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진
강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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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유령> 경계(境界)를 헤매다 2011년 제7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1억원 고료를 거머쥔 장편소설이 출간됐다. 저자 강희진은 영화인을 꿈꾸며 취재차 만난 살인범, 사형수, 사기꾼, 성전환자들의 이야기가 [유령]의 집필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유령]에는 현실과 가상, 남과 북의 심적 경계에 불안하게 서있는 탈북자 청년 ‘나’가 등장한다. ‘나’는 탈북당시의 트라우마를 마음에 깊이 아로새긴 채 사회부적응자로 전락해 이방인으로서 떠도는 인물이다. 그러나 온라인게임 리니지세계에서는 온오프라인에서 큰 사회적 이슈가 된 ‘바츠 해방 전선’의 영웅이기도 하다. 이런 ‘나’의 주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각층의 소외자들의 문제가 얽히고설키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실제와 허상, 주류와 비주류, 비탈북자와 탈북자의 경계를 줄타기 하며 현대사회에서 존재의 의미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소설 [유령]. 소설이라는 가상현실과 그 안에서 펼쳐지는 실제적 현실이 던져주는 또 다른 경계 앞에서 잠시 ‘유령’이 되어 보는 건 어떨까.

카니발

<카니발> 세계문학상 대상 작가 강희진 최신작! 딸의 입으로 폭로되는 한 결혼이주여성의 수난사 폐쇄적인 농촌공동체에서 벌어지는 선홍빛 카니발 유장한 입담으로 밝힌 엄마의 실종과 자신의 삶 장편소설 『유령』으로 제7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강희진 작가의 새로운 장편소설 『카니발』이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유령』과 『포피』를 통해 각기 젊은 남녀 탈북자 세대의 고민과 실상을 실감나게 그려 '진화'된 형태의 분단 문학을 선보인 강희진 작가는 신작 『카니발』을 통해 한국에 정착하고자 했던 필리핀 이주민과 그 가족사를 통해 삶의 잔혹함과 불화를 당대와 연결시킴으로써 글로벌화 된 형태의 실존소설을 선보이고 있다. 소설의 화자인 예슬이는 이십대 초반의 방송통신대학교 여대생이다. 경상도의 산골마을에서 할머니와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그녀는 필리핀 이주여성의 딸이다. 예슬이는 약간 까무잡잡한 피부와 깊고 짙은 갈색의 눈동자, 서구적인 이목구비를 가졌다. 그러나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은 욕설이거나 혹은 유의어의 반복이다. 그녀는 강박장애를 동반한 외설틱(Coprolalia)과 동어반복틱(Palilalia), 즉 투렛증후군 환자이다. 그녀가 쏟아내는 이야기는 그녀의 말만큼 중언부언이고, 그 때문에 약간 혼란스럽다. 비록 음성틱을 앓고 있지만 화자는 유장(悠長)한 입담으로 엄마의 실종과 관련한 자신의 삶을 털어 놓는다. 『카니발』은 농촌이라는 폐쇄된 공간 속에서 어긋난 집단주의와 남성적 편력에 의해 개인이 파괴되는 과정을 그렸을 뿐만 아니라 ‘이야기’와 ‘화법’의 격렬한 파격성을 통해 문제점을 극단으로 몰아간다. 이를 통해 이주자에 대한 사회적 윤리성을 진단할 뿐만 아니라 특히 이주여성들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작가 특유의 미스터리 기법의 구성은 이번 작품에도 유감없이 발휘되어 가독성을 최대한 높이고 있다.

포피

<포피> 키스방 매니저로 일하는 탈북 대학원생 포피. 성과 욕망에 대한 거침없는 토로와 아찔한 키스 예찬 속에 탈북자의 악몽 같은 과거와 소비자본주의의 현재가 남김없이 드러난다. “키스는 고급문화입니다. 키스방에 오는 것은, 그가 그냥 수컷이 아니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인간이기 때문이죠.” 제7회 세계문학상 수상 작가 강희진 신작 장편소설 온라인 게임에 빠져 살아가는 탈북 청년을 중심으로 분단 상황과 가상현실 문제를 다룬 소설 『유령』으로 제7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강희진이 신작 소설 『포피』를 출간했다. 『포피』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인물의 구술로 이루어진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화자는 심리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자 ‘포피’라는 닉네임으로 키스방에서 일하는 탈북 여성이다. 키스 매니저인 그녀가 자신의 삶에 관심 가지고 찾아온 소설가인지 난봉꾼인지 모를 손님에게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는 구설(口設)이 이 소설이다. 작가는 전작 『유령』에서 온라인 게임에 빠진 탈북 청년을 내세워 탈북자의 소외와 분단 문제를 다뤘다면 『포피』에서는 키스방에서 일하는 탈북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아 인민의 삶이 붕괴된 북한 체제와 남한 소비자본주의의 윤리적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문학평론가 김미현은 “『포피』는 탈북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도 기존의 이데올로기적 접근이나 페미니즘적인 접근에서 보여주었던 상투성과 계몽성을 피해가고 있는 새로운 탈북소설”이라고 평했다. 강희진의 소설로 분단문학의 진화, 나아가 한국문학의 새로운 활력을 읽어도 되는 이유다. “세상에 죽음만큼 중요한 게 있다면 아마도 사랑일 거예요. 물론 제 경험에서 우러난 얘기죠. 제 삶에서 말입니다.” ●추천사 이 소설을 읽고 수치심을 느낀다면 아직까지 우리들의 양심이 살아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뉴스에 나오지 않는 현실이 소설에 담겨 있다. 탐사 보도보다도 더 치밀해서 가슴이 저민다. 키스는 즐거운 쾌락이며 희열이라고 주인공은 말하지만 그 말이 더 슬프게 한다. 현실과 허구, 남한과 북한 이 양날의 칼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작가의 능력에서 새로운 탐사문학의 출발이 보인다. 무엇보다 이 소설에 집중하는 것은 이것이 바로 외면할 수 없는 진짜이기 때문이다. -박성원(소설가, 계명대 교수) 『포피』는 탈북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도 기존의 이데올로기적 접근이나 페미니즘적인 접근에서 보여주었던 상투성과 계몽성을 피해가고 있는 새로운 탈북소설이다. 남한 소비자본주의의 상징인 ‘키스방’과 북한 공산주의의 상징인 ‘탈북 여성’의 결합으로 인해 소설의 긴장과 갈등이 자연스럽게 구조화되면서 죽어도 살아 있는 남북한 ‘좀비들’의 실상이 중층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주인공 ‘나’가 손님인 소설가에게 자신의 전사(前史)를 구술하는 소설 형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는 필력도 놀랍다. 반성이 아니라 질문이 요구되는 문제작이다. -김미현(문학평론가, 이화여대 교수) 소설은 누군가의 이야기이다. 『포피』는 이야기하는 화자의 개성으로 우선 눈길을 끈다. 『포피』의 주인공은 중국을 거쳐 한국에 자리 잡은 새터민, 탈북자이다. 우리 사회의 일부이면서 타자인 ‘그녀’는 독백을 통해 구어적 세계의 풍만함을 조성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녀가 키스방의 키스매니저로 일하고 있다는 점이다. 백석의 시부터 키스의 역사까지 아우르는 그녀는 매우 도전적이며 개성적인 서술자임에 틀림없다. 이 개성적 화자의 고백 앞에 지금, 이곳 대한민국의 윤리적 실재는 남김없이 드러난다. 그것은 소설을 통해 세상과 대결하고픈 작가적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강유정(문학평론가, 강남대 교수) ●책 속에서 삶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삶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죽니 사니 해도, 모두 그냥 그렇게 흘러가게 돼 있으니까요. 항상 죽음이 문제죠! 세상에 죽음만큼 중요한 게 있다면 아마도 사랑일 거예요. 물론 제 경험에서 우러난 얘기죠. 제 삶에서 말입니다. 죽음과 사랑. 사랑과 죽음. 둘은 제게 항상 붙어 다니는 쌍이죠.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놈이 저한테 왜 찰떡처럼 엉겨 있느냐고요. 저도 그걸 모르겠어요. 여대생들이 매춘으로 학비나 용돈, 생활비나 옷값, 심지어 라식이나 성형수술 비용까지 벌고 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어요. 비록 뽀샵으로 조작한 얼굴이긴 해도 버젓이 자기 얼굴까지 공개하고. 인터넷 때문에 여자들이 너무나 쉽게 몸을 팔 수 있어요. 또 팔고 있고요. 이젠 누구나 스마트폰이 있어 길거리에서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잖아요. 제가 처음에 그런 글들을 읽을 때, 모두 거짓인 줄 알았죠. 제가 순진했던 거죠, 뭐. 제 닉네임 포피도 실은 우미인초, 즉 양귀비란 뜻이에요. 포피는 양귀비란 의미 외에도 아편, 돈, 위로, 심지어 아버지란 뜻도 있어요. 포피는 제 삶처럼 복잡한 단어죠. 성의 상품화, 저는 한마디로 그렇게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중략) 노동이 상품으로 거래되는 마당에 성을, 여자의 거시기를 못 팔 이유도, 논리도 없는 거죠. 성매매 반대론자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순결 어쩌고…….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소리를 하잖아요. TV에 나와 그런 소리를 구시렁거리는 배부른 남한 여자들을 보면서 저는 잠시 동안 남조선이 천국이라는 착각을 했어요. 팔 게 그것밖에 없는 여자들한테 필요한 만큼의 돈을 주어, 그것을 팔지 않아도 되는 천국 말입니다. 북한에서 성적인 억압은 체제 유지를 위해 필요 불가결한 조건이에요. 그 사회가 영장류들 중, 인간과 가장 유사한 종인 보노보처럼 성적인 자유를 만끽한다고 가정해보세요. 위대한 수령이 왜 필요하겠습니까. 절대자는 항상 뭔가가 결핍되었을 때 존재하는 법이죠. 아마 북쪽 사람들은 키스를 침팬지처럼 입으로만 할 겁니다. 키스를 혀를 이용해 서로 핥고, 문지르고, 빨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대학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책을 읽었어요. 먼저 북한 체제에 관한 저술들과 탈북자들에 관한 자료들을 닥치는 대로 섭렵했죠. 전 무엇보다 궁금했어요. 반도 끝, 북녘의 변방에서 태어난 계집애인 제가 왜 여기, 서울까지 왔는지……. (중략) 왜, 어린 시절 제가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중국 변방을 떠돌아야 했는지 알고 싶었어요. 도대체 무엇이 저를 여기로 데려다 놓았는지 알아야 했습니다. 진실을 알고 싶었죠. 키스는, 남근으로 하는 절구질의 대체적 성격이 강하지만 성교와는 다르게 사용하는 도구가 남녀에게 평등하게 주어졌잖아요. 혀는 절굿공이, 페니스에 해당하고, 입은 절구, 질에 해당하잖아요. 더구나 질의 입구가 대음순, 소음순으로 구분된다는 점을 생각해봐요. 인간이나 동물은 음경과 음문으로 구별된, 불평등한 생식기와 달리 입은 동일한 구조로 설계되어, 키스는 남성이나 여성, 암놈이나 수놈 가릴 것 없이 번갈아가며 능동적인 역할 혹은 수동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죠. 전 이상 심리 취향 같은 건 없는 사람이에요. 하긴 모르죠. 지옥에 살다 왔으니 제 심층 심리 속에 뭔가, 나도 모르는 무엇이 숨어 있는지. 그건 알 수 없는 일이죠. 괴물이 살고 있을 수도……. 하지만 저는 천국에 대한 꿈이 너무 강렬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들보다 상흔을 덜 가진 것 같아요. 남한 사회에서 대접 못 받아, 키스방이나 전전하면서 당신 같은 소설가의 호기심이나 자극하지만, 저는 자신을 이만큼 끌어올렸다는 사실이 약간은 대견스러울 때도 있어요. 대딸방, 키스방, 페티시방, 애인대행 혹은 조건 만남 등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통에 아예 하나의 용어로 굳어진 ‘민간인 필’이란 말을 생각해봐요. (중략) 실제 이들 카페에 들어가 마니아들의 후기를 읽어보면, 카사노바들이 얼마나 민간인 필을 원하는지, 경험이 덜한 수수한 여자를 찾기 위해서 돈과 에너지를 투여하는지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이런 곳에서 그런 여자를 찾아다니면서 욕망을 채워야 하는 당신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 바도 아니에요. 타락한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불쌍한 카사노바들이죠. 당신들이 진짜 좀비죠. 전 어린 시절의 좌절 때문에, 말을 쏟아내지 않으면, <양들의 침묵>에 나오는 미치광이 의사가 되든지,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지 못해 죽을병이 든 복두쟁이가 될 겁니다. 그리고 이제 엄마가 그 젖꼭지를 내민다고 해도 제 욕망은 해소되지 않아요. 왼손 식지를 빨 수도 없잖아요. 삼촌이, 제가 사랑한 단 한 명의 남자가 남긴 마지막 선물인데, 어떻게 다시 상처를 내겠어요. 구원은 오직 말뿐이죠. 수다만이 절 구원해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죠. 그러니 당신이야말로 제게는 구원 같은 손님입니다.

이신

<이신> 1억원 고료 세계문학상 수상작가 강희진, 대작으로 돌아오다! 치열한 사료 조사와 3년의 집필 끝에 완성한 웅장한 서사, 대담한 상상력! 오늘의 현실을 생생히 담아 ‘2011년 버전의 《광장》’이라는 심사평을 받으며 《유령》으로 제7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강희진이 3년의 분투 끝에 신작 소설 《이신》으로 돌아왔다. 소설의 배경은 병자호란 직후, 백성들은 극심한 생활고와 상실감으로 몸부림치고, 환향녀(還鄕女)가 된 여인들의 자살이 이어지지만 지배계층은 책임을 묻지도 지지도 않던 시절이다. 주인공 ‘이신’은 평범한 행복을 꿈꾸었으나 포로사냥의 희생자가 되어 가족을 잃고 인간성조차 말살당한 남자다. 이씨 왕조의 신하(李臣)로 살라는 뜻을 담아 이름 지어졌으나, 다른 왕을 섬긴 이신(貳臣)이 된 그가 원하는 한 가지는 ‘복수’. 착한 백성들의 한과 서늘한 분노가 400년을 뛰어넘어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