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수
김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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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본 | 재이 (전5권)

<합본 | 재이 (전5권)> 작가의 말 스물하나. 교정의 벚나무와 목련나무 아래 바위에 앉아 있었다. 정오의 팽팽한 공기 속에 심심해서 미치겠다고 중얼거렸다. 심심하다는 말은 뭔가 빠져 있다는 심중의 말이기도 했다. 결핍. 그것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 알지 못했다. 그때 재이를 만났다. 오늘 숲 속의 나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아침의 느릿한 공기를 휘젓는 뻐꾸기 소리를 들었다. 뻐꾹 뻐꾹 뻐꾹……. 천만 년 전부터 그렇게 노래하고 있었을 것 같은 뻐꾸기 소 리였다. 충만. 그저, 오랫동안, 나무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충분히 충만했다. 키 큰 나무들의 가지와 이파리들 잔풀과 잔꽃과 잔나무들 또, 땅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드는 나무뿌리들까지 뻐꾸기 소리에 충분히 충만해지는 아침이었다. 스물하나. 그때 나는 재이가 늘 궁금했다. 늘 재이를 만나고 싶었다. 결핍을 채우기 위해 분주히 뛰어다닐수록 더욱 결핍해지던, 속수무책의 재이. 그런 재이가 안쓰러웠고 그런 재이를 도와주고 싶었다. 그러나 나 역시 그때는, 재이였다. 지금, 다시 정오다. 벚나무와 목련나무 아래 바위에 앉아 재이를 오래오래 응시하고 싶다. 정오를 지나 저녁이 되고 밤을 지나 아침이 되는 것처럼 도시를 지나 숲 속 나무 의자에 앉아 뻐꾸기 소리를 듣는 재이를 만날 때까지.

아빠 살고 싶다

<아빠 살고 싶다>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장편 <미로>로 등단한 작가 김미수의 네 번째 장편소설.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 오직 아들 하나를 잘 키우는 것이 폼 나게 사는 일이라고 확신하던 아빠와 시간이 지날수록 명문고에서 더 이상 나갈 데 없는 벼랑으로 내몰리는 아들, 그들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태도와 반응을 강력한 서사로 이끌어 가면서 우리가 맹목적으로 질주하는 행복의 조건은 과연 정당한가를 묻는 작품이다.

모래인간 3권

<모래인간 3권> “엄만 원래부터 없었어요. 할머니는 바닷가에서 민박을 해요. 그 집에 난 이제 안 가요. 언제부턴가 여름만 되면 아저씨들이 집적대거든요. 거긴 집이 아니라 냄새나는 시궁창이에요. 내 몸의 거기에도 더러운 물이 고이기 시작했고. 할머니도 점점 더러워졌어요. 눈에서도 코에서도 입에서도 더러운 물이 나오고…….” “음. 독침으로 뱀을 쓰러뜨리는 거미도 있잖아요. 머리부터 즙을 다 빨아먹고 나서 헝겊같이 된 뱀 껍질을 굴 밖으로 내다 버린다니까요. 그런데 아저씨, 난 요새 참 이상해요. 나를 괴롭히던 끔찍하고 더러운 것뿐만 아니라 내 눈에 띄는 싱싱하고 싱그러운 것들도 다 해치우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린다니까요.” 너는 세상의 모든 것에 적의를 느끼는 듯했다. 나를 삼킬 것처럼 창백한 얼굴을 내게로 들이밀었다. 나도 모르게 뒤로 물러앉았다. 너는 내 반응에 소리 내어 웃었다.

장편소설 재이-통합본

<[분권] 장편소설 재이-통합본> 작품해설 중에서 왜 우리는 ‘자기 자신’으로 살지 못하는가. 문학의 오랜 질문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질문의 덫은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우리가 잘 모른다는 데 있다. 김미수의 장편 <재이>에 나오는 인물들은 각자의 성장 환경, 경제적 사회적 조건에 상관없이 심하게 존재적 결핍감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 결핍이 추동하는 욕망과의 싸움 에서 거듭 패배한다. 이 패배는 자기 자신과 타자에 대한 이 중적 환상을 누적시키면서 자기 기만과 자기 부정의 구멍을 깊 게 만든다. 이들은 안타까울 정도로 서로 가면 과 허위의 이야기로 엮여 있고, 그 ‘가짜 인생들’ 안에서 상처 와 고통을 주고받는다. 재이에게 서아는 사랑과 욕망의 대상, 온통 닮고 싶고 혼자 소유하고 싶은 존재가 된다. 물론 서아는 재이의 이런 욕망을 너무도 잘 안다. 심지어 그 욕망을 이용하고 즐기기까지 한다.

소설직지

<소설직지> 한국소설가협회 청주시가 공동주관하는 제1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인 김미수씨의 장편소설 《소설직지》는 구원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현대인의 삶 속에서 진정한 구원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또한 《소설직지》는 고려 말의 시대 상황에서 피해자가 된 석찬과 석찬의 어머니 그리고 기녀 화선의 이야기이다. 동시에 왜구에게 무차별하게 도륙당하고 혼란한 정치의 희생물이 되어야 했던 백성들의 이야기이다. 석찬은 고려 말 왜구에게 가족을 잃고 백운선사의 제자가 되지만 끝내 스승을 떠난다. 그는 기녀 화선과 사랑에 빠지고 왜구에게 도륙 당하는 백성과 타락한 승려를 보면서 크게 방황한다. “내가 승복을 입지 않고 화선이 기녀의 옷을 입지 않는다면 우린 선남선녀처럼 마음껏 마을을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오.” 석찬의 방황은 진정한 구원을 향해 질주한다. “살생하지 말라는 계율을 어기고 신돈은 내 부형을 무참히 죽였소. 무소유나 탁발수행의 계율을 두고도 사찰은 커지고 사유지는 넓어지고 있소. 음욕을 버려야할 승려가 여자를 취하고 고기를 먹고 있소. 계율 밖의 승려가 승려요?” 유숭은 승려를 살해하고 사찰을 불태우는 것이 백성들을 구원하는 일이라고 확신한다. 고려 말에서 조선 초로 이어지는 격변기에, 백운 선사는 풍전등화의 고려와 불교계를 바라보면서 왜 하필 《직지》를 편찬하였는가? 석찬이 왜구의 칼 앞에서 2년 동안 금속활자로 《직지》를 인쇄한 참가치는 무엇인가? 진무가 죽음을 각오하고 《직지》를 찾으려고 중국을 떠도는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 《소설직지》는 진정한 구원을 찾아 길에서 길로 떠도는 현대인의 초상이 담긴 소설이다. 《소설직지》의 작가 김미수씨는 2010년 동아일보신춘문예 당선 소설가로 그동안 단편소설 《미로》, 단편집 《불구하고 사랑》등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해왔다. 이번 《소설직지》가 첫 번째 장편이다. 제1회 직지문학상 대상 <소설직지> “그것만이 저들을 감복시킬 수 있소. 칼 앞에 당해낼 수 없다면 칼보다 강한 것을 보여주어야 하오. 그것이 바로 저들에 대항할 유일한 우리의 무기요. 대중을 감화시킬 수 있는 실천인 것이오.” 이 작품은 역사적인 제재의 성격을 구체화하는 데에 소설적으로 무리 없는 결구(結構)를 이루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사실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상상력을 통해 동원하고 있는 허구적 요소들이 매우 치밀하게 조립되어 있어서 상당한 응집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되었다. 무엇보다 ‘직지’의 숨은 뜻을 해석하는 작가의 역사의식이 폭 넓은 문화사적 기반 위에서 확립된 것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음을 밝혀 둔다. 이 작품이 우리 문단에 역사소설의 한 장을 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역시 크다. -권영민(문학평론가, 단국대학석좌교수)심사평에서 새벽에 이 글을 쓴다. 다행이다. 여명에 시작하여 해지기 전까지 밝은 창밖을 내다보며 <소설직지>를 썼다. 참 다행이다. “대담하게 똑바로 보라.” 소설을 쓰는 동안 루쉰의 말을 잊지 않으려고 애썼다. -김미수, 작가의 말에서

모래인간-통합본

<모래인간-통합본> 김미수 소설집 『모래인간』에는 마지막 여행에서 연인에게 살해될 것을 예감한 여인의 이야기인 「모래인간」, 자신을 떠나간 아내와 만나기 위해 쉼 없이 택시 운전을 하는 남자의 이야기인 「주황색 불빛」, 그리고 시력을 상실해가는 여자를 다룬 「소멸 연습」 등 아홉 편의 단편이 묶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