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달> 해양생물의 떼죽음 이후 60년 만에 인류는 최후를 맞이한다 가열된 지구를 냉각시키고 전멸한 생명체를 되살릴 수 있을까 천문학적 시간의 역사를 저장한 ‘두 번째 달’의 비밀 만약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기후위기가 지구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 아니라면? 이 질문 대신 다음과 같이 가정하는 질문도 던질 수 있다. ‘우리가 지구 가열(국립과천과학관 이정모 관장이 지구 온난화 대신 사용을 제안한 용어)을 막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두 번째 달』은 현 시점까지 아직 발생하지 않았지만 발생할 확률이 높으며 지구적 차원의 경각심이 고조되어 있는 사건이 과거에 발생했던 것으로 간주한다. 그 사건은 다름이 아니라 심각한 온난화가 초래한 지구 생태계의 붕괴이다. 『두 번째 달』은 인공지능이 일인칭 화자인 소설이다. 부제가 알려주듯 주인공인 인공지능은 호출명이 ‘기록보관소’이며 그것을 제작한 과학자 루오에스로부터 ‘아에록’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루오에스는 아에록을 만들고 인간의 감정을 학습하도록 훈련시켰다. 지상의 관제센터가 멈춘 후(즉 인류의 전멸) 작동을 시작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아에록 외에도 특별한 임무가 부여된 인공지능은 여러 대가 더 있다. 능력면에서 아에록을 훌쩍 능가하는 것은 만능형 인공지능인 AuTX-3463이다. 아에록이 지구 공전 궤도를 돌면서 지구 대기 정보 등을 수집·기록·분석해 AuTX-3463에게 보내주면, 주로 소행성대와 목성 주변에 머무는 AuTX-3463이 더욱 고도의 연산을 수행해 지구 생태계를 어떻게 복원할지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지상에는 아주 특수한 인공지능들이 동면 상태로 대기하고 있다. 이들은 지구에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을 만큼 환경이 조성된 후 활동을 시작한다. 작가는 한번 망가진 지구를 살려내는 일이 얼마나 힘겨운 것인지 생생히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지구의 상태를 나타내는 숫자들을 확인하는 가운데 테라포밍(terraforming, 행성개조)은 차근차근 진행된다. 환경공학업계에 종사하는 작가의 전문성이 돋보이는 장면들이다.
<느리게 가는 시계> 부산으로 출장을 다녀온 주인공은 집으로 가기 위해서 비행기를 탄다. 비행기 안에서 약간 이상한 말을 하는 아이를 만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긴 주인공. 그리고 공항에 착륙한 주인공은 아내에게서 연락을 받는다. 주인공이 탔던 비행기와 비슷한 비행기가 사고를 당했다는 내용의 연락이었다. 주인공이 무사하다는 사실에 안도한 아내는 전화를 끊고, 주인공 역시 평온한 일상을 다시 시작한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그 이전까지 제대로 작동하던 시계가 점점 느려지는 것이다. 시계를 고치려고 시도하지만, 시계는 기계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소중한 시계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던 주인공은 그 시계를 그대로 간직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아내가 병에 걸려 일찍 죽고, 상심한 주인공은 자살을 시도한다. 그리고 그가 깨어난 곳은, 예전 부산 출장길에 탔던 비행기 안이다. <추천평> "느리게 가는 시간과 환생, 환각, 반복되는 삶을 사는 사람들. 신비스러운 소재들이 어우러져 동화 같은 우화 같은 이야기가 빚어졌다. 그리고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은 '당신이 다시 삶을 살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라는 단순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질문이다." - 위즈덤커넥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