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림
이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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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노래

<바다의 노래> 바다에서 일어난 일들은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그러니 이렇게 많은 작품들이 만들어졌던 것이겠지요. 소설을 벗어나 영화로 달려가 보면 그 수는 더욱 많고 풍부해집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들은 바다에서 일어나는 사고에는 바다의 여신과 관련 있는 악동이 관련된 일이라는 관념을 지녀왔던 것 같습니다. 그 악동의 대표적인 경우가 그리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사이렌입니다. 사이렌은 반인반어(半人半漁)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들은 나중에 이를 인어라고 부르게 됩니다. 인어와 관련하여서는 신화 이외에도 많은 전설들이 전해져옵니다. 그중 유명한 것이 『로렐라이』 전설입니다. 로렐라이 전설은 사이렌보다는 많이 인간화되었고, 공포스럽기보다는 슬프고 애절합니다. 인어전설의 압권은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로 요약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여기서 사이렌(인어)은 이제 우리들을 희생시키는 존재가 아닌, 사랑을 위하여 스스로를 희생하는 존재로 탈바꿈합니다. 오늘날에도 바다의 악동, 여신은 무슨 단체나 조직의 상징이나 로고로 많이 사용됩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스타벅스입니다. 스타벅스의 로고가 사이렌을 모델로 한 것입니다. 뱃사람들을 유혹해서 깊은 바다의 미궁 속으로 빠트려 넣는…… 스타벅스 커피를 마실 때는 좀 조심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장편소설 『바다의 노래』는 바다이야기의 이런 전통을 잇고 있습니다. 바닷사람들을 유혹하는 바다의 그 깊은 심연의 울림과 그 심연의 울림에 빠져들면서도 어떻게든 거기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작품입니다.

북에서 온 여자

<북에서 온 여자> 작가 이호림님의 창작집입니다. 『작가세계』 등단작 두 편, 『라쁠륨』에 재등단작 두 편 그리고 『리토피아』와 『문학공간』에 실었던 작품 네 편 해 도합 여덟 편의 작품을 실었습니다. 일상의 소소한 기대와 실망 좌절 등이 잘 묘사되고 있는 작품들입니다. 마지막에 실린 「북에서 온 여자」는 북한에서 탈출해와 한국사회에 정착해가는 북한여자의 일상을 그렸습니다. 이십여 년 만에 묶은 작품집이라 시간이 오래된 작품들이 많습니다. 작가의 변화과정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을 듯합니다. 창작집의 속성상 각 편이 모두 소재와 주제에 있어 다르고 저마다의 속성을 지닙니다. 그러나 작품에 접근하는 방식은 일관되고 있습니다. 집단화가 야기하는 사회의 병리현상과 그러한 집단화를 거부하는 개인의 내면이 충돌하여 파행하는 양상을 보여줍니다. 어떻게든 개인의 내면성을 유지하려는 주인공과 이를 파괴해가는 집단사회의 잔인성이 설득력을 줍니다. 그런 면에서 작가의 각각의 작품들은 소재와 주제 면에서 전혀 다르더라도, 접근방식의 일관성 면에서 공통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책의 타이틀로 가져온 「북에서 온 여자」는 작가의 가장 최근의 작품입니다. 북한에서 넘어온 북한여성의 내면을 추적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집단화되어가는 사회와 이를 위한 수단으로 소환된 집단의 정의만이 유일한 정의로 정의되는 사회에서 개인의 정의가 어떻게 좌절당하고 뿌리 뽑혀 가는가를 보여준 작품들입니다. 독자들의 많은 접근을 기대합니다.

다시 그날

<다시 그날> 2019년 봄에서 여름 사이. 탈북자 나한북이 국정원에서 취조를 받는 데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국정원 직원 김일도가 나한북에게 북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설득한다. 2018년 정권이 바뀌면서 남·북의 밀월관계가 시작되고 2020년 남북연방제가 실행될 예정이어서다. 나한북 처음에는 거절하나, 계속되는 김일도의 설득에 결국 버티지 못하고 북으로 돌아가겠다는 각서에 서명을 하고 만다. 사실 나한북은 위장 탈북자다. 북한의 자유운동단체인 자유지하연합의 부대표로써 남한의 자유지상연합의 사무국장인 김도진을 접촉하라는 임무를 띠고 남한에 넘어온 경우이다. 김도진이 도피해 있는 강서구의 한 성당에서 국정원을 탈주한 나한북과 김도진이 힘겹게 접선을 한다. 나한북이 북한의 자유지하연합의 실체를 알리고 도와줄 것을 김도진에게 부탁한다. 그리고 봉기 계획을 토로한다. 남북 공히 한날 한시에 봉기를 일으켜 김씨세습왕조체제를 끝장내고 한반도에 진정한 자유와 평화의 나라를 세우자고 한다. 나한북은 북으로 돌아가고 보름쯤 후 그가 보낸 성해우가 서울로 와 다시 김도진과 접촉한다. 거기서 구체적인 봉기의 날짜와 계획의 윤곽이 잡힌다. 그러나 김도진과 성해우의 만남은 국정원 직원 김일도에 의하여 사전 발각되고, 그들의 도모는 무산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김도진과 성해우 국정원으로 끌려가 취조를 받게 된다. 처음 김일도는 남한의 자유지상연합과 북한의 자유지하연합이 손을 잡고 그날 봉기를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하고는 이를 무산시키려 한다. 몹시 헛된, 위험한 계획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김도진을 취조하는 도중 마음이 바뀌게 된다. 이게 어쩜, 한반도 상황의 희망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생각을 바꾼 김일도 김도진과 성해우를 풀어준다. 그 날, 남과 북에서 동시에 자유의 봉기가 일어난다. 광화문 광장, 서울역 광장, 평양의 주석궁 앞, 개성역 앞에서. 수백만의 인파가 몰려들고, 자유의 함성이 광장을 뒤덮기 시작한다. 시위대의 앞에 김도진이 있고, 나한북과 성해우가 있다. 그 날이 다 가기 전에 진정한 자유의 날이 도래하리라는 확신이 그들의 가슴 속에 서서히 자리잡아가기 시작한다.

이혼 서약

“지금 뭐라고 한 거야?”“결혼하자고, 나랑.”어느 날 느닷없이 나타난 첫사랑 민헌이 계약 결혼을 제안해 왔다.“승준이, 아프다며. 돈, 필요하지 않아?”아픈 동생의 치료비를 대겠다는, 거부할 수 없는 조건과 함께.그래, 이민헌은 원래 이런 인간이었다.세상 모든 일에 무감한 듯이 굴다가도, 불쑥불쑥 아무렇지도 않게 빌어먹을 말을 잘도 지껄이는 개자식.하지만 그보다 더 최악인 건, 그 거지 같은 제안에 마음이 흔들린다는 것이었다.아주 지랄맞게도, 그 망할 돈이 필요했으므로.“할게, 결혼.”동생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판에 더 고민하는 건 사치였다.피할 수 없다면 부딪칠 수밖에.열여덟 그때처럼, 그에게 마음만 뺏기지 않으면 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