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트라 빙의 3년차.카페 사장으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도중 여주의 아버지가 될 소년을 주웠다.훌륭하게 키워서 제 짝 찾으라고 밖으로 던져 놨건만.“너…… 왜 왔니?”녀석이 돌아왔다. 여주가 태어나야 할 바로 그 해에!“결혼은?”“제가 미쳤다고 누님을 두고.”십 수 년 뒤 이 세상은 흑막의 손에 무너질 예정.그렇게 되면 애써 일궈 놓은 내 카페도 끝장이다.흑막을 물리칠 수 있는 건 이 소설의 여자주인공인 성녀 코렐리아, 단 한 명뿐.근데 그 애비 될 자가 결혼을 거부한다.***“야, 너 당장 나가.”“싫습니다.”“그럼 여기서 식 올릴래? 내가 좋은 여성분으로 잘 물색해 볼게.”“싫어요, 누님.”체이트가 손을 뻗어 내 뒷머리를 감싸 올렸다.귓가로 뜨거운 숨이 훅 끼쳤다.“저는 이대로 결혼하지 않고 누님과 평생 함께 살 겁니다.”부드러운 중저음의 목소리. 말미에 간질간질한 웃음기가 느껴졌다.“그게 정 싫으시면, 누님께서 낳아 주시든지.”
남편이 죽었다.어차피 사랑 없는 결혼이니 슬픔 따윈 없었다.하지만 그의 죽음이 내 모든 것을 앗아간 이상, 되돌려야만 했다.긴 시간 인내가 답이라고 여기고 살아 왔으나 더는 참지 않겠다.탐욕에 눈이 멀어 자식을 버린 두 가문에게 복수하고,온당하게 누려야 할 모든 것들을 누릴 것이다.‘내 손에 없다면 쟁취하면 그만인 것을.’그녀는 이번 생, 복수를 위한 약탈자가 되기로 결심했다.***모든 건 목표를 향한 계획의 일환에 불과했다.그 과정에 사랑은 불필요하다고 여겼다.그런데…….“당장에 네 허리를 끌어안고 입 맞추고 싶어 돌아버릴 것 같아.”“…….”“인정하지. 네가 이겼다, 시실리아.”“…….”“그러니 승자답게 전리품을 취해.”씨근덕거리는 숨소리. 거친 말투. 붉게 상기된 뺨.모든 게 전과 달랐다.‘내게 그토록 무심했으면서, 대체 왜 지금 이러는 건데?’
무협 소설 주인공으로 빙의해서 산전수전 다 겪으며 천하제일검이 됐건만, 종막을 코앞에 두고 냅다 서양풍 로판 속에 갇혀버렸다. 이번엔 주인공도 아니고 삼류 악당 가문의 병약한 엑스트라 역이다. 심지어 이 몸, 개복치다. 앉아도 피 토하고 일어서도 피 토하고 숨만 쉬어도 피 토한다. 대체 곱게 자란 여자애 몸뚱이가 왜 이따위야? 그런데 어째 증상들이 낯익은데. 이거 혹시. “절맥증?” 낯선 세계에서 익숙한 무협의 냄새가 난다. *** 절맥의 치료를 위해선 이 서양풍 세계관 속에서 양기를 주입받아야 하는데, 간신히 찾아낸 극양지체가 하필이면 흑막 대공가의 문제아였다. “당신 몸에서 날뛰는 그 기운, 저한테 줘요.” “싫은데.” “어?” “내 거잖아. 주기 싫어.” 이 가문, 내가 살려야 하는데…… 이놈을 어떻게 구워삶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