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게 학대 받고 남편에게 사랑 받지 못한, 처형을 앞둔 아르델의 폐위된 여왕 아이린 에이블 아르델. 그녀의 앞에 나타난 한 남자. 사람들에게 저주받은 괴물이라 일컬어지는, 하이덴 제국의 유일무이한 공작 카를 윈스턴 윈체스터. “나의 이름을 걸고, 그대를 자유롭게 만들어 주겠습니다.” “…조건은요?” “1년간 내 약혼자가 되어 주세요.” 붉은 눈을 가진 괴물은 너무도 근사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무릎을 꿇고 경건하게 그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당신이 사랑하던 연인도, 당신과 결혼했던 남편도, 당신의 아버지도 당신을 버렸습니다.” 그저 사실을 말하는 것뿐인데도, 비수와도 같이 아이린의 가슴에 박힌다. 처형을 앞둔 여왕, 그녀에게 카를은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 “그래도 살고 싶다면, 내 손을 잡아요.” 당신을 자유롭게 만들어 주지. 아이린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붉은 눈을 바라보았다. 설령 진짜 그가 괴물이라고 할지라도, 살아남기 위해서 그의 손을 잡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기꺼이 당신을 따르겠어요.”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귀족 가문에서 여인이 작위를 승계할 때는 반드시 부군이 있어야 한다.’ 여자가 대공이 되기 위해서는 결혼해야 하는 악법, 루크룸 법. 카일룸 대공가의 후계자인 디아나는 이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다. “대공녀, 결혼해 주십시오.” 그런 그녀를 찾아온 한 남자. “필요하잖아요. 들러리 같은 남편.” 대륙에서 제일가는 마레 상단의 상단주, 제국의 부를 거머쥔 사내. 그, 에드워드 드 마레는 디아나에게 일 년짜리 결혼계약을 제안하는데. “사계절이 지나면 대공녀의, 아니. 대공의 곁을 떠나겠습니다.” 스스로 호구를 자처하는 이 미친 남자의 청혼을, 디아나는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