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회남 단편집> 『안회남 단편집』은 한국 근대문학의 초기 필두로 하는 단편소설 발자취를 세운 작가로 ‘신변소설’이라는 단면을 통해서 일제 강점기 속의 현실적 모습을 리얼리티와 삶의 한계를 승화한 작품으로 당시 사회상이야기 13편의 단편집으로 풍부하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들입니다. 안회남은 다수의 장·단편문학을 필두로 하며 현실을 냉철히 수용하면서 초기에는 주변의 일상에서 나온 결혼에 관한 통속문제 작품을 탈고하였으며 이후에는 주로 사회의 현실적 슬픈 비극적 자취를 그리는 작품으로 이관하고 있습니다. 일제의 징용을 간접적으로 반영하는가 하면 시대의 우울함을 직시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중년에 이르기까지 구인회 활동은 순수문학을 위한 감각과 기교의 경향을 반영하는 것에서는 한국문학사에 일부나마 지대한 영향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당시 일제의 전초기지로서 이데올로기의 냉전적 입장을 반영하게 되는 한국사회의 처참한 농촌 사회상의 피폐함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의 다수 작품은 혼란기 속에 반항하면서도 변화의 역사를 통해서 현실을 그대로 기여하고 나타냈던 작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물집> 『동물집』은 1941년 춘추 지에 발표된 단편소설로 작가의 신변체험을 감정으로 승화한 작품으로, 목가적인 시골풍경의 동물들과 유년기 자신이 경험한 세계를 현실적 소시민의 일상적인 삶의 내면의식 모습으로 그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다른 것과 달리 작가의 상상력이 아닌 사실적인 생활 모습의 서술적 기법으로 소설이지만, 각각 동물들과 같이 공감했던 자신의 기억들을 생생하게 끄집어낸 자전적 이야기입니다. 등장하는 여러 가지 동물들은 우리들의 친근한 반려자이면서 인간 생활의 삶의 흥미와 감흥을 주는 대상으로, 유년시절의 지나간 일의 행적에서 돌이켜 생각하고 회고해 볼 수 있는 색다른 작품입니다. 추억의 동화 같은 담백한 묘미를 주는 ‘동물집’은 한 번쯤 겪어왔던 과거 우리 생활들의 현실에서 잊지 못할 기억의 단면을 잠시나마 떠올리게 합니다. 그때의 한 줄기 빛처럼 뇌리를 스치는 예전의 희미한 모습들은 오래되었지마는 시간만큼이나 한두 개쯤은 누구나 간직하는 사라지지 않는 자취로 남아있습니다.
<안회남 단편집 초판본> 안회남은 193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발(髮)>이 3등으로 입선하여 문단에 데뷔했다. 그는 흔히 신변소설 작가로 불릴 만큼 작품의 상당수가 유년 기억과 일상생활을 매개로 한 것이다. ‘연애 이야기’, ‘가난한 이야기’, ‘결혼 이야기’, ‘아내 이야기’, ‘동무 이야기’, ‘선친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나’가 장티푸스에 걸린 친구의 아내를 애인과 함께 간호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연기(煙氣)>(1933), 아내의 상자에서 패물을 몰래 꺼내어 전당포에 맡긴 후 죄책감으로 방황하는 내면을 그린 <상자>(1935), 연작 형식으로 1936년에 잇달아 발표된 <악마>, <우울>, <고향(故鄕)>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작품은 모두 어린 시절 동무들과의 아스라한 기억을 생생하게 재현하거나 가난과 궁핍으로 점철된 작가의 사실적 체험들을 뚜렷하게 부조한다. 그중에서도 <겸허>는 작가의 휘문고등보통학교 동창생이자, <봄봄>, <동백꽃>의 저자로 유명한 김유정에 관한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데뷔 시기부터 안회남은 작가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자신을 둘러싼 일제강점기의 굴곡진 삶을 환기하는 작품을 지속적으로 창작했다. 이제까지 한국 근현대문학사가 1930년대의 대표적인 신변소설 작가(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로 박태원과 함께 안회남을 꼽고 있는 것은 이러한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안회남의 소설은 분명 신변소설, 자서전적 소설, 또는 ‘수필 형식으로 변형된 소설’ 등으로 규정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작가 자신도 이미 수차례에 걸쳐서 밝힌 바 있다. 즉 ‘나의 신변문학은 일본 제국주의의 야만적 식민지 정책에 쫓기어 자기 자신 속으로만 파고들어 간 문학’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