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사건집> 제2회 탐정작가클럽상을 수상한 쇼와시대 문호 사카구치 안고의 단편 추리소설선. 전후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살인사건’을 통해 진범을 추리해 가는 추리소설 본래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투수 살인사건 여배우와 불륜에 빠진 야구선수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 그 진범은? 정오 살인사건 자택에서 죽은 채 발견된 인기 작가. 자살인가, 타살인가? 선거 살인사건 당선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선거에 입후보한 목공소 사장의 사연은? 난킨무시 살인사건 미녀 피아니스트를 살해한 범인을 쫓는 경찰 부녀, 과연 진상은? 산신 살인사건 아들이 죽기를 바라는 아버지가 신흥종교의 힘을 빌려 아들을 살해하려고 한다. 과연 그 결말은? 심령 살인사건 아들의 유령을 만나기 위해 심령술사를 부른 고리대금업자가 어둠 속에서 살해되었다. 과연 전직 마술사가 범인을 밝혀낼 수 있을까? 책 속 한 구절 “게무야마를 만났어. 백만 엔으로 얼버무릴 참이야? 나머진 아카쓰키 요코의 의리로 질질 끌 셈이냐고? 비겁하잖아. 그래도 괜찮아?” 미쓰코의 눈이 형형하게 불을 내뿜고 있었다. “아무리 이와야 덴구 같은 건달이 상대라도 딴 사람 부인이랑 관계를 맺고 손해배상을 할 수 없으면 남자 체면이 안 서. 야구 선수가 망신살 뻗치는 거야. 내가 이백만 엔 낼 테니까 이와야 덴구한테 돈다발을 던져주라고.” -<투수 살인사건> 중에서 기소는 27세였다. 패전 때는 학도병이던 미청년이었다. 그는 신문기자에게 남색 방면에 대해 깊이 파고든 질문을 받았지만 그것을 태연하게 받아넘겼다. “전 선생님 제자면서 서생이고, 일꾼일 뿐이에요. 그 밖의 일은 모릅니다. 뭐라고요? 정부요? 선생님 정부라면 아케미 씨죠. 네? 야스카와 히사코 씨와 선생님의 관계요? 그런 거 알 리가 없잖아요. 전 간다 선생님 사생활에는 흥미가 없어요.” -<정오 살인사건> 중에서 아마도 그는 이 세상에서 실현할 수 없는 꿈을 감옥 안으로 가지고 온 것이 아닐까. 오히려 그의 꿈은 감옥 안에서 더 실현하기 쉬울지도 모른다. “나는 왕이야! 왕을 감옥에 가두다니 뭐하는 짓이냐!” 그는 때때로 쇠창살에 매달려 이를 갈면서 이렇게 외친다고 한다. -<산신 살인사건> 중에서
<사이비 교주 살인 - 본격파 추리 소설> 사이비 교주 살인 - 본격파 추리 소설 탐정 추리 소설 시리즈 "패전 후 전쟁에 참전한 한 젊은이는 사회 부적응자로 살아가며 사고를 치며 경찰서를 들락날락 한다. 그러나 어느 날 불량스럽던 젊은이는 심장이 찔리고 목이 베인 채로 발견되는데, 그 범행각이 너무 잔인하여 작은 시골마을은 왈칵 뒤집힌다." 사카구치 안고 소설가, 문학 비평가. 1906년 10월 20일 니가타현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사카구치 헤이고, 독학으로 5개 국어 넘게 공부했다. 1930년 대학을 졸업한 후 동인지 《말》과 《청마》를 창간했다. 사카구치 안고는 다자이 오사무와 오다 사쿠노스케 등과 함께 전후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무뢰파 작가로 평가된다. 단편소설 1931년 <바람 박사> <구로타니 마을> 작품으로 극찬을 받았다. 1946년 <타락론> 전후의 시대적 본질을 예리하게 통찰하고 있다. 다자이 오사무와 오다 사쿠노스케 등과 함께 전후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무뢰파 작가로 평가된다. 일본 패망 전후 시대적 통찰과 대변하는 '타락론'으로 한순간에 일약 스타 작가 반열에 올랐다. 다양한 관심은 오피니언 리더의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탐정소설, 수필/산문(에세이), 비평 등의 작품을 남기며 전후 세대의 문화, 사상 및 비판을 통해 대중적 욕구 해소를 대변하였다. 대표 작품 《눈보라 이야기》 《타락론》 《백치》
<소를 닮은 남자 - 일본문학 단편소설> 소를 닮은 남자 - 일본문학 단편소설 일본 단편 작품 시리즈 사카구치 안고 소설가, 문학 비평가. 1906년 10월 20일 니가타현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사카구치 헤이고, 독학으로 5개 국어 넘게 공부했다. 1930년 대학을 졸업한 후 동인지 《말》과 《청마》를 창간했다. 단편소설 1931년 <바람 박사> <구로타니 마을> 작품으로 극찬을 받았다. 1946년 <타락론> 전후의 시대적 본질을 예리하게 통찰하고 있다. 다자이 오사무와 오다 사쿠노스케 등과 함께 전후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무뢰파 작가로 평가된다. 대표 작품 《눈보라 이야기》 《타락론》 《백치》 다자이 오사무, 오다 사쿠노스케 등과 함께 전후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무뢰파 작가로 평가된다.
<선거 살인사건> 작품의 줄거리 [선거 살인사건]에서는 선거에 출마한 변두리 목공소 사장의 비밀을 파헤치려는 신문기자의 분투를 다룬다. 낙선이 거의 확실한 그가 무엇 때문에 출마하고, 그 많은 재산을 탕진하려는 것인지 그 배후를 찾는다. 선거 후에 발견된 목 없는 시신. 신원은 알 수 없지만, 분명히 그가 감추려는 비밀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다. 그가 가지고 있던 소설들의 수수께끼와, 술에 취해 울부짖으며 외치던 ‘아아 무정’이라는 말에는 또 다른 메시지가 있다. 후반부에 사립탐정 고세 박사가 등장하는데, 신문기자의 메모만으로 범인을 특정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과거를 묻어버리려는 남자의 침울한 눈빛이 보일지도 모른다.
<빈대 살인사건> 작품의 줄거리 [빈대 살인사건]은 수상한 2인방을 미행하던 부녀 순경이 살인사건에 맞닥뜨려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제목의 〈빈대〉는 흔히 알고 있는, 그 빈대가 아니고, 여성용의 금 손목시계를 말한다. 남성용의 시계보다 유난히 작은 여성용 시계를 속칭해서 불렀다. 지금은 수집가들 사이에서만 쓰이고 있을 뿐 이미 사용하지 않는 단어이지만, 이 작품이 출간되었던 1953년에는 아직 통용되고 있는 말이었다. 밀매 조직의 여두목 〈미스난킨〉이 살해되어, 나미카와 순경과 여경인 그의 딸 유리코는 진 씨 저택으로 도망친 범인을 추격하는데......,
<산신 살인사건> 작품의 줄거리 [산신 살인사건]은 1953년 잡지 강담구락부에 발표되었다. 전쟁 후 전답을 사고 백성의 왕이 되는 꿈을 가진 공안위원 야마다 헤사쿠는 암거래로 붙잡혀있는 아들 후지오를 빼내기 위해 경찰서에 출두한다. 후지오를 갱생시키기 위해, 헤사쿠는 산신의 수도자를 자칭하는 오카쿠와 그 추종자에게 접근하지만…… 범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범행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추리소설 양식의 작품이다. 제목에 나오는 산신(山神)은 산에서 수행하여 법력을 갖게 된 수도자를 의미한다. 작품의 도입 부분에 아사히신문의 모년 5월 29일 석간 기사가 인용되어 있다. 이 소설의 사건과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허구라고 여겨지는 사건이 현실 세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이다. 시대 상황이나 배경 등이 생소할 수는 있으나, 범행을 도모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적나라한 내면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물과 견줄만한 작품이다. 산신보다 무서운 것, 그 이름은 욕심 많은 자가 아닐까 한다.
<울지 않는 새는 죽인다> 파격적인 개혁과 천재적 전략의 풍운아, 오다 노부나가! ‘시대의 풍운아’, ‘난세의 영웅’ 등 항상 이름 앞에 수많은 수식어를 붙이고 다니는 오다 노부나가.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역사인물 순위에서 항상 1위에 선정되는 사람. 뛰어난 전략가이자 시대를 앞서가는 인물로 일본에 새시대를 연 인물, 기상천외한 발상과 결단력 있는 카리스마. 사람들이 일본의 3대 영웅이라 손꼽는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두고 하는 말이 있다. 오다 노부나가는 울지 않는 새는 죽인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울지 않는 새는 어떻게 해서든 울게 만든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울지 않는 새는 울 때까지 기다린다. 오다 노부나가는 항상 강한 인물로 묘사된다. 무서운 결단력과 추진력, 주위 사람들의 조언을 듣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는 인물이다. 하지만 <울지 않는 새는 죽인다>에서 작가 사카구치 안고는 또 다른 면의 노부나가를 발견해냈다. 바로 인간적인 노부나가다. <울지 않는 새는 죽인다>는 노부나가의 청년시절을 주로 담았다. 오다 가문을 일으킨 오다 노부히데의 아들로 사람들에게 ‘바보’ 소리를 듣던 어린시절부터 전국시대 최고의 기습전이라 일컬어지는 오케하자마 전투까지. 천하통일을 꿈꾸며 그 발판을 마련하는 청년 오다 노부나가의 정열적인 활약상을 담고 있다.
<불연속 살인사건> 동서미스터리북스(DMB) 고전편 100권, 다양한 맛의 스펙트럼! - 이성과 광기! 절묘한 트릭! 숨막히게 압박해오는 서스펜스! - 간담을 서늘케하는 스릴! 통쾌하게 뒤집는 의외 결말! - 지적능력의 시대! 머리회전단련운동! 인생승부에 강해진다! 오락으로서의 살인-미스터리에의 권유 - 골치 아픈 세상 한방에 날려보낸다! Sam Spade 최근 들어 북한 핵, 이라크사태 등으로 경제가 추락하고 사회는 불안하기만 하다. 암울하고 이런 답답한 시대를 반영하듯 독서계에 아더 코난 도일의 작품 등 미스터리소설 읽기 붐이 달아올라 단숨에 100만부를 돌파하는 놀라운 사태가 일어났다. 이 현상은 미스터리소설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1,2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이 일어난 1910년대와 30년대를 돌이켜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왠지 모르게 불안하고 답답한 심정을 미스터리소설 한 권으로 단 한 방에 날려보내고 싶기 때문인 것이다. 미스터리소설을 읽는 순수한 독자들에게 ‘왜 미스터리소설인가’ 하고 물으면 그것은 미스터리소설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광기와 이성, 정신분석학적으로 범죄에 대한 난해한 비밀을 해부하고 논리적으로 풀어나감으로써 얻게 되는 결말의 통쾌감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독자들은 미스터리소설을 통해서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스릴도 맛보게 되지만, 탐정이 되어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미스터리게임에 몰입하여 지적인 훈련을 쌓아가는 것이다. DMB 1000-제1차 출간 100 1956년 창업하여 1978년 한국 최초로 본격『동서추리문고』300여 작품을 기획 간행하였던 동서문화사에서는 이번에 동서미스터리북스(DMB) 걸작 1,000권을 선정, 그 제1차 배본 고전편 100권을 발간함으로써 미스터리 애호가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미스터리 소설 100권을 한꺼번에 발간 배포하는 것은 우리나라 출판사상 초유의 일이거니와 여기에 동원된 쟁쟁한 작가만도 미국, 영국, 프랑스, 스웨덴, 일본 등 전세계에 걸쳐 100여 명에 달하고, 권말마다 작품 및 작가해설을 곁들이고 있어 미스터리 마니아들에게 책을 읽는 기쁨 이외에도 미스터리 도락과 탐구에 특별한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전을 중심으로 본격 미스터리라 할 수 있는 순수 스릴러와 서스펜스물은 물론 공포, 스파이소설까지 채택함으로써 전세계 미스터리소설을 섭렵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미스터리소설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에드거 앨런 포의『황금벌레』를 제1권으로 시작해서 존 딕슨 카의『처형 6일전』을 마지막으로 100권을 출간했다. 이 초A급 100권 중에는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의 최고 걸작『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애크로이드 살인사건』『오리엔트 특급살인』을 비롯, 미국미스터리 황제라고 일컬어지는 엘러리 퀸의 불멸의 거작『Y의 비극』『엘러리 퀸의 모험』『이집트 십자가의 비밀』 그리고 불후의 명탐정 셜록 홈즈를 창조한 코난 도일의 작품으로는『주홍색연구』『셜록 홈즈의 모험』『바스커빌의 개』등 추리소설사에 있어 최고의 반열에 오른 작가들의 주옥같은 작품들이 수록되고 있다. 그리고 오가르트의『모자수집광사건』, 밀실살인 미스터리의 거장 존 딕슨 카의 최고 명작『화형법정』, 현학 미스터리 거장 반 다인의『비숍살인사건』, 오르치의『구석의 노인』, 모리스 르블랑의『기암성』 같은 작품이 빛을 발한다. 이밖에 T.S.엘리엇이 가장 뛰어난 미스터리라고 격찬한 윌리엄 윌키 콜린즈의『월장석』, 낡은 우산을 쓴 얼뜨기 신부탐정이 나오는 체스터튼의『브라운 신부의 동심』, 리얼리즘 미스터리 소설의 최고봉이라 일컫는 크로프츠의『통』, 서스펜스의 명장 윌리엄 아이리시의『환상의 여자』, 하드보일드파 거인 더실 해미트의『말타의 매』, 챈들러의『기나긴 이별』, 애거서 크리스티의 스승 도로시 세이어스의 불후의 걸작『나인테일러스』, P.D.제임스『검은 탑』, 그리고 메이슨, 필포츠, 아일즈, 울리치 등 쟁쟁한 작가들이 쓴 미스터리의 최고진미 초호화판 식탁이 마련되어 있다. 왜 미스터리소설인가 엘러리 퀸은 미스터리소설을 읽는 기쁨을『미스터리 100년사』에서 다음과 같이 피력하고 있다. "미스터리 고전들은 질로써 승부를 건 빼어난 걸작들입니다. 나는 이 명작들을 읽고 또 읽고, 시간을 두었다가 다시 읽었습니다. 몇 번이나 되풀이 읽었지만 그때마다 새롭고 흥미진진했으며 즐겁기조차 했습니다. 나의 평가나 감탄도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어느 작품이나 미스터리 범죄소설이 갖추어야 할 두 가지 요소, 즉 정서적인 흥분과 지적인 자극을 완벽하게 갖춘 기념비적인 수작들이었습니다. 고전의 아름다움은 형식과 내용의 아름다움이며, 구성과 기교의 아름다움입니다. 일찍이 존 키츠는 ‘아름다운 것은 영원한 기쁨’이라고 말했고, 하워드 헤이클래프트는 『즐거움을 위한 살인-미스터리의 생명과 시간』에서 ‘에이브러햄 링컨은 에드거 앨런 포의 미스터리를 읽지 않고는 한 해도 그냥 보낼 수 없었다’고 기록했습니다. 고전이란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그 빛이 바래지 않으며 고전을 읽는 기쁨은 영원한 것입니다. 나는 당신에게 ‘고귀한 정신의 레크리에이션’ 미스터리 고전을 읽는 기쁨을 선물로 안겨 드리고 싶습니다. 독자들이여, 범죄에 건배를! 탐정에 축배를! 그리하여 미스터리문학에 영광 있으라!"
<사카구치 안고 단편집> 사카구치 안고의 출세작이자 대표작이며 전후의 출발을 장식한, 안고의 기념비적인 작품인 <백치(白痴)>는 1946년 ≪신조(新潮)≫ 6월호에 발표된 단편 소설이다. 안고가 살던 가마타(蒲田) 변두리에 있는 공장 단지 주변과 일본 영화사의 촉탁으로 있던 경험이 소재가 되었다. 요설체인 듯하면서도 3인칭 객관 묘사라는 독특한 문체로 전쟁의 참상과, 전쟁으로 인해 인간의 독창성과 의지가 사라져 동물과 등가로 전락해 버린 모습을 생동감 있게 묘사했다. 폐망해 가는 땅에서 남자와 여자가 타락해 가는 묘사를 통해 윤락 속에서 인간의 원점을 발견하는 것이 구원의 길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에서 <타락론>(≪신조≫ 4월호)의 윤락(淪落) 사상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보기도 한다. 올바르게 타락하는 길을 타락할 데까지 타락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구원해야 한다는 <타락론>의 주장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과 잘 호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타락론>은 전쟁 패망 후의 인간의 출발점을 추구한 선언서이고, 이 소설은 패전 직전 인간을 막다른 데까지 몰아넣고 바라본 작품이라는 점에서, <백치>가 <타락론>의 소설화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안고가 ‘백치’라는 존재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어린 시절이었다. 자전적인 단편 <돌의 생각(石の思い)>[≪빛(光)≫, 1946. 11)]에는 사촌 형네 집 하녀의 자식인 백치와 친하게 지내던 추억이 묘사되어 있다. 끝내는 집도 절도 없이 거지로 떠돌아다니다 정신 병원에서 숨을 거둔 ‘백치의 애달픔을 나 자신의 모습이라고 여’길 만큼 그 백치에 대한 인상은 각별했고, 가슴속에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백치 여자의 이미지가 소설로 처음 부각된 것은 <남풍보(南風譜)>(1938. 3)에서다. 불상과도 같은, 마물과도 같은, 성속(聖俗) 양의적인 이미지를 지닌 여자가 나오는데, 육욕덩어리인 <백치>의 사요를 미치광이 남자가 순례길에 만났다는 설정은 그런 이미지를 암시하는 작가의 의도일지도 모른다. 인도 철학을 공부한 만큼 인간과 신의 양면성을 지닌 힌두교의 크리슈나의 이미지가 안고의 작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으리라. 사카구치 안고의 문장은 몹시 불편하다. 단어나 문구의 반복·중복이 많고, 불필요한 접속사도 많아 한 번 쓰고는 퇴고를 거치지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문장이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이다. 장황해서 내용 연결이 매끄럽지 않은 장문의 나열, 서두와 어말이 맞지 않는 문장도 수두룩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문맥이 통하는 내용으로 다듬을까 고민했고, 단문으로 잘라 번역하고 싶은 유혹도 자주 느꼈다. 작가의 의도를 살린다는 것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의문이 몹시 자주 들었다. 그러나 요설체의 장황한 문장이 안고의 특징이자 무뢰파로서의 매력이라고 생각해 최대한 살리자고 마음먹었다. 다만 아무 부호도 없이 지문과 연결된 대화체 문장은 독자의 이해를 위해 따옴표를 넣었다.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작가로서의 안고를 이해하고 그의 작품의 특색을 인상 깊게 뇌리에 남긴다면 번역자로서 더 이상 바랄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