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한글판) 035> 일본 근대 문학의 대표 작가, 호리 다쓰오가 그린 순애보 소설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의 모티프 작품인 《바람이 분다》가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의 35번째로 출간되었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도 알려진 이 소설은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가슴 아픈 순애보를 담고 있다. 호리 다쓰오의 실제 연인이었던 약혼녀 야노 아야코는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깊이 사랑했고, 오랫동안 서로의 곁에 머물고 싶었기에 병을 극복하고 살아야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작가는 이러한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소설 속 주인공의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바람이 분다》의 주인공은 그의 아픈 연인 세쓰코를 돌보며 소중한 나날을 보낸다. 그는 온 힘을 다해 애써 밝게 살아가려 하는 세쓰코를 지켜보면서 죽음을 마주한 연인과의 마지막 시간을 아름다운 시절로 그려 낸다. 두 남녀가 그리는 지고지순한 사랑은 죽음과 삶 사이에 위태롭게 놓여 있지만 무엇보다 순수하고 아름답다. 누구나 과거의 기억 속에 그리움이나 기다림, 상처 한둘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그러나 그들에게 사랑은 지나간 상처나 추억의 편린이 아니다. 무엇보다 소중한 삶이자 행복 그 자체다. 작품 속 연인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와 연인을 떠나보낸 후 남겨진 이에게 진정한 삶은 무엇인지 되새겨본다.
<눈 위의 발자국> “호리 다쓰오, 읽는 이의 마음을 전혀 혼탁하게 하지 않는 작가!” 호리 다쓰오는 소소한 일상적 사물에 대한 사랑, 지극히 보통 감정에 대한 공감으로 작품을 채웠다. 일상적인 사물과 감정을 보다 높고, 보다 보편적인 세계에 연결하는 일, 호리는 그것에서 자기실현의 길을 찾고 또 그 사명을 실현할 목표를 발견해 냈다. ‘자기 내면에 깊어진다는 것은 결코 인생에 대한 대립을 의미하지 않는다’라는 이 작가의 확신이 생겨나는 원천이 바로 거기에 있다. ‐ 사사키 기이치(문예평론가) 호리 다쓰오는 현대 일본에서 유례가 드물 정도로 자기만의 통일된 세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며 발전시킨 작가다. 현대 일본 문학은 오히려 이 작가로부터 일본 문학에서의 새로운 방법의 실험자와 개척자를 발견한다. 많은 가능성을 이 작가가 걸어간 자취를 더듬어 봄으로써 찾아낼 수 있다. ‐ 이토 세이(소설가·시인·문예평론가·번역가)
<루벤스의 위화> 그는 별 생각 없이 그 중 한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때 그의 손가락 끝이 살짝 그 사진의 뺨에 닿았다. 그는 장미 꽃잎에 닿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자 부인은 나머지 한 장의 사진을 받아들면서 말했다. “그래도 이 사진이 이 아이와 더 닮지 않았나요?” 그 말을 듣고 보니 그 사진이 현실의 그녀와 많이 닮아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른 한 쪽은 그의 공상 속의 그녀, ― ‘루벤스의 위화’와 꼭 닮았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그는 실물을 보지 않는 사이에 사라져버린 방금 전의 오래된 버섯 빛깔의 환영을 상기했다. -책 속에서-
<바람이 분다 - 미야자키 하야오에게 영감을 준 죽음과 삶과 사랑의 이야기> "1930년대와 40년대 일본의 대표적인 연애소설 『바람이 분다』가 70년의 시간을 넘어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통해 다시 주목 받다!" 『바람이 분다』는 일본 근대를 대표하는 소설가 호리 다쓰오(堀 辰雄)의 순애소설이다. 폐결핵에 걸린 약혼녀를 산 속 요양소에서 정성껏 돌보는 한 남성의 순애보적인 이야기가 간략한 문체로 가슴 아리게 전해지는 이 소설은 작가의 실제 경험에서 쓰인 자전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이 소설이 집필된 1930년대 일본은 폐결핵이 크게 유행했고 군부의 힘이 사회 전체를 뒤덮는 등 희망 없는 시대였다. 이에 많은 젊은이들이 고뇌하며 좌절했다. 오랫동안 폐결핵을 앓고 지내던 젊은 작가 호리 또한 그런 절망의 시대 속에서 순수한 사랑을 겪는다. 약혼녀의 죽음으로 그 사랑은 끝맺지만, 호리는 순수한 사랑이야말로 어둠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 깨닫는다. 『바람이 분다』는 그 깨달음의 결정체와 같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 소설을 긴 세월 동안 마음에 품고 있었던 이유도 그랬지 싶다. 대량소비와 패스트 문화가 판치는 지금 시대에 ‘지고지순’과 ‘순구무구’란 더 없이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것에서 시작된 것이 거장 미야자키 감독의 2013년 신작 애니메이션 영화 『바람이 분다』이다. 한편 “나는 병 덕분에 득을 봤다”는 호리의 말처럼,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이란 요소는 그의 문학을 낳을 수 있는 힘이었다. 이런 창작의 흐름은 후대 소설들에 큰 영향을 끼치며 현대 연애소설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는 『바람이 분다』의 영향 아래 태어난 대표적인 현대소설이다.
<바람 불다 & 다케토리 이야기 - 스튜디오 지브리 2013년 작품 원작소설 (전 2권 합본)> "스튜디오 지브리의 2013년 히로인 나오코와 카구야 공주를 원작소설로 만나다!" - 애니메이션의 거장 두 사람에게 영감을 준 상징적인 일본문학 두 편 일본의 애니메이션 명가 스튜디오 지브리가 2013년에 두 편의 신작을 발표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5년 만에,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은 14년 만에 내놓아 많은 화제를 낳았다. 무엇보다 이들 두 감독이 영감을 받은 것이 모두 자국의 소설이란 점이 주목을 끈다.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순애소설 『바람 불다』와 일본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이야기 『다케토리 이야기』다. 두 소설은 두 거장 감독에게 창작의 밑거름이 되었다. - 일본인들의 무의식 속에 남아있는 여성들의 이야기 작가 호리 다쓰오의 체험을 바탕으로 집필된 대표소설 『바람 불다』는 폐결핵이 만연한 1930년대에 순수한 남녀의 죽음과 삶, 그리고 사랑을 애절하게 이야기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에도 영향을 준 수작이다. 한편, 어느 날 대나무에서 나온 작은 여자아이가 노 부부 밑한테 키워져 세상의 많은 남자들로부터 구혼을 받지만 모조리 거절하고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진다는 『다케토리 이야기』는 설화이지만 책으로 남아있어 일본문학의 뿌리라 할 수 있다. 두 소설은 각각 나오코와 카구야 공주라는 히로인이 나온다. 이 두 히로인은 오늘날 일본인들이 무의식중에 그리워하는 여성의 모습을 갖고 있다. 이는 두 소설 모두 일본에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