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매체급 육아서, 이대로 괜찮은가? 어설픈 보호자들이 우당탕탕 길러낸 ‘평범한’ 아기. 평범해지려고 기를 쓰는 이브리엘의 주변은 그렇지 못한 것들 투성이다. 특히 아프게 갈라섰던 첫사랑, 하렌. “첫사랑이 절대 끝나지 않아.” 엉겨 붙는 이 남자부터가 심상치 않은데. 과연 이브리엘은 바라던 대로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안녕하새오 이브리엘이에오. 장래 히망은 묘지기. 우리 마망 파파 산쵸니는 긔신이에요. 마망 파파 산쵸니 편범한 게 제일 좋테써오. 그래서 나는 편범하꺼야. 근데 편범하러먼 배오야 하는게 만아오. 으학 약쵸학 언금술 할쏘기 아 너무 마나. 그치만 다 잘해오. 왜냐믄 나는 편범하니까! 아 편범한 건 너무 피고네. 누그든 짝은 이브를 건드리믄 아주 잣 대는 거야 씨부엉」 - 이브리엘 라일라(3세) 일기장에서 발췌 -
빌어먹을 역병의 시대였다. 유일한 치료제로 황실과 권력에 이용당한 삶은 벌써 다섯 번째 지옥을 반복하고 있었다. 무슨 짓을 해도 죽을 수가 없었다. 성물이 제힘을 모두 앗아가는 서른 살의 생일까지는 이 생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맹이, 그 남자가 필요했다. 그런데. "나를 정부로 들여." “아니.” 역시나 단호한 거절에 이린시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해야 하나 머리를 굴리는 사이 카시온이 입을 열었다. “결혼하자.” 이 호구를 어쩌면 좋지? * 처음에는 미친 여자라고 생각했다. “내가 취향이 아니더라도 어쩔 수 없어.” “……지금 취향이 문제인 것 같나?” “살면서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듯, 안고 싶은 여자만 안을 수는 없는 법이란다.” “돌겠군.” 하지만 결국 떠올리는 것은 그 얼굴이었다. 이린시스, 이 여자가 중독성 그 자체였다. 쓸데없이 작고, 희고, 약해빠져서 자꾸 신경 쓰이고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났다. “넌 역시 나랑 결혼해야겠다.” 내가 호강시켜 줄게. 제 몸 아낄 줄 모르는 아내로 인해 인내의 지옥을 경험할 줄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