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덕자여, 욕망하는 자여, 스스로 뱀이 된 자여, 그대에게 묻노라. 어둠 속에서 인간을 견딜 수 있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무엇이 인간을 명계의 공포와 절망의 고통에서 구원하는가?" "그것은 의지다." 뱀이 말했다. "밤을 비추는 올빼미의 눈이여. 내가 인간을 다스리는 자로서 말한다. 인간을 견디게 하는 것은, 전진하게 하는 것은, 높이 들어 올리는 것은 모두 의지의 힘이다. 나는 의지로써 대륙을 손에 넣었고 인간을 모든 종족의 위에 올려놓았다." 올빼미가 물었다. "그렇다면 스스로 뱀이 된 자여, 그대에게 묻노라. 그 의지를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 "욕망이다" 뱀이 말했다. "올빼미의 눈이여, 나는 욕망이라 말한다. 그대는 희망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내가 말한다. 인간을 견디게 하는 것도, 전진하게 하는 것도, 높이 들어 올리는 것도 모두 욕망의 힘이다. "그러나 스스로 뱀이 된 자여, 인간을 추락하지 않게 하는 것은 희망이다." 그리하여 이 오래된 이야기를 전하는 음유시인은 노래한다. 인간의 마음을 돋우는 것은 불길인가 빛인가? 어느 것이 더 강한 것인가? 그러나 이 노래 또한, 아주 오래된 이야기일 뿐.
<파라미터O> 근미래를 배경으로 종의 몰락과 새로운 종의 탄생을 담아낸 작가 이준영의 SF 장편소설 『파라미터O』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멸망의 끝자락, 작은 생존 시설에 기생하듯 살아남은 최후의 인간과 방사능으로 뒤덮인 대지 위의 새로운 지배자로 자리잡아가는 인공지능 로봇을 주인공으로 인류와 기계문명에 대한 저자의 깊이있는 통찰과 신화적 상상력이 결합하여 만들어낸 SF 장편소설이다. SF 칼럼니스트인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는 『파라미터O』 서평을 통해, 뛰어난 흡인력과 깊은 여운으로 '로봇' 탄생 100주년을 맞아 출간된 한국 SF의 선물 같은 작품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에서도 인기리에 연재된 『파라미터O』는, 강렬한 전개와 뛰어난 캐릭터성이 인정받아 SF 소설로는 최초로 오디오북이 종이책과 동시에 출간되었다. 오디오북은 성우들의 극 연기와 음악, 효과음을 담아 10시간에 이르는 런닝타임으로 마치 영화를 즐기듯 귀로 책을 읽을 수 있는 드라마형 완독 오디오북이며,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단독 서비스 중이다. “일견 평범해 보이는 도입부를 지나자 이내 몰입이 시작되었고 마지막까지 놓을 수 없었다. 수시로 등장하는 맥거핀들의 흡인력도 강렬했다. 이 작품은 끝 장면의 여운이 길고 묵직하다. ‘로봇’ 탄생 100주년을 맞아 AI 로봇에 대한 심화된 성찰의 영감을 준 멋진 선물 같은 작품이었다.” ""처음에 전형적인 재앙 이후 장르로 읽히던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상전이를 일으키는 것 같았다.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인간들은 하나둘씩 물러서는 대신 기계 캐릭터들이 주인공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원하지 않게 창세기의 설계자가 된 주인공의 고민은 깊었고 독자로서 느끼는 공감의 수준 역시 얕지 않았다."" ― 박상준(서울SF아카이브 대표) 서평 중 줄거리 방사능으로 대기가 오염된 근미래,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은 종의 보존을 위한 작은 시설에서 간신히 목숨만 부지한다. 그러나 방사능의 후유증으로 기형아를 낳거나 불임으로 더 이상의 후세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생존자간의 다툼은 결국 피를 부르는 참극으로 이어진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과거의 참극이 잊혀질 즈음, 시설의 관리자이자 엔지니어인 조슈는 우연한 기회에 구형 전파수신기 하나를 얻게 된다. 전파수신기는 특정 지역에서 보내오는 전파를 수신하고 있었기에, 조슈는 과거 참극에 휘말려 시설 밖에서 도피 생활을 하던 어머니 '가야'가 보내는 전파일 거라는 기대를 갖고 발신지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발신지에는 어머니의 흔적 대신 낯선 기계종 '이브'만이 발견된다. 인간의 말에 절대적인 복종을 하는 시설 내의 기계종과 달리 '이브'는 마치 사람처럼 자의식을 갖고 있었다. 외로움을 느끼거나 개체를 늘리길 원하는 욕구 등 인간과 흡사한 행동을 하는 이브는, 조슈를 '창조주'라고 따르며 시설의 생존자들과 합류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사삶들의 반목과 다툼을 지켜보며 이브는 점차 자신의 정체성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수상작품집 2018> 다양한 독자층, 다양한 소재를 한 권에 담은 교보문고 오리지널 실험 단편집! 2013년 로맨스로 시작해 장르를 불문한 스토리로 그 범위를 넓혀온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제5회 공모전에 신설된 단편 부문에서 3차에 걸친 심사 끝에 우수작으로 최종 선정된 다섯 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18』. SF부터 로맨스, 우화 등 저마다 개성을 가지고 있는 작품들을 통해 상상력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복제와 모방이 난무하는 시대에 정체성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이준영 작가의 《님아, 저 우주를 건너지 마오》, 동물을 의인화해 1등이 아니면 인정해주지 않는 무한경쟁시대를 풍자하는 신두리 작가의 《팔랑귀의 시계》, 자신이 외계인이라고 믿는 여자 ‘지인’과 사랑은 오직 상상 속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남자 ‘명진’이 고양이 ‘브람스’를 통해 서로를 포용하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김연희 작가의 《브람스-612》 등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