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륜함은 기본이요, 잘생김을 담당하고 있는 이 꽃선생이, 조선의 세자라고? 반가의 여식으로 자라 곱고 귀한 것들만 알고 지내던 용희가 하루아침에 세상 밖으로 내던져졌다! 가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남장을 한 용희는 우연히 만난 완에게 기상천외한 제안을 받게 되는데. “좋소. 그 거래, 해보겠소.” 모두는 곱디고운 그녀의 허술한 남장에 속아주기 바쁘고, 더욱이 조선의 세자께선 고약한 용희의 언동에 뒷목 잡기 일쑤이니! 오직 너여야만 하는 완과, 너만 아니면 될 것 같은 용희의 아찔한 동행! 이 거래, 정말 괜찮을까요?
“대표님. 한수연이라는 여자, 너무 믿진 맙시다.” 말끝에 손톱에 붙은 먼지를 털 듯 후, 하며 바람을 불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와 살 맞대고 살고 싶어서 결혼까지 했던 여자예요. 맞잖아요. 매일 밤 나하고 어떻게 뒹굴었는지 알면 대표님, 그나마 있던 정도 싹 사라질 텐데.” “…….” “어떻게, 여기서 자세하게 설명 좀 해드릴까?” 남자라면 분노에 차오를 만한 말들만 쏟아내며 그의 심기를 어지럽혔다. 무조건, 무조건 이 결혼을 막아야 한다. “그렇군요. 그러니까, 박승호 씨의 말은 한수연이 나의 돈을 보고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일을 꾸몄다.” “그렇죠.” “그래서 박승호 씨와 이혼을 하고, 나를 유혹했다.” “그렇죠.” “난 한수연의 사기극에 넘어갔고, 전 남편인 박승호 씨는 이제 와 고해성사를 하고 있다. 나에게.” “그렇죠. 바로 그겁니다.” 정환의 요약이 마음에 든다는 듯 승호는 손가락을 부딪쳐 소리를 냈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고요함을 넘어서는 정적이 숨을 불편하게 했다. “그 여자가 나한테 원하는 게 하나라도 있다니. 꽤 긍정적인 정보군요.” “……네?” “돈이라도 원한다니 내 입장에선 다행이라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내 인생에서 돈이 사라질 리 없으니, 한수연이 곁에서 도망치는 일은 없겠지.” “아니, 그게 무슨……!” “내 여자 건드리지 말라고 했지.” “…….” “다음엔 정중하게 끝내지 않을 거라고, 경고했을 텐데.” 들리는 목소리가 벼린 창처럼 날카로웠다. 감정의 기복을 느낄 수 없는 눈매가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 마른침이 절로 넘어갔다. 이 정도로 이야기를 했음에도 한 톨의 의심이 섞이지 않는다니. 말이 되지 않는다. 그게 아니라면 그녀가 돈을 목적으로 접근했다 한들 곁에만 있어준다면 묵인하겠다는 뜻인가. 왜. 어째서. 무엇 때문에? “그쪽 개수작은 전부 끝난 것 같은데, 이젠 내가 보여줄 차례인가.” 임정환은 한수연이라는 여자에게 미쳐 있었다. 그것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