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링> 한국 소설계 ‘대형 신인’의 데뷔 무대, 제2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스파링』 출간 『새의 선물』(은희경)로 시작하여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전경린), 『고래』(천명관), 『캐비닛』(김언수), 『체인지킹의 후예』(이영훈) 등 한국 문단에 활기를 불어넣은 명작들을 거쳐, 우리가 애써 외면했던 쓸모없어진 세계의 슬픔을 들여다본 『소각의 여왕』(이유)까지. 한국문학을 이끌어왔고, 앞으로 이끌어나갈 다재다능한 작가들을 소개해온 문학동네소설상, 그 스물두번째 수상작 『스파링』이 출간되었다. 또다른 묵직한 신예 소설가 도선우를 세상에 알리는 그의 첫 장편소설이다. 굵직한 서사를 정공법으로 끌고 나가는 힘과, 적당히 유머를 섞은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독자를 이야기에 몰입시키는 솜씨는 이 작가가 오랜 시간 스스로를 연마해온 만만치 않은 신인임을 직감케 한다. 놀랍게도 도선우는 단지 문학작품을 다독하는 것만으로 묵묵히 필력을 쌓아온 재야의 고수다. 『스파링』은 홀로 소설 쓰는 법을 터득한 이 숨은 고수의 재능을 확인하게 해준 첫 작품인 셈이다. 『스파링』은 공중화장실에서 태어난 소년 ‘장태주’가 권투 선수로 성장해가는 과정 속에서 부딪치는 사회의 구조적 폭력에 맨몸으로 맞서는 이야기이다. 장태주는 밑바닥에서부터 생을 시작하며 일찌감치 세상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굴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위악을 배우고 자신을 지키기 위한 싸움의 기술을 단련해가며 성공을 얻어내지만, 그 또한 “이 세계가 돌아가는 원리”에 의해 자꾸만 무너져내린다. 거대하고 부조리한 사회 구조에 부딪쳐 매번 좌절하면서도 어떻게든 삶을 이어가보려 안간힘 쓰는 이 인물의 고독한 싸움을 따라가다보면 우리는 이내 참담한 분노에 몸서리치게 된다. 이 세계는 그에게서 무엇을 더 앗아가려는 것인가. 그는 그 너덜너덜한 몸으로 세계에 어떻게 더 맞서려는 것인가. 이제, 한 소년을 괴물 같은 사내로 만들어버린 냉혹한 폭력에 꼼짝없이 젖어들 차례다. 우주에서 가장 불길한 기운을 타고난 사내, 장태주 그가 이 세계를 지배해온 악습에 맞서 펼치는 정면승부 장태주는 열일곱 살의 미혼모에게서 태어났다. 출생 장소가 공중화장실이라니 이보다 비참한 인생이 있을까. 그런데 그를 구조한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엄마에게선 그런 불행과는 어울리지 않게 귀티가 났다고 한다. 훗날 장태주는 엄마의 삶을 추적해보려 하지만, 엄마가 어디서 어떻게 살아왔던 사람인지는 전혀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다. 그렇다면 남들처럼 엄마의 삶이 불행하다고 간주해도 되는 것인가, 소설은 이러한 의문으로 첫 장을 연다.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사회 질서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삶에 대한 뭔가 다른 관점이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 사회의 기준으로는 따질 수 없는 또다른 행복이 있는 게 아닐까. 이어지는 이야기는 바로 그 사회 구조 속에서 살아남으려 고군분투하는 장태주의 일대기이다. 보육원에서 자라 초등학교에 입학한 그는 먹이사슬의 최하층에 위치하게 되고, 보육원 출신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멸시받고 심하게 괴롭힘 당한다. 그런 장태주에게 학교 교사들이 제시한 해결책은 학교 사육장의 새와 토끼를 돌보라는 것이었다. 명백한 가해자를 제재하는 게 아니라, 피해자로 하여금 문제 상황에서 시선을 돌리도록 하는 무책임한 제안이었다. 그럼에도 장태주는 동물들을 돌보며 행복의 가능성을 찾아간다. 하지만 그의 희망은 오래가지 않는다. 각별히 애정을 쏟아 기르던 새 ‘알리’를 동급생 오재호에 의해 잃게 된 것이다. 그때 오재호가 늘어놓는 장광설―무능력해서 남들이 노력하여 얻은 것을 받아먹고 사는 주제에 자립하려는 의지도 없는 ‘약한 것들’에 대한 비난은 장태주를 분노에 눈뜨게 한다. 그 사건을 계기로 자기 안의 힘을 자각한 장태주는 애초부터 자신에게 불리하게 기울어 있는 세상에 고한다. “어차피 이 세계에서 내가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면 그래, 그렇다면 제대로 살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는 온갖 위선을 부리며 이 세계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자들에게 위악으로써 대응해나가기로 한다. 남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굳이 이해해보려 하지도 않는 폭력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걸어오는 승부를 피하지 않고 여러 집단의 우두머리들을 제압해나가며, 장태주는 중학교에 진학한다. 중학교에는 ‘일진’이라는 좀더 체계화된 폭력 집단이 있었고, 그들이 학원가를 제 뜻대로 움직이기 위해 세워둔 질서가 있었다. 그들의 규칙에 편입되기를 거부한 장태주는 뼈아픈 보복을 당한다. 보이지 않는 힘의 논리에 의해, 돈도 인맥도 없는 그에게 부당한 처벌이 내려진 것이다. 순식간에 소년원에 끌려들어간 장태주는 획일적이고 폭력적인 그곳의 실태에 여지없이 낙담한다. 크든 작든, 그에게 사회란 한없이 불공정한 곳이었다. 그러나 또 한번의 희망이 찾아온다. 장태주가 가진 능력을 알아봐준 소년원 담임은 그의 힘이 폭력으로 발산되는 대신 정당한 규칙 속에서 올바르게 발휘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바로 권투라는 스포츠를 통해서. 장태주는 담임과 담임의 아내, 담임의 장인이자 권투 스승이었던 할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권투 기술을 익혀간다. 그들은 장태주에게 진짜 가족보다 더 진한 애정을 보여주고, 장태주는 생애 처음으로 따스하고 유쾌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어김없이 권투연맹이라는 조직의 횡포와 위협이 시작되고, 올림픽 복싱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장태주는 연맹 소속 선수에게 유리하게 내려지는 편파 판정 때문에 또다시 좌절의 위기에 처하는데…… 시작부터 불공평했던 인생을 원망하는 대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장태주. 하지만 그가 몸부림칠수록 이 사회는 질서유지라는 명목하에 장태주를 괴물로 몰아가려 한다. 결국 장태주가 스스로를 괴물로 여기게 될 때까지. 장태주를 소년원에 보냈던 일진 조직의 우두머리는 말한다. 질서라는 건 한번 만들어지면 여간해서는 무너지지 않는다고. 질서를 바꾸려면 질서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지 무턱대고 덤볐다간 자기 인생만 망치게 된다고. 이 단언을 깨부수기 위한 장태주의 스파링이 이어진다. 실전보다 더 실전 같은 스파링을 끝내고, 그는 이 세계를 지배해온 악습에 주먹을 꽂아넣을 수 있을까. 세상의 이치를 담담히 내뱉으며 전율을 일으키는 소설! 『스파링』은 한 소년이 권투 선수로서 성공하기까지의 노력과, 성공 이후의 고뇌를 좇아가는 성장소설로도 읽히지만, 한편으론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이 사회의 질서를 매섭게 비판하는 작품으로도 볼 수 있다. 기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권투의 규칙이 곧 삶의 규칙이며, 작품 자체가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기 위한 알레고리로 채워져 있다고 할 만하다. 초등학생 오재호의 말에서 읽어낼 수 있는 성장과 분배의 문제, 자율성이라는 명목하에 이루어지는 교사들의 방관, 문제는 그대로 둔 채 문제를 보는 시각을 비틀어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어른들의 방식, 학원 사회의 강자인 일진들이 만든 제도를 시혜로 받아들이는 학생들, 소년원 방장이 말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실태 등은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한 뼈아픈 우화다. 장태주가 성장하며 만나는 인물들의 거침없고 강렬한 목소리에 담긴 날카로운 통찰과 깊이 있는 사유를 통해 도선우는 지금까지 개인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문제들이 사실 사회 구조의 문제이며, 이제는 사회라는 큰 틀 안에서 그 원인을 따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그는 우리에게 관점의 전환을 요구한다. 누군가의 편의에 의해 설계된 이 사회를 벗어나, 자신만의 규칙으로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은 없을까. 문학동네소설상 심사를 맡았던 문학평론가 신수정은“이 소설의 화자가 담담하게 내뱉는 세상의 이치에 전율하지 않을 자 그 누구일까. (…) 근래의 어떤 소설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강렬한 감정적 동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한 바 있다. 우리가 막연히 머리로 알고 있던 세계의 부조리를 한 인간의 몸에 새겨진 폭력의 역사를 통해 웅변하는 이 작품은 거대한 세계 앞에 내던져진 자의 깨달음과 좌절, 그리고 이 세계의 장벽을 돌파하려는 의지를 선명하게 전해주고 있다. 책속으로 - 머저리들에게 제대로 된 일로 오해를 받는다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그들에겐 진실을 분별할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머저리들은 끝까지 머저리들답게 뭐가 똥이고 된장인지 구별하지 못하도록 놔두는 게 나의 복수였고 내가 그들을 조롱하는 방식이었다. - 폭력 의지가 전혀 없던 사람에게서 발현되는 폭력의 진화라는 게 흔히 그런 식으로 전개되었다. 응징의 단계를 거치면서 점차 그 범위가 넓어지는 형식으로. 그러다가 힘의 기세가 점점 더 확대되어 응징과 상관없는 폭력에까지 관여하게 되고, 종국에는 폭력 그 자체에서 오는 쾌락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 그게 이곳의 질서다. 질서라는 건 한 번 만들어지면 여간해서는 무너지지 않는다. 종종 그 질서에 불만을 갖고 무너뜨리려는 인간들이 생기기는 해도 질서라는 건 본래 레고 블록처럼 촘촘하게 연결되어 하나를 이룬 거라서, 몇몇 반골들이 자기들 뜻과 맞지 않는다고 지랄들을 떨어봐야 결국 무너지는 건 자기들이지 질서가 아니다. - “때론 생각이라는 걸 안 하고 살면 그게 제일 편한 것 같지만, 또 막상 자기 생각이라는 걸 하지 않고 살면 명확히 제 세계를 구축하고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질서에 휩쓸리게 돼. 문제는 그들이 세운 질서가 네가 원하는 질서와 다를 수도 있다는 거야. 너한테 무조건 불리하고, 너한테 무조건 억울한. 이해가 돼?” - “살아가며 저돌적으로 인파이팅한 기억을 갖지 못하면, 언젠가 부딪히게 될 현실의 무게에 놀라 도망만 다니게 될 수도 있거든. 그래선 그 현실을 극복할 수도 없고 스스로를 증명할 수도 없으니까 살아가며 한 번쯤은, 모든 걸 다 걸고 정면승부를 겨뤄봐야 할 필요가 있어.” 심사평 나는 이 소설의 문장과 유머를 좋아한다. 어찌 보면 늘 뻔한 계통발생의 과정을 내 눈앞에 어느 순정한 개체발생의 과정으로 생생히 보여준 소설이라고나 할까. _권여선(소설가) 우직할 정도로 시종 정공법으로 밀어붙이는 문장의 저력이 돋보인다.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이끌고 나가는 품이 상당한 내공을 지닌 솜씨임을 짐작게 한다. _임철우(소설가) 타인의 고통에 완전히 무감각한 세계, 멸시에 무감각해져야 겨우 존재할 수 있는 세계. 그 우는 사자 앞에 내던져진 공포와 몸부림을 머리가 아니라 몸의 언어, 아웃복싱이 아니라 인파이터 스타일로 들려주는 작품이다. _정미경(소설가) 독자를 끌어당기는 기묘한 에너지가 담겨 있다. 소년 화자가 자신이 겪는 고통의 연대기를 때론 무덤덤하게 때론 절절하게 들려주는데, 그 진실한 육성이 읽는 이의 영혼을 사로잡고 마음을 움직인다. _정이현(소설가) 파국을 향해 질주하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과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실재적 윤리를 놀랍도록 무시무시하고 매혹적인 형상으로 보여준다. _류보선(문학평론가) 이 소설의 매력은 소설 전반부를 장식하는 화자의 압도적인 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소설의 화자가 담담하게 내뱉는 세상의 이치에 전율하지 않을 자 그 누구일까. _신수정(문학평론가) 『스파링』은 나를 두 번 놀라게 했다. 첫째, 고아 소년이 학교에서 주먹을 휘두르다 소년원에 가서 권투를 배우게 된다는 이 낡고 닳은 소재를 2016년에 읽게 되다니. 둘째,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다니. _신형철(문학평론가)
<모조 사회 1> 세계문학상 대상, 문학동네소설상 수상 도선우 신작 장편소설 대재난 이후 300년, 인류가 도달한 두 개의 미래! 2016년 겨울에서 2017년 봄, 계절이 한 번 바뀌는 사이에 문학동네소설상과 세계문학상 대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두 편의 묵직한 장편소설로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작가 도선우. 그가 문학상 수상작 『스파링』과 『저스티스맨』과는 소재와 장르가 전혀 다른 대작 장편소설 『모조 사회』(전2권)로 돌아왔다. 수년간 구상을 가다듬으며 쓰고 뒤엎고 다시 쓰기를 되풀이한 끝에 완성한 원고지 2700매, 단행본 770쪽에 달하는 이 소설은 대재난 이후 300년이 지난 미래, 지구상에서 인간이 살 수 있는 단 두 개의 대지인 ‘복지 자본 공동체’와 ‘모조 사회’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대재난으로 멸망한 세상에서 기적적으로 생존한 인류는 가까스로 보존한 과학기술과 인간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새로 문명을 일으키지만, 사회 운영과 분배 방식에 대한 갈등으로 둘로 갈라져 상이한 방향으로 발전해간다.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의 수도권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진짜라 믿는 주인공들은 어느 날 갑자기 이 낯선 세계와 맞닥뜨린다. 고도의 과학기술이 이루어낸 경이로운 세계 앞에서 그들은 혼란과 경외감을 느끼며 혹시 자신들이 한순간에 미래로 떨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차원 이동도 평행우주도 아닌 그때까지 몰랐던 현실이었으며, 그들의 진짜 삶에 관한 믿기지 않는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저스티스맨> 2016년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에 이은 또 한 번의 돌풍 빼어난 흡입력과 속도감, 강렬하고 생생한 긴장감! 진실을 보는 눈이 사라진 시대에 정의란 무엇인가? 대형 문학상 연속 수상! 한국문단에 강렬하게 등장한 신예 작가 도선우 『미실』(김별아), 『아내가 결혼했다』(박현욱), 『내 심장을 쏴라』(정유정), 『스타일』(백영옥), 『보헤미안 랩소디』(정재민), 『살고 싶다』(이동원),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김근우) 등 한국문단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문제작들을 발굴해온 세계문학상, 제13회 대상 수상작인 도선우 장편소설 『저스티스맨』이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2017년 1월 세계문학상 수상작이 결정되고 대상 수상자의 이력이 알려진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심사위원과 관계자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수상자가 다름 아닌 지난해 겨울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신예 작가 도선우였기 때문이다. 갓 등단한 신인이 불과 몇 달 사이에 연거푸 대형 문학상의 영광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사실은 모두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가 등단하기까지의 과정도 화제가 되었다. 책이나 글과는 거의 무관한 삶을 살아오다 어느 날 한 권의 소설로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한 후 문학 작품에 빠져들었고, 읽기는 쓰기의 욕망으로 이어져 8년 동안 40여 차례 문학상에 응모했다 떨어졌다는 이야기. 그 끈질긴 집념에 응답을 받듯 그는 2회 연속 문학상을 수상하며 누구보다도 강렬하게 한국문단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이제 도선우는 한국문학을 이끌어갈 가장 기대되는 신인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작가이며, 『저스티스맨』은 그의 행보를 더 큰 신뢰감으로 지켜보게 만드는 빼어난 작품이다. 『저스티스맨』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폭력의 문제를 연쇄살인을 추적하는 추리소설 기법으로 예리하게 짚어낸 소설이다. 세계문학상 심사위원이었던 임철우 작가는 “첫 부분 몇 쪽을 읽고 났을 때, 직감적으로 이것이 대상을 받겠구나 하고 확신했다. 그만큼 잘 짜인 스토리의 흡입력과 속도감이 빼어났다. 추리소설 기법을 통해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해가는 이 소설은 시종일관 강렬하고 생생한 긴장감을 성공적으로 유지해낸다. 그렇지만 이 소설만의 진짜 특별한 매력은 또 다른 쪽에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세계, 그 가공의 세계에 존재하는 익명성의 악, 그리고 그 악의 폭력성과 맹목성에 대한 예리하면서도 진지한 통찰력이 그것이다.”라며 이 작품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불운한 인생을 바꿀 단 한 번의 기회도깨비 복덕방이 도와드립니다세계문학상 대상 『저스티스맨』 도선우 신작 소설2016년 겨울 『스파링』으로 문학동네소설상을, 불과 한 계절 뒤인 2017년 봄에는 『저스티스맨』으로 세계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문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도선우의 네 번째 장편소설 『도깨비 복덕방』이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그동안, 사회의 구조적 폭력에 맨몸으로 맞서며 성장해가는 소년의 이야기(『스파링』), 연쇄살인을 추적하는 미스터리(『저스티스맨』), 대재난 이후 인류의 미래를 그린 SF(『모조 사회』) 등 매번 새로운 장르를 선보여온 작가가 이번에는 기이한 복덕방 이야기로 돌아왔다. 잇따른 불운으로 인생의 막다른 길에 몰린 사람들을 신비한 공간으로 이끌어 삶의 이면을 바라보도록 만드는 짜릿한 힐링 판타지의 세계로 독자를 초대한다. 신비한 공간을 빌려드립니다,이상하고 기이한 도깨비 복덕방(福德房)눈 깜짝할 사이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도깨비 복덕방. 무심코 문을 열고 들어서면 도깨비 모양 풍경이 울리고, 저 안쪽 깊은 어둠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장이 걸어 나와 고객을 맞이하는 곳. 거부할 수 없는 제안과 그 제안을 믿을 수 없는 마음 간의 팽팽한 대결. 그러나 사장이 내주는 차를 마신 순간 이미 게임은 시작되었다는 사실. 그 도깨비 복덕방이 반짝, 간판에 불을 밝히며 비밀스러운 영업을 개시한다.6개월 단위로 이직하며 인간 혐오의 감정과 함께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던 민웅은 마침내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동안의 삶의 방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줄 이상적인 회사를 만난다. 민웅과 같은 생각,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우림 건축사사무소. 이곳에 뼈를 묻겠다 결심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입사 1년 6개월, 정규직 발령 9개월 만에 회사가 망했다. 직장을 잃은 것도 큰일이지만 더욱 민웅을 괴롭히는 것은 역시 내 삶의 방식이 잘못된 것일까, 하는 회의감이다. 자정이 넘은 시각, 마지막으로 퇴근하는 민웅의 눈에 휘황찬란하게 조명을 두른 건물 하나가 들어온다. ‘도깨비 福德房’이란 간판이 달렸지만 한자를 잘 읽지 못하는 민웅은 찻집으로 착각하고 복덕방으로 들어선다. 그런데 그곳의 사장이 꽤나 특이하다. 동그란 안경을 쓴 귀여운 여자아이의 모습을 하고서는 유격대 조교 같은 근엄한 표정으로 말하는 것이다. 게다가 잘못 들어온 손님에게 느닷없이 이사할 집까지 추천한다. 심지어 집세는 무료다. 막연하게 변화의 필요를 느끼긴 했으나 귀촌은 생각지도 않았기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민웅. 그런데 사장의 말을 들을수록 점점 빠져든다. 설명을 하는 건지 혼을 내는 건지 알 수 없는 사장의 단호한 말에 묘하게 설득당한 민웅은 마침내 임대차 계약서에 사인한다. 다음 날 민웅은 대청호 근처의 폐가 같은 새집으로 내려가고,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게 되는데……. 생긴 지 이제 막 두 시간 되었다는 도깨비 복덕방이 준비해둔 신비한 일들은 무엇일까. 도깨비 복덕방의 매직이 이제부터 시작된다.생의 끝에 몰린 사람에게 홀연히 나타나 복과 덕을 주는 곳어둠이 깊은 만큼 더욱 강렬하게 터지는 카타르시스중호의 불운은 끝이 없다. 소방관인 아버지의 사고와 연이은 수술. 그 수술마저 의료과실로 잘못되어 재수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수술할 의사가 없으니 병원에서 나가란다. 의료 파업 때문이다. 그 와중에 폭행 가해자 누명까지 쓰고 기소될 상황에 처한다. 상대는 경찰과 검찰의 관계자와 줄이 닿는 사람이다.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지만 중호는 깨끗하게 싸움을 포기하고 상대가 원하는 대로 합의하기로 한다.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셋집을 빼고자 찾아간 부동산에서 중호는 또 한 번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는다. 자신이 사는 집이 경매에 넘어갔고 이미 낙찰까지 다 끝났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집주인이 작정하고 사기를 친 것이었다. 중호가 구제받을 길은 없다. 전세금을 고스란히 빼앗기고 맨몸으로 쫓겨나는 것뿐. 해일처럼 몰아치는 불행을 더 이상 감당할 자신이 없어진 중호는 급기야 한강 다리를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를 만나 도깨비 복덕방의 명함을 받는다. 그곳으로 찾아가라는 말과 함께. 제1금융권의 대출이 모두 막힌 중호는 콩팥 하나쯤 떼 줄 각오로 도깨비 복덕방을 찾고, 예의 그 만화에나 나올 법한 아이의 모습을 한 사장이 중호를 맞는다. 그곳에서 중호는 믿을 수 없는 제안을 받고 사기인가 의심하지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 결국 임대차 계약서에 사인한다. 또다시, 생긴 지 이제 나흘 하고 열한 시간 됐다는 도깨비 복덕방의 매직이 시작된다. 이번 매직은 꽤나 강렬하고 스펙터클하다. 그동안의 불운이 반전이 되어 돌아오는 먹먹한 감동을 경험을 할 수 있다.같은 복덕방, 다른 판타지100퍼센트 고객 맞춤 저세상 서비스100퍼센트 고객 맞춤 서비스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맞게 도깨비 복덕방이 펼쳐 보이는 판타지는 각각의 사정에 따라 다 다르다. 미호의 경우엔 그것이 음식이다. 토종 한국인임에도 파란 눈에 금발로 태어난 미호. 미호의 학교생활은 수난의 연속이었고, 보다 못한 엄마는 미호가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유학을 보낸다. 그렇게 7년의 세월이 흐른 후 미호는 미 중부 주립대 심리학과에 합격하고, 미호의 이사를 돕기 위해 엄마가 미국으로 들어왔다가 그만 교통사고를 당하고 만다. 사고는 크지 않았으나 검사 과정에서 엄마가 파킨슨병 초기 단계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종합병원 이사장의 아들이자 그 자신이 의사이기도 한 사고 가해자는 미호와 엄마를 극진히 보살핀다. 미호는 점점 부담감과 압박감을 느끼지만 벗어날 길이 없다. 엄마의 병이 진행 중이었으므로. 마치 당연한 수순처럼 미호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남자와 결혼한다. 미호의 불행은 진작 시작되었고 결혼은 그 불행의 늪으로 더욱 깊이 빠져드는 시발점에 불과하다. 남편의 외도와 엄마의 죽음 그리고 딸아이의 사고. 미호는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그러나 평생을 갇혀 산 집에서 죽을 순 없지. 미호는 죽음에 어울리는 멋진 풍광을 찾아 홀린 듯 홍포 전망대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기묘한 외양을 한 도깨비 복덕방을 만난다. 복덕방이 호텔을 겸한다는 것도 이상하기만 한데 그보다 더 이상한 것은 숙박료다. 숙박 계약서에 적힌 금액이 천만 원. 어이없어하는 미호를 향해 사장이 말한다. “돈이 없는 양반도 아니고 천만 원에 뭘 그렇게 벌벌 떱니까? 우리처럼 고객 니즈에 딱 맞는 곳이 또 어디 있다고.”(261쪽) 발끈하는 미호. 그러나 결국 계약서에 사인하고 마는데…… 미호의 인생에서 다시없을, 이전 공간들보다 더 한층 화려하고 아찔하고 아름다운 매직이 지금부터 시작된다.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전지적’ 관찰자그리고 도깨비 복덕방의 정체위의 세 사람은 누군가에게 선택받은 이들이다. 그들은 생의 끝에 몰려 죽음을 생각한 순간 혹은 깊디깊은 절망에 빠져 허우적댈 때 도깨비 복덕방을 만났다. 기적의 복권 같은 만남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이들에게 삶을 계속 이어가도록 기회를 부여한 것일까. 이에 대한 힌트는 작가의 말에서 유추할 수 있다. “절망 그 자체였던 어느 한때가, 돌아보니 정말 좋은 결과의 시작점이었”(357쪽)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러니 계속 살아야 한다는 것. 어쩌면 작가는 『도깨비 복덕방』 속 대사처럼 “존버가 답이다”(152쪽)라고 말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섣부른 판단으로 인한 오해는, 때로는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혹은 여러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 이것에 대한 경계가 『도깨비 복덕방』의 토대가 되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러면 누가, 어떤 이유로 위의 세 사람을 선택한 것일까. 그리고 도깨비 복덕방의 정체는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전지적’ 관찰자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관찰자가 누구인지, 하는 일은 무엇인지, 도깨비 복덕방과 어떤 연관을 가지는지 추리하는 것도 독서의 한 재미가 될 것이다. 조금만 “존버”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