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동정이라고 생각하지? 넌 돈이 필요하고 난 운전기사가 필요한 것뿐인데.” 그녀는 정말 돈이 필요했다. 뺑소니차에 치인 엄마의 병원비가 이미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밀려있었다. 자존심은 상하지만 누군가를 동정할 만큼 온기 있는 남자 같지도 않았다. 결국 그녀는 국내 재벌서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서재혁의 운전기사로 취직하게 된다. “저기… 이 차, 시동은 어떻게 걸어요? 처음 보는 차라서….” 재혁은 그녀의 오른손 두 번째 손가락을 잡아 번쩍거리는 크롬 버튼 위로 가져갔다. 그의 손에 들어간 힘이 그녀의 손가락으로 전달되고 은색의 시동 버튼이 부드럽게 눌렸다. 부릉- 고요한 짐승의 울음처럼 시동이 걸렸다. 그녀는 자신의 손위에 포개진 길고 아름다운 그의 손가락을 보고 있었다. 자동차 엔진 소리처럼 그녀의 심장도 고요하게 요동치기 시작했고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는 밖으로 들릴 만큼 커져가고 있었다. 그는 의자 등받이를 뒤로 살짝 눕히며 눈을 감고 말했다. “기사님? 이제 출발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