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
이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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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남, 조이섭의 ‘교도소탈출성공기’

<이혼남, 조이섭의 ‘교도소탈출성공기’> 이인규 장편소설. 빠른 전개와 재치있는 대사, 재미있는 상황들이 펼쳐져 잘 읽히고 유머러스하다. 조이섭(36세)은 어느날 십 여년째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친구 유서평(36세)으로 부터 취업 사이트에 올라온 이색적인 '구인광고'를 알게되어, 의뢰자, 정민채(28세)에게 연락을 한다. 구인광고 내용은 '교도소 탈옥 성공시 5천만원 지급, 배짱 두둑한 분'이며, 성공시 책으로 펴낼 때 인세의 30%를 지급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이섭은 자신이 사는 원룸의 건물주가 운영하는 편의점을 어슬프게 털다, 잡혀 교도소에 입소한다. 그런데 그곳에서 좌충우돌 탈옥을 시도하다 결국 성공한 이섭은 민채로부터 다시 그곳으로 들어가라는 지시를 받는다. 이번에는 민채가 지정한 정태수(52세)란 수감자와 함께 탈출하는 것이다. 성공하면 3억원. 그리고 그녀와 중국행이다. 고민끝에 이섭은 민채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섭의 두 번째 탈옥이 흥지진지하게 시작된다. 결국 우유곡절 끝에 두 번째 탈옥에 성공하는 우리의 이섭! 하지만 동반 탈옥이 끝난 뒤 그에게는 엄청난 반전이 기다린다.

내 안의 아이

<내 안의 아이> 소설을 쓰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마 내 나이 스물을 갓 넘긴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모든 게 낯설던, 그래서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그 나이의 세상에 대한 고만고만한 고민들을 소설이라는 매력적인 방법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무렵 저는 좋은 글쓰기의 기본인 열심히 읽지도, 상상하지도, 쓰지도 않으면서 알고 지내던 초등학교 동창 여자에게 무작정 넌 소설가의 아내가 되어야 해, 하는 객기를 부리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설핏 웃음이 나오지만 그즈음 방바닥에 엎드려 밤새워 원고지에 글을 썼던 기억은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그사이 저는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가정의 가장, 그리고 직장인으로 살아가다 보니 어느 날, 내 속의 문학에 대한 열정이 하릴없이 자고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문득 이십 대 초 품었던 아름다운 소망이 제게 이제라도 늦지 않아 지금 시작해, 하고 말하는 것같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폐교되었지만 새천년이 시작될 쯤 부산작가회의에서 주관한‘제 2기 소설 창작과’에 등록을해서 다시 꿈을 키웠습니다. 그때 만난 정태규, 김하기 선생님은 제게 있어 큰 행운이었습니다. 그분들에게 저는 다름 아닌 글쓰기의 기본과 끈질긴 창작의욕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지인들에게 올 겨울에 그동안 쓴 단편소설들을 묶어 책으로 내고 싶다는 말을 조심스레 건넸더니 반응은 크게 두 가지, 깜짝 놀라거나 시큰둥했습니다. 전자는 아마 저같이 세상물정에 어두운, 아직도 순수문학이 엄청난 희망이라 믿는 쪽이고 후자는 정말 저의 경제적인 손익을 걱정하는 분들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민 끝에 저는 후자의, 진심어린 충고를 과감히 물리치기로 작정했습니다. 그건 제가 경제적으로 윤택하거나, 다소 비현실적인 사람이 아니라 그럼에도 문학은 자라나는 아이들이나 세상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나름, 줏대 있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리고 문학 특히 소설은 이세상에서‘닫힌 섬’처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보편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가장 섬세한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닥치게 되는 필연적인 상황 등을 소설 속 작가의 생각과 체험을 통해 대리 경험, 분석과 극복, 만족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소설이 위기라 그럽니다. 미국의 소설가 필립 로스는‘향후 25년’이라는 구체적 수치를 들며‘소설은 소수의 컬트적 취향을 가진 마니아들의 장르로 전락할 것’이라 예언했다고 합니다. 그 말이 맞는지 아닌지는 그때 가봐야 알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사람들이 이 땅위에서 살아가는 한 소설은 결코 죽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내 아이들이 어른으로 성장할 때까지 읽고 또쓰기를 계속할 것입니다. 어쨌든 부족하고 미흡하지만,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제 첫 창작소설집을 내게 되었습니다. 글이 제 손에서 떠나는 순간 여러 가지 기대와 비평은 오롯이 제 몫이겠지만, 한 가지바람이 있다면 많은 분들이 어느 장소에든지 제가 만든 창작곡 음반(CD)을 들으면서 책을 읽을 때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고, 가슴이 따뜻해지면 좋겠습니다. 소설집 발간을 허락해주신 청어출판사 이영철 대표이사님, 부산작가회의 여러 선배 및 동료들, 늘 내게 힘을 주는 내 아내에게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절망 중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때때로 빛으로 이끌어 주시던 나의 하나님께도 그렇습니다.

폭염, 야차의 습격

<폭염, 야차의 습격> 이젠 폭염이다! 지난 2월 「보헤미안 영혼을 위한 여덟 곡의 랩소디(2020. 아이이북)」에 이은 작가의 공포·재난 판타지 소설이다. 코로나 19의 펜데믹(pandemic) 현상으로 온 지구촌이 고통을 받는 이 시대, 그보다 더 무시무시한 무더위의 계절, 여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무분별한 환경파괴로 인해 오래전부터 진행된 지구온난화의 결과인 이상기온! 단순한 더위가 아닌 찌는 듯한 ‘폭염’으로 한반도에 끔찍한 변화가 찾아온다. 믿기 힘들겠지만, 지구는 1만 년 전 극심했던 마지막 빙하기를 지나 천천히 기온이 올라가는 간빙기에 정점을 찍었고, 지구의 공전궤도는 타원형에서 원에 가까운 모양으로 회전함으로써 현재, 태양에 접근할 뿐 아니라, 지구의 자전축은 약 2만 2000년마다 돌아가는 팽이가 마지막 몸부림을 치듯 부르르 떨면서 돌다, 마침내 태양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놓이게 된다. 한때 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니다가 도시의 경쟁적, 배제적인 삶이 싫어 두류산 산골로 귀촌한 강경후는 그곳에서 올여름에 유례없는 폭염이 올 거라고 예언하는 동굴 파는 남자, 공팔진을 만난다. 그는 올 7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살인적인 더위가 절정을 이룰 것이므로 살고 싶으면 동굴로 들어오라 한다. 하지만 그의 말이 다소 미심쩍어 주저하던 강경후는 공팔진이 예언한 7월 말 어느 날, 집 주위로 산불이 크게 나면서 무더위가 시작되자, 전날 딸아이의 아토피 치료차 부산으로 떠난 아내와 헤어져 홀로 그 남자의 동굴로 들어간다. 강경후가 동굴에 도착하니 그곳에는 마치 이 사태를 예견한 듯한 먼저 들어온 세 명의 사람이 있다. 그때부터 동굴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삶이 시작된다. 한편,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는 폭염으로 인한 지진, 해일 등 이상 지각 변동이 생기면서 일부 부유층은 시베리아, 알래스카 등으로 이민을 떠나고, 나머지는 그나마 서늘한 두류산 등으로 몰린다. 하지만 이 시기에 두류산은 이상기온으로 인한 인육을 먹는 야차들이 집단 창궐한다고 강경후가 있는 동굴 안에도 한 명이 야차로 변함으로써 일대 위기를 겪는다. 게다가 9월이면 끝날 줄 알았던 폭염은 그해, 겨울까지 계속된다. 생존을 위한 동굴 사람들의 몸부림 그리고 야차들의 습격으로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두류산! 과연 강경후는 아내와 딸과 무사히 재회할 수 있을까?

지리산 가는 길

<지리산 가는 길> 이인규 작가의 두 번째 단편소설집이다. 표제작 「귀촌 (부제: 지리산, 산청 가는 길)」, 「그해 봄, 그 바닷가」, 「그곳에 형이 있었다.」 등 10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있다.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사람> 이 소설은 오래전에 발표한 내 첫 번째 소설집 ‘내 안의 아이’에 수록된 단편소설 ‘비상飛上’을 개작한 것이다. 여러모로 암울했던 직장생활 때 쓴 이 작품이 어떤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나는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만큼 애착이 가던 작품이어서 이다음에 시간이 되면 꼭 장편으로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기회가 온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직장을 전전했지만 젊은 시절에 처음 직장이랍시고 들어간곳이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교도소였다. 그리하여 그곳에서 만났던 어떤 재소자의 기구한 운명과 사랑에 관한 일화가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는데, 사실 살아오면서 그런 운명적인 사랑이 과연 존재할까, 하는 게 평생의 의문이었고 풀어야 할 숙제였다. 도시의 안정된 직장을 접고 산골로 들어온 이후 아직까지 지인들은 내게 시골의 삶에 대해 이것저것 묻는다. 그 중 그들과 나를 진지하게 만드는 질문 하나가 있다. “두렵지 않던가.” “….” 그에 대한 답은… 물론 두려웠고 아직도 그렇다, 이다. *** 그때 그 ‘아름다운 사람’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살아간다는 것은 때로 수평선 너머에 있는 신기루를 쫓기 위해 고통의 바다를 각자의 배로 가는 것이다.’ 나는 이제 그 바다를 혼자 건넜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여름

<여름> 부산에서 지리산, 산청으로 귀촌한 작가이자 싱어송라이터 이인규 작가. 그동안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과 다르게 온전히 그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여름> “창작자들이 흔히 그렇듯 저도 처음에는 창작을 통해 각광받을 꿈을 꿨죠. 그런데 지금은 자신의 부조리, 불합리를 아는 사람만이 창작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똑바로 직시하고 나니, 세간에 오르내리고 각광받는 것과는 상관없이 제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책 내고 음반을 내겠다는 20대의 꿈들을 모두 이뤘거든요.” -출처: 경남신문 [사람속으로] 군무원 출신 소설가·싱어송라이터 이인규 씨(2018.06.21.) 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1253062 계속해서 창작의 범주를 넓히고자 하는 그는 이번에 첫 솔로앨범 [보헤미안 영혼을 위한 여덟 곡의 랩소디]까지 내놓았다. 누구나 꿈꾸는 삶이지만 아무나 이룰 수 없는 대안적인 삶을 살고 있는 그는 현대의 보헤미안 영혼과 ‘섬’ 같은 사람의 마음을 한 순간이라도 ‘따뜻한 감성’으로 이끌어 내고자 이 앨범을 함께 만들었다. 여름날 나무 그늘 아래에서 그의 소설을 읽으며 이 노래를 감상한다면 더욱 깊은 삶의 행복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