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진
김소진
평균평점
열린 사회와 그 적들

<열린 사회와 그 적들> 1993년 12월, 한국문학의 새로운 플랫폼이고자 문을 열었던 문학동네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을 발간, 그 첫 스무 권을 선보인다. 문학의 위기, 문학의 죽음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 문학의 황금기는 언제나 과거에 존재한다. 시간의 주름을 펼치고 그 속에서 불멸의 성좌를 찾아내야 한다. 과거를 지금-여기로 호출하지 않고서는 현재에 대한 의미부여, 미래에 대한 상상은 불가능하다. 미래 전망은 기억을 예언으로 승화하는 일이다. 과거를 재발견, 재정의하지 않고서는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없다. 문학동네가 한국문학전집을 새로 엮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은 지난 20년간 문학동네를 통해 독자와 만나온 한국문학의 빛나는 성취를 우선적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앞으로 세대와 장르 등 범위를 확대하면서 21세기 한국문학의 정전을 완성하고, 한국문학의 특수성을 세계문학의 보편성과 접목시키는 매개 역할을 수행해나갈 것이다.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12 김소진 대표중단편선 열린 사회와 그 적들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제12권은 김소진 대표중단편선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다. 황석영-이문구-조세희로 이어지는 70년대 사실주의의 계승자로 평가받는 김소진은 주변부 존재들의 궁핍한 삶에 꾸준한 관심을 보이면서 누구에게도 호명되지 못한 이들을 충실하게 기록하고자 한 서기관이자 대변인이었다. 사회나 역사 대신 개인의 욕망을 보다 중시한 90년대의 소설적 경향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추상적 이념으로만 존재하는 민중이 실제로 어떻게 살아가는지 풍부한 토속어를 통해 생생하게 재현해냈다. 김소진은 육 년여의 짧은 시간 동안 열정적이고 성실한 글쓰기로 수많은 걸작들을 남겼다. 그 가운데 1991년에 발표한 등단작인 「쥐잡기」에서부터 그의 마지막 단편소설이 된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까지, 작가생활의 처음과 끝에 나란히 놓인 두 편의 단편소설을 포함하여 총 열세 편의 작품을 선별하여 한자리에 모았다. 몸이 불편해 자리에 몸져누운 아버지, 아버지를 대신해 억척스럽게 온갖 일을 도맡아 하는 어머니, 그리고 부모님의 가난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나’까지, 김소진의 소설 속 인물들은 겹겹의 상처로 둘러싸인 시간들을 통과해왔다. 그러나 날이 선 고통이 할퀴고 갔음에도 이에 쉽사리 절망하지 않는다. 우리가 잊고 살아온 상처, 고통의 시간들을 김소진은 잊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그 시절로 되돌아가고 그것들을 기억하려 애쓴다. 애달픈 삶에 대한 연민과 소외되고 잊혀진 존재들을 향한 따스한 시선이 작품 곳곳에 배어 있는 이번 소설집을 통해 생에 대한 절망이 아닌 긍정으로 우리를 이끌어가는 단단한 손을 붙잡을 수 있을 것이다. 김소진의 소설은 흔히 말하는 ‘열린 사회’가 주변부 달동네에 이미 있었음을 밀도 있게 전달하는 한편 그렇게 이미 구축되어 있는 ‘열린 사회’를 그 ‘적’인 모더니티가 얼마나 치명적으로 훼손시키고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이렇게 김소진의 소설들은 이미 70년대 변두리에 건설되었던 공감의 공동체를 놀랍도록 밀도 있게 제시하거니와 그를 통해 그곳은 단순히 그리워하는 추억 속의 옛 곳이 아니라 우리가 반드시 다시 도달해야 할 그곳임을 분명히 한다. 이것 역시 김소진 소설이 지나간 과거의 소설 정도가 아니라 우리 문학의 오래된 미래임을 알려주는 주요한 표지임은 물론이다. _류보선(문학평론가, 군산대 국문과 교수) 1990년대 이후에 나타나는 김소진 문학의 새로운 형태의 기억의 서사는, 현재의 변화에 대해 합리적인 설명을 부여할 수 없게 된 상황과 그러한 상황을 초래한 보다 더 근본적인 힘의 발견에 대응된다. 때문에 이 기억의 서사는 이전 시기의 공적이자 역사적인 존재로서의 주체보다 사적이자 실존적인 주체에 더욱 밀착되어 있다. 현재와 단절된 그 기억의 풍경 속에 현실의 변화 속도가 감히 손을 미치지 못하는 황금의 시간들이 놓여 있다. 순금처럼 단단하고도 아름답게 굳어 있는 시간들을 불러내어 현실의 변화에 맞설 수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기억의 서사가 갖는 의미에 다름아닐 터이다. _손정수(문학평론가, 계명대 문예창작과 교수)

자전거 도둑

<자전거 도둑> 이 전집은 모두 여섯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작가의 중단편을 시기별로 재구성하여 세 권으로 묶었다. 새로운 지식인 소설의 탄생으로 평가받았던 그의 초기작으로부터 아버지의 자리를 고통스럽게 확인하는 기억의 서사를 거쳐 새로운 소설적 가능성을 시도했던 후기작들에 이르는 김소진 소설세계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드러내기 위함이다. {장석조네 사람들}은 연작의 형식임을 고려하여 따로 독립시켜 한 권으로 묶었고, 짧은 소설들을 한 권에 담았다. 그리고 작가의 산문, 그 외의 자료들을 또 한 권에 담았다. 매권 끝에는 새로 해설을 달아 김소진 문학의 현재적 의미를 가늠해보고자 하였다.

장석조네 사람들

<장석조네 사람들> 이 전집은 모두 여섯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작가의 중단편을 시기별로 재구성하여 세 권으로 묶었다. 새로운 지식인 소설의 탄생으로 평가받았던 그의 초기작으로부터 아버지의 자리를 고통스럽게 확인하는 기억의 서사를 거쳐 새로운 소설적 가능성을 시도했던 후기작들에 이르는 김소진 소설세계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드러내기 위함이다. {장석조네 사람들}은 연작의 형식임을 고려하여 따로 독립시켜 한 권으로 묶었고, 짧은 소설들을 한 권에 담았다. 그리고 작가의 산문, 그 외의 자료들을 또 한 권에 담았다. 매권 끝에는 새로 해설을 달아 김소진 문학의 현재적 의미를 가늠해보고자 하였다.

신풍근배커리 약사

<신풍근배커리 약사> 이 전집은 모두 여섯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작가의 중단편을 시기별로 재구성하여 세 권으로 묶었다. 새로운 지식인 소설의 탄생으로 평가받았던 그의 초기작으로부터 아버지의 자리를 고통스럽게 확인하는 기억의 서사를 거쳐 새로운 소설적 가능성을 시도했던 후기작들에 이르는 김소진 소설세계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드러내기 위함이다. {장석조네 사람들}은 연작의 형식임을 고려하여 따로 독립시켜 한 권으로 묶었고, 짧은 소설들을 한 권에 담았다. 그리고 작가의 산문, 그 외의 자료들을 또 한 권에 담았다. 매권 끝에는 새로 해설을 달아 김소진 문학의 현재적 의미를 가늠해보고자 하였다.

바람 부는 쪽으로 가라

<바람 부는 쪽으로 가라> 이 전집은 모두 여섯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작가의 중단편을 시기별로 재구성하여 세 권으로 묶었다. 새로운 지식인 소설의 탄생으로 평가받았던 그의 초기작으로부터 아버지의 자리를 고통스럽게 확인하는 기억의 서사를 거쳐 새로운 소설적 가능성을 시도했던 후기작들에 이르는 김소진 소설세계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드러내기 위함이다. {장석조네 사람들}은 연작의 형식임을 고려하여 따로 독립시켜 한 권으로 묶었고, 짧은 소설들을 한 권에 담았다. 그리고 작가의 산문, 그 외의 자료들을 또 한 권에 담았다. 매권 끝에는 새로 해설을 달아 김소진 문학의 현재적 의미를 가늠해보고자 하였다.

그리운 동방

<그리운 동방> 이 전집은 모두 여섯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작가의 중단편을 시기별로 재구성하여 세 권으로 묶었다. 새로운 지식인 소설의 탄생으로 평가받았던 그의 초기작으로부터 아버지의 자리를 고통스럽게 확인하는 기억의 서사를 거쳐 새로운 소설적 가능성을 시도했던 후기작들에 이르는 김소진 소설세계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드러내기 위함이다. {장석조네 사람들}은 연작의 형식임을 고려하여 따로 독립시켜 한 권으로 묶었고, 짧은 소설들을 한 권에 담았다. 그리고 작가의 산문, 그 외의 자료들을 또 한 권에 담았다. 매권 끝에는 새로 해설을 달아 김소진 문학의 현재적 의미를 가늠해보고자 하였다.

김소진 단편집 초판본

<김소진 단편집 초판본> 지식을만드는지식의 ‘초판본 한국 근현대소설 100선’ 가운데 하나. 본 시리즈는 점점 사라져 가는 명작 원본을 재출간하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이 엮은이로 나섰다. 1997년에 췌장암으로 요절한 작가 김소진의 작품을 실었다. 전쟁포로 출신인 아버지와 억척어멈이었던 어머니 이야기가 많다. <용두각을 찾아서>에는 어머니의 음부를 우연히 훔쳐 본 소년 이야기가 나온다. 이러한 유년시절의 충격적 체험에 의해 순결한 성(性)에 대한 환상이 깨어진 존재에게 어머니는 부정적인 여인상으로 각인된다. 그리고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하혈”은 곤고한 삶을 살아온 어머니의 끈질긴 생명력의 산물이라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성의 신비스러움과 생산성의 상실을 의미하는 불모성의 상징으로 읽을 수 있다. 어린 아이가 어머니에게 가지는 맹목적 동경과 신뢰가 상실된다는 점에서, 이는 인간이 가지는 순수한 동경과 꿈에 대한 원초적 결핍으로 기능한다. 결핍과 그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 이것이야말로 김소진 소설의 원동력이다. <쥐잡기>는 아버지께 바치는 제문이다. 전쟁 와중에 월남한 아버지의 곤고한 삶을 아들의 시각에서 조명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드러나는 아버지는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이데올로기와는 무관한 인물이다. 휴전협정이 조인되고 포로수용소에서 이남과 이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순간, 아버지는 “잔뼈가 굵은 고향이 있고 부모처자가 있는” 북쪽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과 “물밑쪽 같은 신세 이제 고향에 돌아가믄 뭘 하겠나” 하는 체념 사이에서 혼란에 빠진다. 그러다 “폭동의 와중에서 우연히 아버지를 깨우는 바람에 목숨을 건지게 해 준 흰쥐가 꼬랑지를 살랑살랑 흔들며 이남 쪽으로 걸음을 떼”는 모습을 보고 남쪽을 선택한다. <고아떤 뺑덕어멈>에서 아버지는 북에 두고 온 아내 최옥분과 닮은, 동네 극단 심청전의 뺑덕어멈으로 나온 여인을 보고 상사병을 앓는다. 일찍이 중풍을 앓아 어머니와 십여 년간 잠자리를 함께한 적이 없는 아버지가 여인의 살품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그는 뺑덕어멈의 사진에 ‘고아떤 최옥분’이라고까지 적어 놓았다. 아버지는 남한에서의 구차한 삶을 과거(북)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으로 위무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는 유년시절 잃어버린 꿈의 의미를 글쓰기로 위안하며 살아가는 작가의 욕망과 정확히 일치한다. <개흘레꾼>에는 성의 모티프가 반복적으로 제시된다. 이 작품에서 아버지는 개들의 흘레에 집요한 관심을 보인다. 아들은 앞으로도 개흘레를 계속 붙일 것이냐고 묻는다. 아들의 질문에 아버지는 지난 시절 거제도 수용소의 체험을 들려준다. 수용소 내 좌우 대립 항쟁 와중에 아버지는 ‘개를 시켜서 성기를 물어뜯겠다’는 고문 협박을 당한 이야기다. 셰퍼드의 위세 앞에 아버지는 아랫도리에 이상한 통증을 느끼며 혼절한다. 정신을 차린 아버지는 자신이 불구가 되었다는 강박에 시달리게 되고 이러한 자책이 북에 두고 온 아내와 자식 그리고 고향을 잊게 하였다는 점을 고백한다. 개흘레에 대한 관심은 자신의 훼손된 성에 대한 보상 심리에서 발원한 셈이다. <혁명기념일>에는 프랑스 대사관에서 열린 프랑스 대혁명 기념식이 소재로 나온다. 혁명 기념 파티에 우연히 참석한 정섭은 1980년대에 함께 운동했던 선배 석주를 만나게 된다. 석주는 독재정권에 빌붙어 정치인으로 전락한 아버지에 대한 반항으로 운동을 시작하였으며, 이는 아버지를 파국으로 모는 동시에 독재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지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석주가 지금은 아버지의 길을 따라 외교관으로 출세 가도를 달리고 있다. 석주는 같이 운동했던 동료의 애인을 가로채서 결혼까지 했다. 즉, 석주는 아버지를 거부했다가 또 다른 아버지인 자본의 논리에 투항한 셈이다.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에는 “황금빛 똥”의 배설이 상징적으로 제시된다. 글쓰기의 거름이 되었던 과거의 꿈과 기억, 그리고 결핍의 체험이 그의 육체에서 소화되어 “황금빛” 희망으로 변주된다. 그는 “천당”과 “지옥”이 뒤엉켜 있는 삶의 현장에서 과거의 체험은 절망이 아니라 오히려 희망의 지렛대임을, 심리적 결핍을 벌충하려는 욕망이 오히려 문학의 추동력이 됨을 보여 준다. 그러나 그의 문학 세계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인 “황금빛 똥”이 발효되어 우리 문학의 토양을 기름지게 하기도 전에 그의 글쓰기는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