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아직 오지 않습니다 : 이순신 외전> 영웅 이순신이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면? 죽었으되 죽지 않은 영웅 이순신의 삶을 다룬 대체역사소설 『적은 아직 오지 않습니다』. ‘이순신이 만일 노량해전에서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면?’이라는 가정을 통해 고독한 영웅 이순신을 넘어 인간 이순신의 다면적인 모습과 최후를 그려냈다. 이순신의 선택을 통해 그 역시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한 개인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노량해전에서 승리를 거둔 이후, 이순신과 그를 보필하는 성복, 여진, 금이 아범은 외딴 섬에 은둔한다. 그들은 적이 다시 침입해올 때를 기다리며 산 자도 죽은 자도 되지 못한다. 그러나 섬에서의 은둔은 길어지고 이순신은 그 고독한 시간을 견뎌내기 위해 자신이 전장의 한복판에서 적었던 기록들을 다시 고쳐 쓴다. 한편 이순신이 살아 있다는 불온한 소문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임금은 최정을 비밀리에 남도로 파견하고, 그 와중에 이순신과 일행은 해적들과의 싸움에 휘말리게 되는데….
<낭만컨설팅> <총잡이들>, <도서관 노마드>로 주목받은 은승완 작가의 장편소설. 아르코 문예창작기금을 받은 작품이며, 문학동네 소설상(2016년)과 세계문학상(2016년) 최종심까지 올랐던 소설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경제적 가치로 재단되는 냉혹한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유효기간이 만료된 것처럼 보이는 '낭만'의 부활을 도모하는 21세기형 돈키호테들의 고군분투가 유머러스하면서도 애잔하게 펼쳐진다. 시나리오 작가로 실패한 윤석민은 습관처럼 익숙해진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랜 신념을 꺾고 취업을 결심한다. 그는 독특한 구인광고를 발견하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R컨설팅에 면접을 보러 가는데, 낭만을 팔아보려 한다는 사장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리기도 전에 즉석에서 채용이 결정된다. 낭만을 판다는 원대한 목표와는 달리 회사의 생존을 위해 부득불 불륜 알리바이를 짜주는 일이나 하던 그는 회의 중에 별 야심 없이 낭만엑스포에 대한 의견을 내는데, 낭만당 주창자인 사장이 거기 꽂혀버린다. 설마 했던 일은 점점 꼴을 갖추어가기 시작하는데… 그즈음 회사에 낯선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일은 어딘가 모르게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 과연 R컨설팅의 멤버들은 무사히 낭만엑스포를 개최할 수 있을까?
<총잡이들> 2007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한 은승완의 장편소설이 들녘에서 출간된다. “두 개의 이야기를 절묘하게 교차시키면서 서사적 긴장감을 유지해나가는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2015년 한국 전자출판대상 장려상을 수상했다. 사상 최고의 상금 3억 원이 걸린 장편소설상을 차지하기 위해 힘을 합친 세 작가가 현실과 시스템의 한계 속에서 분투하는 이야기를, 서부극의 총잡이들이 부조리와 배신이 난무하던 시대에 현상금을 좇아 엎치락뒤치락 벌이던 혈투에 빗대어 그린 완성도 높은 블랙코미디다. 노량진 웨스턴……! 문학판의 뒷골목에서 총잡이들, 아니 글쟁이들이 현상금에 펜을 겨눈다! ‘나’(공노명)는 오래전에 등단했으나 변변찮은 책 한 권 내지 못한 무명 소설가다. 지금은 노량진 고시원에 살면서 출판사 독후감 대회, 표어 공모전 등의 잡문 콘테스트에 응모해 받은 상금으로 먹고사는 ‘공모전 사냥꾼’에 불과하다. 한때는 문학의 가치를 믿었으나 지금은 그따위 것 버린 지 오래고, 글을 팔아 고시원 방세를 내는 데 급급하다. 하지만 쓰는 게 잡문뿐이라도 슬럼프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상금을 타기가 점점 어려워지자, 공노명은 고시원 이웃인 ‘초짜 글쟁이’ 치코를 끌어들여 머리를 맞댄다. 하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블루오션도 곧 피 튀기는 레드오션이 되는 법. 공모전 당선작 리스트에 익숙한 이름 ‘소정훈’이 공노명을 제치고 오르는 일이 잦아진다. 그러던 중 공노명의 대학 동창인 대형 출판사 편집장 ‘황’이 공에게 눈이 번쩍 뜨이는 제안을 한다. 그가 일하는 출판사의 3억 원 신인 장편소설상 공모에서 공에게 1표를 주며 밀어줄 테니, 당선되면 상금 중 1억을 달라는 것이다. 공노명은 솔깃하지만, 지금의 실력으로는 당선이 어려움을 인정하고 소정훈, 치코와 힘을 합치기로 한다. 3억 원을 노리는 세 글쟁이들은 소설 『총잡이들』을 함께 쓰면서 각기 다른 꿍꿍이속을 품게 되는데…… 과연 최후의 총잡이, 아니 최후의 작가는 누가 될 것인가?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빗댄 완성도 높은 블랙코미디 『총잡이들』는 맞물리면서도 어긋나는 두 개의 이야기를 절묘하게 교차시키면서 서사적 긴장감을 유지해나가는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공모전 상금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협력하여 사상 최고 금액이 걸린 문학공모전의 상금을 노린다. 그들이 공모하여 만들어가는 이야기의 중심에 서부극의 총잡이들이 있다. 바다 넘어 서부극 시대의 총잡이들이 벌이는 부조리한 대결로부터 비롯되는 은폐된 진실게임이 오늘 여기에서 공모전 사냥꾼들이 벌이는 부조리한 협력과 배신의 게임으로 이어진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은유하는 블랙코미디가 작가의 탄탄한 문장력에 의해 뒷받침되면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