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황제 폐하를 연기하겠습니다. 황후께서 온 생을 바쳐 사랑한 그 남자처럼 먹고, 걷고, 움직여, 제국을 넘어 온 세계 부인, 영애들의 가슴을 흔들어 놓겠습니다.” “고작 잘난 얼굴 하나 믿고 제게 협상을 하는 것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잘난 얼굴 하나로 협상을 걸어 보는 겁니다. 저의 손짓 한 번 눈짓 한 번이 얼마나 많은 여인을 웃고, 울릴 수 있는지. 잘 아실 텐데요.” 탕아는 내 턱을 손으로 살짝 들어 올렸다. 그 낯짝이 필요 이상으로 아름다워 가슴께가 뻐근하게 조여들었다. 고민을 하고 있는데, 멀리서 카시야스의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나는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 순간, 그는 탕아의 허리춤에 걸린 익숙한 손수건을 발견하고는 매섭게 눈에 불을 켰다. “내가 정부를 들인다면 당신도 그리하겠다더니. 저자가 그자인가.” 꼭 질투라도 하는 듯 평정을 잃은 목소리였다. “……예, 폐하.” 청순하고 지고지순한 황후였던 지난 생의 끝은 참수라, 이번 생은 조금 달라져 볼 작정이었다. 나는 전생의 그에게서 배운 대로 죄책감 하나 없이 평온하게 대꾸했다. “혹, 제 남자를 질투 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