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주아
백주아
평균평점 4.12
백작가의 비밀스런 시녀님
4.17 (36)

가난한 소작농의 딸 폴라. 우연한 계기로 명망 높은 벨루니타 백작가의 사용인으로 고용된다. 그런데 모셔야 할 주인님께서 앞이 안 보이신다고? 눈먼 주인님의 시중드는 일이 그렇게 어려울까 싶었는데 성격이 너무 지랄맞다는 게 문제다! 시력을 잃고 성질 더러워진 주인님과 산전수전 다 겪은 시녀님의 이야기 * 총구가 이마에 닿았다. “죽고 싶어?” “그냥 쏘십시오.” “뭐?” “이대로 계속 주인님을 방치해도 결국 전 죽습니다. 얼마 안 가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겠죠. 이리 죽고 저리 죽을 바에야 주인님의 총을 맞고 죽는 영광이라도 누리겠습니다. 자, 얼른 쏘고 끝내세요.” “……미쳤나?” “안 쏘시나요? 그럼 시트 갈겠습니다.” 그대로 시트를 당기자 그가 기겁하며 시트를 움켜쥐었다. 잠시 뺏으려는 힘과 버티려는 힘이 충돌했다. 그러나 상대는 피죽도 못 먹은 환자다. 난 코웃음을 치며 온 힘을 다해 시트를 끌어당겼다. “진짜 미쳤군!” 시트를 뺏기고 소리치는 빈센트를 뒤로한 채 새 시트를 가져왔다. “당장 나가!” “네, 할 일을 끝내면 나가겠습니다. 제가 빨리 끝내고 나갈 수 있게 좀 일어나 주시겠어요?”

부러진 칼날을 감싼 장미꽃
3.5 (3)

‘날 죽이고 싶으면 차라리 솔직하게 말해. 죽어 줄 테니.’ 소문대로 작고 연약해 보이던 넷째 왕자가 까탈스럽다 못해 좀 별난 성격이란 건 머리 뽑힌 첫 만남 이후 바로 깨달았다.  “내가 바라는 건 오직 하나야. 그대의 곁에 내가 있을 자리를 만들어 줘.”  6년 만의 재회이자, 청혼이었다. “제가 전하의 바람을 이뤄 드리면, 전하께선 제게 무엇을 주시겠습니까?” “내 모든 걸 줄게.” 전쟁영웅이라 칭송받게 된, 적국 첩자로 인해 가족을 잃은 기사. 왕실의 수치라고 외면받던, 적국의 피를 이은 반쪽짜리 왕자. 두 사람의 결혼은 왕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하는데. * * * ‘당신과 나 사이에 사랑 따윈 필요 없다.’ 적당한 거리. 적당한 애정. 서로를 알되, 자세히는 알지 못하는 관계. 우린 그걸 지켜야 한다. “아도라. 정말 소중한 건 말이야, 나만 알아야 하는 거야.” 마치 보기 좋게 포장된 겉면을 보여 주듯. 중요한 부분은 교묘하게 숨겨서. 아주 예쁘고 아름다워 누구나 혹할 수 있게. 6년 만에 재회한 남자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당신이 나의 죽음을 바라신다면

“정말 사랑받을 거라 생각했습니까? 꿈도 크군요.” 모든 걸 바쳐 사랑했던 남자가, 그녀가 좋아했던 미소를 지으며 다정히 속삭였다. 그 순간 깨달았다. 자신이 아비의 죽음에 일조해 버렸다는 것을. 나의 사랑하는 아사르.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땐 반드시 당신을 죽여 버리고 말겠어.” 베로니카는 그렇게 죽은 후 과거로 돌아갔다. 눈을 뜨자마자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그를 죽이는 거였다. *** 복수를 이뤘음에도 베로니카는 여전히 죽지 않았다. 갖은 방법을 동원해 죽었지만 눈을 뜨면 매번 16살의 방 안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그제야 이 끝없는 회귀가 저주란 걸 깨달았다. “대체 나와 결혼하려는 이유가 뭡니까.” “사랑하니까요.” “나는 당신 같은 여자 싫어합니다.” 베로니카는 결심했다. 자신의 앞날이 절망뿐이라면, 그 절망에 그의 소중한 동생을 끌어들이기로. “전하께선 저와 혼인하게 되실 겁니다.” “그걸 어찌 단언하는 겁니까.” “그야 제가 바라고 있으니까요.” 그와 앞으로 함께할 절망을 기약하며, 그녀는 퍽 다정하게 속삭였다. “우리 함께 잘살아 봐요, 카시안 황자 전하.”

사랑하는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것

저주받은 괴물들의 가문, 그 속에서 태어난 돌연변이. 원하지 않음에도 누군가의 생을 빼앗으며 사는 삶은 지독히 고통스러웠다. "누군가 날 죽여 주기를." 보름달이 유독 밝았던 어느 날 밤, 신은 내 부탁을 들어주었다. [세상에 자리한 어둠이 하늘마저 집어삼키려 할 때 용맹한 자가 뱀을 죽이고 모든 걸 끝내리라. 그렇게 평화를 맞이하리라.] 하여 나는 괴물들의 저택에 숨어들어 온 작은 아이를 살려 주었다. 그가 힘을 길러, 내게 다시 복수하러 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리고 마침내 마주한 심판의 날에 나의 구원자이자 이 세계를 구한 유일한 영웅은 나의 바람을 산산이 조각냈다. "이제 널 죽이고 싶지 않아." "그러니 옆에 있어. 내가 죽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