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창가에서 자란 내가 세상을 구할 성녀라니,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나는 들판에 핀 제비꽃과 같은 하찮은 존재였다.천민이기에 경멸당했고,성녀이기에 숭배받았다.그러나 여기, 경멸도 숭배도 하지 않는 이가 있었다. 얼어붙은 강철같은 남자는 고요한 시선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나는 널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말 그대로, 그는 날 도와주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것을 나와 함께했다.“네 앞에서 죽겠다.” 심지어는 죽음까지도.푸른 불꽃과도 같은 남자였다.그저 그 색이 차가워 불꽃인지 몰랐을 뿐이었다.그렇게, 기사는 제비꽃을 피웠다.
여자인 몸으로 나라를 지키고자 맹세한 기사 에스텔. 최후의 전투 전날, 가장 믿었던 친구이자 부관에게 살해당했다. 그러나 깨어나 보니 이곳은 적국 한복판, 그녀는 아름다운 레이디 루시펠라가 되어 있었다. 약골인 이 몸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약혼자가 적국의 장수라니! 게다가 날 죽인 그놈은 왜 자꾸 얼쩡거린단 말인가! “이제 나를 바라볼 때도 되지 않았나?” “에스텔, 너인 줄 알았어.” 기사였던 그녀는 어떻게 레이디로 살아갈 것인가. 앙숙 같은 적국의 기사와 속을 알 수 없는 ‘그놈’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달콤살벌한 로맨스 판타지!
세상을 구해야만 하는 소녀, 얼어붙은 기사를 만나 역사에 다시없을 사랑을 시작하다. 사창가가 불타오르던 날, 부엌데기 소녀 비올렛은 절대악을 물리칠 숙명을 지닌 성녀로 각성한다. 부패한 신관들의 음험한 손길을 피해 왕의 검, 후작의 양녀이기를 선택하지만 천민이라는 이유로 식솔들에게도 냉대받을 뿐. 그 가운데 다정한 오라비 다니엘만이 유일한 위안이다. 하지만 귀족의 간계에 의해 모두에게 외면당한 순간, 정작 손을 내밀어 준 것은 그가 아니라 싸늘하고 무자비한 후작의 후계자 에셀먼드였다. “너는 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 그저 그대로 있으면 돼.” 여리고 작은 꽃, 혼돈 속에서 싹을 틔우다. 잔혹과 매혹이 공존하는 운명의 로맨스 판타지!
「사랑을 모르는 여인이여, 쾌락의 즐거움을 알게 될지어다.」 한땐 추앙받았지만 비참하게 버림받은 왕녀, 르웰린에게 내려진 색욕의 저주. 저주의 폭주를 막기 위해서는 사내와 밤을 보내야 한다! 그녀는 결국 자신의 은밀한 침실을 열게 되는데……. 성검의 영웅이 되어 귀환한 소꿉친구 앨먼다이트, 바위처럼 무뚝뚝하지만 어째서인지 주변을 맴도는 기사단장 트리스탄, 아름답지만 어딘가 비틀린 성결한 사제 에르넬, 그리고, 그녀를 지켜보는 ‘누군가.’ 과연 그녀는 무사히 저주를 풀 수 있을 것인가? 가시투성이의 왕녀와 함께 할 사내는 누구일까? - “사랑스러운 소리네요.” 사제는 아름답게 미소 지었다. - “왕녀님은, 제가 아니라 제 몸이 마음에 드시는 겁니까?” 트리스탄이 모든 게 무너진 목소리로 말했다. - “나는 말이야.” “…….” “이런 식으로 너를 안고 싶지 않았다.” “흐읏!” 르웰린은 숨을 헐떡이며 앨먼다이트를 바라보았다.
“나를 구해주러 온 거니?” 가증스러울 정도의 순진한 물음이었으나, 거기엔 마지막 희망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남자는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설마요.” “…….” “당신을 지옥으로 빠트리기 위해 온 겁니다.” 첫 번째 생, 기스카르 로드브로크는 다이애나 브리엔을 지옥으로 빠트렸다. *** “당신은 나를 견뎌야 해.” “…….” “겨우, 겨우 3년이라고…….” “…….” “난 그 3년 동안, 참지 않을 거야. 내 모든 감정을 받아줘야 해.” “…….” 알고 있어. 그래서 지금 이 짓을 하는 거잖아. 다이애나가 건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가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품에 흐느끼듯 낮게 속삭였다. “제기랄, 그러니 나를 왜 버렸어…….” 두 번째 생, 기스카르 로드브로크는 다이애나 브리엔 때문에 지옥에 빠졌다.
쓸모 따윈 없는 증오스러운 딸, 짐승 같은 사생아, 허울뿐인 버러지 대공비.모두 에다를 수식하는 말이었다.에다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만 받아왔다.심지어 제 남편에게도.그런 남편이 죽었다.돌아온 귀환자는 제 형의 모든 것을 상속받았다. 형의 아내까지 포함하여.삶은 에다에게 그렇게 친절한 얼굴을 하지 않았다.때문에 에다는 이 두 번째 혼인에 어떤 기대도 하지 않았다.남편의 동생이 뜨겁게 안아도,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옷들을 제공해도.그러나 아스탈도는 언제나 집요했고,결국 그녀를 삼켜버렸다.***“내 형은 좋은 남자였나?”좋은 남자? 농담으로라도 할 수 없는 말이었다.“내 형이 이렇게 했어? 말해봐, 에다.”“…….”“내 형이 당신의 목을 좋아했을 거야.”에다는 차마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어떠한 감정이 덕지덕지 엉겨 붙은 표정을 했는데, 에다는 그 감정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제가…… 못 미더워서 미안하다는 거였어요.”“내가 언제 그런 소리를 한 번이라도 했어?! 내 아내는 완벽해!”아스탈도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세상 청승을 떨던 에다는 갑자기 완벽하다는 소리를 들어버렸다.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이었다. 맹세코, 이런 황홀한 칭찬은 듣지 못했다.“가, 갑……자기.”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닐까? 아니, 그건 아니었다. 에다의 머릿속이 다시 한번 펑 터져버렸다.“다시 말해? 내 아낸 완벽…….”“마, 말하지 마요!”심장이 터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