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를 걷는 신라공주> 책 소개 신라 공주와 페르시아 왕자의 만남, 그 비밀을 탐색하며 새 시대의 비전을 예감하다 이번에는 천사백 년 전, 신라와 페르시아다. 《한복 입은 남자》, 《제명 공주》, 그리고 마침내 《김의 나라》까지, 3부작 역사 미스터리로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소설가 이상훈. 그가 역사적 고증과 문학적 상상력을 결합한 신작 장편소설로 다시 독자들을 찾아왔다. 《테헤란로를 걷는 신라 공주》는 신라와 페르시아의 오랜 역사적 인연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오늘날의 페르시아, 곧 현대 이란은 대한민국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다. 70년대 중동 건설 붐은 한국 경제발전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영화 〈국제시장〉에서 잘 드러나듯 한국인들의 핵심적인 집단기억 중 하나로 남아있다. 그 시절 이란은 한국 기업과 노동자들이 산업 현장에 대규모로 초청하던 대표적인 중동의 부국이었다. 그 과정에서 페르시아의 어느 설화를 친구로부터 저자는 전해 듣게 되었으며, 그 설화가 소설 구상의 시작이었다. 그것은 옛날 페르시아 왕자의 이야기였다. 페르시아가 아랍인들의 침략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왕자는 다른 나라로 몸을 피하게 되었는데, 그곳이 놀랍게도 실크로드 동쪽 끝의 머나먼 나라, 신라였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점은 그곳에서 페르시아 왕자가 신라 왕의 환대를 받으며 신라 공주와 결혼까지 했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결국 페르시아 제국을 재건했다는 뒷이야기였다. 어떻게 신라, 다시 말해 한국에 대한 이야기가 페르시아인들 사이에서 그렇게 널리 구전되고 있었던 것일까? 작가는 TV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시나리오를 쓰며 다른 역사소설을 집필하는 와중에도, 이 화두에 얽힌 역사적 증거들을 차근차근 조사해 왔다. 그 결과 탄생한 이 소설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한 부분은 증거에 따른 고증과 작가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의 이야기다. 그리고 다른 한 부분은, 한국과 이란의 역사적 인연을 탐구하는 작가의 여정을 일종의 소설적 분신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여기에는 한국의 여러 이란 연구자들은 물론, 민간 교류에 헌신해 온 여러 숨은 공로자들의 모습도 투영되어 있다고 하겠다) 이 파트에서는 다큐멘터리 피디 형석이 찾아 떠나는 출생의 비밀이 그려진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두 파트는 서로 교감하며 한 뜻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페르시아에 관련한 자료란 자료는 모두 섭렵하며, 방대한 역사적 데이터에 기반하여, 하지만 한편으로는 간명한 구도와 쉽고 명쾌한 문장들 속에서, 자신이 보고 느꼈고 추론하고 또 상상했던 과거와 현재의 한국, 그리고 페르시아의 모습들을 밝혀낸다. 그리고 서구인들의 단선적인 가치관 속에 파묻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에도 중요한 의미와 가치가 있었음을, 그리고 페르시아와 신라인들의 개방성이 높은 수준의 문화적 성취를 낳았음을 독자들에게 실감시킨다. 16회 류주현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김의 나라》의 후속작, 《테헤란로를 걷는 신라 공주》로 천 사백 년 전 신라 공주가 못다 이룬 페르시아 여행을 떠나자.
<김의 나라> 고려의 《삼국사기》에 의해 왜곡되고 중국의 동북공정에 의해 가리워진 신(新)-신라(新羅)-금(金)-청(靑)으로 이어지는 ‘김의 나라’의 역사! 이상훈 작가의 장편소설 《김의 나라》는 우리가 국사 수업 시간에 단 한 번도 배운 적 없는 신라의 마지막 태자 김일의 미스터리한 역사적 발자취를 파고든다. 고려 입장에서 편찬한 역사서 《삼국사기》는 그가 신라 패망 후 돌연 상복(마의)을 입고 금강산으로 들어가 홀연히 사라져버렸다고 서술할 뿐이다. 하지만 저자는 강원도 인제를 중심으로 신라부흥세력을 규합했던 마의태자 김일의 흔적과 역사 자료들을 발굴하고, 그가 더 넓은 북방의 땅으로 건너가 발해를 일구었던 우리 조상의 후예들을 만나고 여진족과 합심해 새로운 대제국을 건설하는 발판을 다졌다는 박진감 넘치는 역사적 추리를 완성해낸다. 인제의 한계산성과 경주의 문무왕릉비 하단석 등 숨길 수 없는 유물·유적은 물론 중국의 《금사(金史)》와 조선시대 추사 김정희가 남긴 《해동비고(海東碑攷)》 등의 오랜 기록을 바탕으로 한 고증과 합리적 추론은 미스터리한 소설 전개에 더욱 깊이 빠져들게 만든다.
<독도 1> 독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각의 픽션소설 소설은 318 전경 홍 일경이 훈민정음체로 적힌 한 죽서를 발견하면서 시작한다. 홍 일경이 그 죽서를 읽기 시작하듯이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 역시 조선 선조 시대, 그리고 삼봉도(현 독도), 정여립의 대동계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에 빨려 들어갈 것이다. 조선 시대 왕권 강화를 위해 대동계의 몰락을 꾀한 선조의 비밀스러운 계획으로 "월은단"의 수장 무창에게 지시를 내리지만 조명학의 함정에 빠져 되려 유배를 당하게 된다. 이 무창을 삼봉도로 보내면서 소설은 무창을 비롯한 13인의 각자의 사연, 그리고 삼봉도를 배경으로 하여 전개되어 간다. 여기서 작가는 사실을 중심으로 하여 새로운 가설을 세운다. "만약 대동계가 모반을 꾸미는 단체가 아니라 왜의 침입을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닌가?" 이 획기적인 가설을 중심으로 하여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역사적 사실들이 흥미롭게 엮이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낸다.
<봉구삼촌> 바보 삼촌의 무한한 내리사랑을 그린 소설 『봉구 삼촌』. 욕쟁이 할매와 미소천사 봉구 삼촌, 사춘기 소녀 은서의 이야기가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 맡겨진 순간부터 늘 은서를 위해 사는 사람인 듯 은서의 일상을 둘러싸고 있는 바보 삼촌 봉구. 사춘기 중학생인 은서는 그런 삼촌이 달갑지 않다. 은서는 삼촌을 철저히 외면하고, 은서의 친구들은 그런 삼촌을 동네 미친놈인줄 안다. 어느 날, 즐겨듣는 라디오에서 일상의 에피소드를 공모하면 매월 장원을 뽑아 노트북을 준다는 소실을 듣게 된 은서. 노트북이 너무 갖고 싶었던 은서는 봉구 삼촌을 자신이 바라는 멋진 삼촌으로 둔갑시켜 거짓 사연을 보내는데…. 봉구 삼촌의 순수함이 만들어내는 소소한 에피소드들과 구수한 사투리 문체가 매력적이다. 이 소설은 출간과 동시에 영화화가 결정되기도 했다.
<한복 입은 남자> “조선의 천재, 지중해의 별이 되다!” 역사와 상상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숨 가쁜 저공비행! 지금까지 누구도 설명할 수 없었던 조선사 최대의 난제, 장영실 미스터리의 거대한 빗장이 드디어 열린다! 한·중 합작 전격 영화화 결정! 역사에 매몰된 천재 장영실에 대한 집요한 추적과 치밀한 고증 노비의 신분으로 세종의 총애를 받아 종3품까지 올랐던 장영실. 세계사에 한 획을 긋는 위대한 발명품을 수없이 만들어냈던 장영실이 세종의 가마를 잘못 설계했다는 사소한 이유로 역사의 모든 기록 속에서 사라진다. 그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작가는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10년의 시간과 열정을 바쳐왔다. 그리고 그 실마리를 엉뚱하게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에서 발견한다. 도르래 원리를 이용한 기중기부터 다연발 로켓, 물시계, 비차의 모형도까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수많은 스케치에는 우연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장영실과의 접점이 나타난다. 장영실이 천만 길 바다를 건너 유럽으로 건너가 우여곡절 끝에 어린 다빈치를 만났다면, 이것이 가능한 이야기일까? 저자는 이제까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거니와 다소 황당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이 ‘역사적 가정’의 공백을 소위 팩션의 형식을 빌려 빈틈없이 채워나간다. 한 부분이라도 어긋나면 허망하게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는 돌탑을 쌓듯, 정교한 솜씨로 이야기의 퍼즐을 완성해내고 있는 것이다. 작가적 집중력과 성실성, 지적 탐구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불가능한 시도이다. 치밀한 자료조사와 고증을 씨줄로 삼고 시공간을 종횡무진하는 상상력을 날줄로 삼아 촘촘히 직조해낸 이 이야기가 놀라운 것은 단순하고 충격적인 허구의 공간을 넘어 한국 소설문학의 새로운 영역을 열어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 맥락과 문학적 설득력, 사상적 기반이 전제되지 않았다면, 이 또한 도로에 그치고 말았을 일이다. <해설> 《한복 입은 남자》는 현재와 과거, 조선과 명나라, 동양과 서양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읽는 이의 마음을 틔워주고 넓혀준다. 최근에 나는 우리 소설들이 소재 면에서나 주제 면에서 빈곤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우리 소설의 소재와 주제는 너무 많이 동시대적이고 너무 많이 현실적이다.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 비현실적인 전개 속에 현실을 넓게 보고 날카롭게 진단하는 사유 능력이 내재되어 있다. 비로소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 이 소설은 유럽 중심적인 역사 해석을 해체하면서 새롭고 공평한 문명사의 교섭을 장영실의 행방이라는 핵심적 사건을 중심으로 흥미롭게 엮어나간다. 이 질문과 추구의 방식이 날카로우면서도 지적이고 재미마저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이 소설의 사상을 충분히 수긍할 수 있게 된다. 적어도 나는 작가의 생각을 믿는다. (…) 나는 소설 양식이 시험받는 이 시대에 이처럼 넓고 큰 이야기가, 그것을 직조할 수 있는 작가가 있음을 다행으로 여긴다. 우리 소설은 이러한 작가를 필요로 한다. 장편소설의 분량에 걸맞은 능력과 성실성을 갖춘 작가를 말이다. 나는 독자들이 이 작가를 알아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이 흥미진진할 뿐만 아니라 담대한 사상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방민호(문학평론가, 서울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