아름다운 사랑에 행복해하면서도 생의 끝으로 달려가야 하는 수현의 절절한 심정을 공감하게 해준다. 몇 차례 등장하는 돌연한 폭력의 장면들은 숨 막힐 듯 팽팽한 긴장감과 잔혹한 충격을 전하는데, 이는 예술을 향유하면서 안락한 일상을 누리는 우리네 세속적인 삶 바로 한 꺼풀 아래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극단적인 폭력의 세계가 도사리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 폭력의 시퀀스는 가정 내에서조차 회복할 수 없는 갈등을 야기하는 하층 계급의 비참한 현실이나 철저한 자본의 논리 속에 망가져가는 현대인의 삶의 또다른 모습인 것이다. 후미진 인적 없는 곳에 상가가 있다는 게 거짓말 같은 곳이다. 건물은 어려서 살던 개천가 낡은 집보다 더욱 낡았다. (…) 이 건물 지하, 폐업한 지 오래된 식당에 어머니가 살고 있다. 나는 계단을 내려갔다. 점포로 난 계단이라기에는 폭이 지나치게 좁다. (…) 곰팡내와 지린내가 심한 것을 보니 꽤 오랫동안 세입자가 없었지 싶다. 쇠파이프를 지지대 삼아 열려 있는 문 안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놈이 있는 게 분명하다. “개새끼가 한번을 재깍재깍 안 부쳐. 낮에 받아놓으라고 했어 안했어!” “준다잖어, 기다리면 준다잖어!” 욕설과 함께 구타 소리가 이어졌다. 나는 벽에 바짝 붙었다. (본문 중에서) 저잣거리 속에서 태동하고 자라난 장르가 소설이라면, 누구라도 흥미롭게 귀 기울일 수 있는 목청 높은 이야기와, 그 속에 담은 대중들의 애환과 희로애락을 통해 완성되어 우리 곁에 가깝게 자리했을 터이다. 『너를 봤어』는 그래서 참으로 소설다운 소설이다. 거침없이 질주하는 서사와, 일견 무척 극적이지만 실은 우리의 시대상을 반영한 리얼리즘적 시각이 다시 소설이란 무엇인가를 신명난 감흥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서사 부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작금의 한국소설에 단비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오늘 김려령 작가의 새로운 행보와 마주했다. 단언컨대 이 발걸음은 작가 개인에게도, 한국문학 전체에도 커다란 의미를 지니기에 충분하다. 『너를 봤어』를 읽으며 보낼 우리의 하룻밤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영재는 내게서 숲 냄새가 났다고 한다. 그래서 나와 함께 있으면 잎 많은 숲에 기분 좋게 누워 있는 것 같았다고. 부드럽고 선선해서 잠이 솔솔 왔다고. 후후후. 어릴 적 숲이 내게 남았나보다. 그 숲을 영재에게만 보여줬나보다. 영재에게는 하얀 토끼풀꽃 냄새가 난다. 아무 냄새 없는 것 같으면서 달콤하고, 단가 싶으면 쌉쌀한. 너른 토끼풀밭에서 뒹굴다 방금 나온 아이 같은. 그것이 영재다. 곁에서 같이 놀아도 좋고, 토끼풀꽃 하나 들고 달려오면 그대로 안아줘도 좋은.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