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멜라 1> 서구 근대소설의 출발점 기존의 종교적·도덕적 우의 소설(寓意小說)과는 다르게 가정생활 문제, 특히 연애와 결혼 문제를 소재로 택했다는 점과 등장인물의 내면과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문학 기법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서구 근대소설의 기원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이런 변화는 문학의 수용자를 귀족과 종교인 계층의 전유물에서 일반 서민계층 까지로 확장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 소설은 한 귀족 부인의 몸종으로 일하던 15세 소녀 파멜라가 자신을 농락하려는 부인의 아들 B― 씨의 사악한 의도에 맞서 끝까지 부정한 관계를 거부하고 정조를 지키다 결국 B― 씨의 마음을 돌려 정식 결혼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또는, 미덕의 보답’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주인공 파멜라처럼 어떠한 악의 상황에서도 끝까지 굴복하지 않고 미덕을 지키면 보상을 받게 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파멜라의 시시각각 변하는 미묘한 심리 묘사와 아슬아슬한 상황을 간신히 모면해나가는 모험담, 그리고 마침내 모든 역경을 딛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에 성공하는 낭만적 사랑 이야기는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도 매력적인 이야기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클러리사 할로 1> 전국의 영문학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책, 어디서도 나올 수 없는 완전한 번역, 영국 근대소설의 태동, 영국 소설 중 가장 긴 작품이자 새뮤얼 리처드슨의 대표적인 서간체 소설, 이를 맛볼 수 있는 장을 지만지가 마련한다. 오늘날 많은 영어권의 일반 독자는 물론 영문 전공 학생, 교수도 한 권 분량의 축약본으로 읽는 것이 보통이다. 지만지에서는 많은 학자들이 결정판으로 여기는 제3판을 옮겨 완전한 작품으로 선보인다. 사건 각각의 원인과 결과, 인물들의 가장 지배적인 감정이 일으키는 심리와 반응들을 음미하면서 보편적 인간성 묘사의 모든 것에 온전히 감동할 절호의 기회다. 8권 작품 전체의 시작부터 끝까지 인물들이 주고받는 편지들로 이어지는 스토리, 작가의 그 독창적인 수법을 통해 사건들의 상세한 내용과 각 인물들의 심리를 가까이서 바라본다. 시공을 뛰어넘어 우리 모두가 공감할 만한 사랑과 결혼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 여주인공은 인간이 가장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당할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보인다. ≪클러리사 할로≫는 역자 김성균이 교직 기간 내내 아끼며 제자들과 함께 읽은 18세기 영국 소설로, 그의 일생을 결산하는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역자는 같은 저자의 ≪패멀라≫를 읽고 영국 18세기 소설 전공의 길에 들어섰으며 ≪패멀라≫와 근본적으로 같은 주제를 보다 완벽한 서간체 소설 기법으로 구사한 이 작품을 교직을 퇴임하자마자 의무와 같은 느낌을 받아 번역을 시작했다. 역자는 대학 시절 이 작품에서, 아름답고 총명한 어린 여주인공이 불가항력적인 고난에 강직하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에서 깊이 감동받았다. 역자가 대학 시절부터 오늘날까지 함께 살아온 인물, 어쩌면 현실에서 실제로 아는 어떤 사람보다도 더 잘 안다고 할 수 있는 인물, 클러리사 할로의 고매한 성정을 고스란히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