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히 눈 감으세요. 제가 그들에게 절망을 안겨 줄게요.” 오랜 원수였던 두 가문의 합작품 ‘레오니’ 서로를 증오하는 부모 사이에서 애정에 굶주린 채 자라난 아이는 어머니의 시한부 선고 소식을 듣고 뛰쳐나갔다 사고를 당한다. 며칠 만에 깨어난 레오니에게선 더 이상 열 살 아이다운 천진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머지않아 맞이한 어머니의 장례식날, 아버지는 추모객들 앞에서 레오니에게 명했다. “새어머니와 동생에게 예를 표하라.” 한 번도 안겨 본 적 없는 아비 품에서 동생이란 아이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빠, 저 여자가 내 언니야?” “그렇단다.” “칫, 싫은데.” “미안하구나. 하지만 가끔은 싫은 일도 해야 훌륭한 귀족이란다.” 아이는 눈부시게 화려한 드레스 자락을 잡고 가볍게 고개를 까딱였다. “안녕? 아빠의 사랑을 나누는 건 짜증 나지만 하는 수 없지. 가족으로 받아들여 줄게.” “걱정하지 마. 나눌 일은 없을 테니.” 내가 원하는 건 가족이 아니라 복수니까. 레오니는 차갑게 미소 지으며 추모객들을 바라보았다. “저는 살인자를 가족으로 맞이할 수 없습니다!” *** 하나하나, 고통스럽게, 그리고 천천히. 받은 만큼 돌려주겠어!
다핀느 아르민. 고귀한 후작 영애였지만 가족은 그녀를 무시했고 약혼자는 배신했다. 누군가의 계략으로 가문까지 망하고 그녀의 삶은 거칠게 흘러갔다. 정보 길드에 팔려 첩자가 되고, 계약 결혼과 이혼까지. 게다가 옛 약혼자는 그녀를 정부로 삼으려 했다. 결국 그의 부인에게 속아, 죽음을 맞이하는데…. 가문이 망하기 직전으로 돌아왔다. “이제 너희들 차례야.” 지난 생의 원수와 은인을 찾아, 받은 만큼 돌려주려는데. 지긋지긋한 전 약혼자는 여전히 그녀에게 집착한다. “다핀느, 네가 이렇게 이기적인 줄은 몰랐어. 대체 나는 네게 뭐였지?” 가족들은 깊이 후회했지만, 너무 늦었다. “어색한 부모 노릇은 그만두시죠.” 그런데 가장 놀라운 건 전남편이었다. 누구보다 반듯했던 그는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대는 정말 나빠. 가져갔으면 곱게 다뤄줘.” 카르툰이 다핀느의 손을 잡아 제 가슴에 대고 지그시 누르자, 심장이 거세게 고동쳤다. “배신으로 찢어졌지만, 여전히 뛰고 있으니까.”
세 번째 인생을 살고 있는 아나이스. ‘이번에도 역시나!’ 죽은 줄 알았던 남편이 육감적인 미녀를 끼고 돌아왔다. 심지어 2세도 준비됐단다! 결국 혼인 무효로 남편과 정부를 인생에서 깔끔하게 도려냈다. 그렇게 친정으로 돌아왔더니, 망하기 직전이다. 부모님도 살리고 영지도 일구며 나름 착하게 살았다. 그 보답일까? 이 세계 최강자가 곁에 눌러앉고 동방의 비급 의서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그 덕에 차린 한의원이 미어터진다. “환자들은 줄을 서시오!” “흠흠, 이분은 황제 폐하십니다.” “그래서요?” 황족은 뭐, 안 죽는대? 세계 최강자, 마법사, 전남편, 흑막까지. 누구도 예외는 없다. 모두 내 앞에 줄을 서야 한다. 죽기 싫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