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회남
안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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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유정론

<작가 김유정론> 생각하면 그의 말한바 애(愛)의 투쟁의 전적은 나로 하여금 머리를 숙이게 됩니다. 아무 이기와 공명도 없이 뻔히 가능치 못하고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그는 실행하였습니다. 그것은 우선 자기의 양심에조차 추호라도 사실을 은폐하거나 기만하려 하지 않는 노력이 무엇보다도 컸던 까닭이었습니다. 그것은 흡사히 무서워하지 않고 십자가에 못 박히려는 심정이었습니다.<본문 중에서>

통속소설의 검토

<통속소설의 검토> 소설은 다른 어떠한 문학보다도 상식의 문학이다. 상식이 가지는 수량적 의미와 논리적 의미는 물론이고, 상실의 진보(進步)와 상식의 비약까지도 문학 소설은 그것을 전부 포용한다. 상식의 진보와 비약은 역사와 항상 보조를 같이하는 것이다.<본문 중에서>

김유정 이야기 겸허

<김유정 이야기 겸허> 본 도서는 책소개가 없습니다.

작가 박태원론

<작가 박태원론> 창작집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과 장편소설 『천변풍경(川邊風景)』은 박태원 씨로 하여금 양적으로 다(多)작가라는 이름은 못 듣게 할지언정 질적으로 그의 작가적 성격을 한마디로 폐지(蔽之)하여 정선품(精撰品)이다.<본문 중에서>

간추(看秋)

<간추(看秋)> 『간추(看秋)』만추의 시골 정경을 통해 서정적이고 순박한 일상적 소작인의 삶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향수하는 정겨움과 세태적 시선으로 묘사하였다.

남원유기

<남원유기> 《남원유기(遊記)》는 1941년 저자가 경성역을 출발하여 지인 4명과 남원 광한루를 둘러보고 적은 기행 여정(旅程)으로 시대적 사적 감상과 심정을 적은 글이다.

수심

<수심> '수심(愁心)'은 1939년 3월《문장》지에 실린 단편 작으로 주인공은 궁핍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중년 가장으로 오로지 술 마시는 것으로 자신 인생의 위안을 삼고 있으며, 가족의 혈통 내력까지도 술에서부터 물려받아 내려온 것으로 당연시 여기고 미화하는 무기력한 주인공의 시니컬함과 조소를 흥미와 풍자로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다.

에레나 나상

<에레나 나상> 에레나 나상(裸像)』은 1938년 ‘청색지(靑色紙)’에 발표한 단편 작품으로 주인공 웨이트리스 ‘에레나’는 관능적이고 유혹적이며 아름다운 여성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뭇 남자들에게 언제나 매력적인 대상이다. 화가인 김 선생은 누드모델 에레나를 흠모하는 연정의 환상은 심오하고 오묘한 벌거벗은 모습에 사랑으로 매료되어 헤어 나오지 못하고 더욱더 그 마음속 깊이 빠져든다.

투계

<투계> 『투계(鬪鷄)』는 안회남 단편소설 중 하나로 1939년 ‘문장’에 발표되었던 순수소설로 주인공(심가)는 당시의 민족적 좌절을 통해 탈회된 대상으로, 자신의 주변적 일상을 강렬하게 계고하며 싸움닭을 통한 주변의 통렬한 아픔을 그를 통해 역설하고 있다.

안회남 단편집

<안회남 단편집> 『안회남 단편집』은 한국 근대문학의 초기 필두로 하는 단편소설 발자취를 세운 작가로 ‘신변소설’이라는 단면을 통해서 일제 강점기 속의 현실적 모습을 리얼리티와 삶의 한계를 승화한 작품으로 당시 사회상이야기 13편의 단편집으로 풍부하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들입니다. 안회남은 다수의 장·단편문학을 필두로 하며 현실을 냉철히 수용하면서 초기에는 주변의 일상에서 나온 결혼에 관한 통속문제 작품을 탈고하였으며 이후에는 주로 사회의 현실적 슬픈 비극적 자취를 그리는 작품으로 이관하고 있습니다. 일제의 징용을 간접적으로 반영하는가 하면 시대의 우울함을 직시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중년에 이르기까지 구인회 활동은 순수문학을 위한 감각과 기교의 경향을 반영하는 것에서는 한국문학사에 일부나마 지대한 영향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당시 일제의 전초기지로서 이데올로기의 냉전적 입장을 반영하게 되는 한국사회의 처참한 농촌 사회상의 피폐함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의 다수 작품은 혼란기 속에 반항하면서도 변화의 역사를 통해서 현실을 그대로 기여하고 나타냈던 작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물집

<동물집> 『동물집』은 1941년 춘추 지에 발표된 단편소설로 작가의 신변체험을 감정으로 승화한 작품으로, 목가적인 시골풍경의 동물들과 유년기 자신이 경험한 세계를 현실적 소시민의 일상적인 삶의 내면의식 모습으로 그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다른 것과 달리 작가의 상상력이 아닌 사실적인 생활 모습의 서술적 기법으로 소설이지만, 각각 동물들과 같이 공감했던 자신의 기억들을 생생하게 끄집어낸 자전적 이야기입니다. 등장하는 여러 가지 동물들은 우리들의 친근한 반려자이면서 인간 생활의 삶의 흥미와 감흥을 주는 대상으로, 유년시절의 지나간 일의 행적에서 돌이켜 생각하고 회고해 볼 수 있는 색다른 작품입니다. 추억의 동화 같은 담백한 묘미를 주는 ‘동물집’은 한 번쯤 겪어왔던 과거 우리 생활들의 현실에서 잊지 못할 기억의 단면을 잠시나마 떠올리게 합니다. 그때의 한 줄기 빛처럼 뇌리를 스치는 예전의 희미한 모습들은 오래되었지마는 시간만큼이나 한두 개쯤은 누구나 간직하는 사라지지 않는 자취로 남아있습니다.

안회남 단편집 초판본

<안회남 단편집 초판본> 안회남은 193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발(髮)>이 3등으로 입선하여 문단에 데뷔했다. 그는 흔히 신변소설 작가로 불릴 만큼 작품의 상당수가 유년 기억과 일상생활을 매개로 한 것이다. ‘연애 이야기’, ‘가난한 이야기’, ‘결혼 이야기’, ‘아내 이야기’, ‘동무 이야기’, ‘선친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나’가 장티푸스에 걸린 친구의 아내를 애인과 함께 간호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연기(煙氣)>(1933), 아내의 상자에서 패물을 몰래 꺼내어 전당포에 맡긴 후 죄책감으로 방황하는 내면을 그린 <상자>(1935), 연작 형식으로 1936년에 잇달아 발표된 <악마>, <우울>, <고향(故鄕)>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작품은 모두 어린 시절 동무들과의 아스라한 기억을 생생하게 재현하거나 가난과 궁핍으로 점철된 작가의 사실적 체험들을 뚜렷하게 부조한다. 그중에서도 <겸허>는 작가의 휘문고등보통학교 동창생이자, <봄봄>, <동백꽃>의 저자로 유명한 김유정에 관한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데뷔 시기부터 안회남은 작가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자신을 둘러싼 일제강점기의 굴곡진 삶을 환기하는 작품을 지속적으로 창작했다. 이제까지 한국 근현대문학사가 1930년대의 대표적인 신변소설 작가(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로 박태원과 함께 안회남을 꼽고 있는 것은 이러한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안회남의 소설은 분명 신변소설, 자서전적 소설, 또는 ‘수필 형식으로 변형된 소설’ 등으로 규정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작가 자신도 이미 수차례에 걸쳐서 밝힌 바 있다. 즉 ‘나의 신변문학은 일본 제국주의의 야만적 식민지 정책에 쫓기어 자기 자신 속으로만 파고들어 간 문학’이라는 것이다.

花園(화원)

<花園(화원)> 십전을 내고 꽃씨 한 봉지를 샀습니다. 그놈을 뒷견 담 밑에다 뿌리었더니 여기 저기 연하고 새파란 싹들이 돋았습니다. 나발꽃 또는 강아지꽃이라고도 부르는 화초였습니다. 싹이 나기까지는 그렇게 어렵고 오래 걸리더니 한번 고개를 땅 위에 내어놓자 그 무성해짐은 놀랍게도 빨랐습니다. 그것은 며칠 안가서 나의 키보다도 훨씬 많이 자랐습니다. 나발꽃의 섬야한 넝쿨이 땅 위에 누워 뻣어가는 것과 담장에 엉키어 성장해가는것도 모두 그만 어떻게 할 수 없이 키가 너무나 커서 그렇다고 욱여도 볼수 있는 일입니다.

香氣(향기)

<香氣(향기)> 공일. 그는 오래간만에 아랫방엘 내려가서 윗목에 놓여있는 화초분들을 앞마당으로 내어다 놓았습니다. 수도 구멍에다 고무관을 끼워가지고는 일일이 물도 주었습니다. 조금만 뛰고 운동을 하면 땀이 날만치 인지 일기가 풀리었으니까 따뜻한 햇볕과 신선한 공기를 화초들이 흡수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風俗(풍속)

<風俗(풍속)> 내가 이곳으로 이사를 온지가 벌써 반년이 된다. 잡지나 신문등속 몇군데 나의 이 소식이 전하여졌는데 모두 이곳을 나의 고향이라고 말하였으나 아니다. 나는 서울서 출생하여 서울서 장성하였다. 그러므로 나의 고향은 성루이고 이곳엔 그저 일년ㅅ동안 겨우 게량이나 할만한 정도의 토지가 있어 해마다 가을이면 내가 추수를 한답시고 와서는 한 달포씩 묵어가고 하던데다.

濁流(탁류)를 헤치고

<濁流(탁류)를 헤치고> 만주국 목단강(滿洲國牧丹江)에서 순에게로 편지가 왔다. "순, 잘 있느냐. 보구 싶다. 여기는 경성서 참 멀다. 그리고 퍽 치웁다. 몹시 바람이 분다. 그러나 시원하다. 서울 있을 때보다 어떻든지 간에 속이 후련하다. 땅도 넓고 거리도 깨끗하다. 나는 여기서 한참 살어야겠다. 너의 행복을 하날에 빈다." 대략 이러한 의미이다. 순은 풀을 개다가 손을 멈추고 생각에 젖었다.

鐵鎖(철쇄)끊어지다

<鐵鎖(철쇄)끊어지다> 8월15일, 우리들은 그 날도 여전히 새벽 네 시에 아침을 먹고 벤또를 싸고, 다섯 시에 출발, 여섯 시 북 소리와 함께 부랴부랴 입갱을 했다. 모든 것은 아무것도 변함이 없었다. 우리들은 어제 보던 것을 보고 어제 듣던 것을 들을 뿐이었다. 갱외에서는 '들들들......' 소리와 함께, 천 년 만 년을 그대로만 돌 것처럼, 송탄(送炭) 반기(搬器)가 공중에 매달려 가고, 분광기(分?機)가 움직이고, 하꼬가 연해 굴 안에서 빠져나오고 하였다.

處女 (처녀)

<處女 (처녀)> 새벽 일찍이 왼 집안 사람들은 문밖으로 고추를 따러 나갔기 때문에 오늘 하루 종일은 텅 비인 대갓집 속에 처녀와 나 단둘이서만 있게 되었다. 아니다. 그런게 아니라 정말대로 고백을 하면 나도 집에서 나가야만 할 것이었다. 어제도 어머니께서 『애 내일은 모두 고춧대를 하러 나가고 색씨 혼자서 집을 보구 있을테니 널랑 조반을 먹거던 곧 나가거라.』 이렇게 몇 번이나 나에게 당부를 하신 것이다.

겸허

<겸허> 유정(有頂)이는 세상이 다 아는바와 같이 페병으로 해서 설흔살을 채 못살고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불행은 그가 병상에 눕기 벌써 오래 전부터 작정되었었던 것이라고 나에게는 생각된다. 즉 그것은 우연적인 것이 아니라 피하지 못할 운명이었다고-. 며칠 전 유정이의 유고(遺稿)를 정리하다가 그의 중학 이학년 때의 일기(日記) 속에서 다음과 같은 의미의 문자를 발견하였다.

田園 (전원)

<田園 (전원)> 자동차가 읍내에 닷자 막 내리려니까 타려던 손님이 주춤하고서 나를 쳐다보더니 『여 형님!』 하고서는 그래도 아직 기연가 미연가하는 의아한 표정으로 서있다. 보아하니 나의 눈에도익은 얼굴이다. 얼굴이 동그란게 조그마하고 까맣다. 눈이나 코나 입이나 귀 이런 것이 모두 얼굴에 비례해서 r나지게 생겼고 눈동자가 유난히 반짝거리는 것이다. 그리고 개기름이 흐른다.

薔薇 (장미)

<薔薇 (장미)> 저편에도 물론 사람들의 눈을 피하려고 할테니까 대낮에 도학하려니 새악은 안되지만 요새는 아주 더워져서 햇볕을 쏘이며 나다니기가 정 싫으므로 된수만 있거든 밤에 닿도록 떠나오라고 기별을 하였다. 이제나 저제나 하고 아무리 기다려도 오는 기색이 없더니, 한 달포나 지나서 별안간 전보를 띄이고는 나의 부탁대로 밤에 서울로 왔다.

우울

<우울> 김군이 돈 십원만 취해달라고 하였을 때 나는 정말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내가 어느 상사회사에 취직이 되자 할머님께서 돈 얼마를 어머님께 맡기시고 추수를 가시면서 그동안에 김장을 해놓으라고 분부를 하셨는데 그 돈이 얼마나 되는지 집안 사람들이 짜고서 나에게는 절대 비밀히 하므로 알수가 없었지만 취직된 것을 구실로 하여 나중에 二十五원으로 갚기로 맹서하고서 어머님께 돈 二十원을 취하여서는 우선 양복을 해 입었다.

온실

<온실> 동무를 만나 찻집으로 들어갔다. 다스럽고 깨끗하고 조용하고 아름다운 실내이다. 안락 의자에 가 턱 걸터앉으니 우선 눈에 띄는 것이 고운 화병에 꽂혀서 테이블 위에 놓여진 빨간 카네이션과 또 이름 모를 노란 꽃송이들이었다. 〈아베 마리아〉의 노래 소리가 레코드 속에서 흘러 나오고 그러는 사이 그는 잠깐 정신 없이 자기의 가난한 집과 병상에 누운 안해와 보채는 아이들을 생각한다.

연기

<연기> 그의 안해의 병은 장질부사라는 것이 판명이 되고 어느 날 아침 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요란히 나더니 기어이 피병원( 病院)으로 담아가고 말았다. 간호할 사람이 붙어 있어야 할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일이지마는 원래 가난한 탓으로 하루 얼마라는 돈이 없어서 깨끗하고 편한 유료실(有料室)에다 입원을 못 시키고는 악머구리 끓듯 하는 무료실(無料室)에다 병자를 눕혀놓고도 집안에서는 누구 하나 와서 들여다볼 사람이 없었으니 기가 막히게 딱하였다.

에레나 裸像

<에레나 裸像> 맨처음 만나든날 밤 당신은 여기오기전에 어데서 무엇을 했었느냐고 물으니까 그 여자 대답이 나는 참말이지 바로 어제까지도 어느 병원에서 간호부노릇을 하고 있었노라고 하였다. 물론 좀 수상한 점이 있어 그럼 간호부를 하기전에는 어딜 다녔느냐고 하니까 네 비리야드에 있었읍죠 참 말성이시군 하면서 한눈을 찌끗하고는 손으로 다마치는 숭내를 내었다.

어둠 속에서

<어둠 속에서> 과자압쇼 담비이요 담비이요 과자압쇼…… 아직 영화가 시작하기 전이니까 이 소리가 여기저기서 한참 웅얼거리는 판이다. 이것을 고쳐 쓰면 “과자요, 담배요” 하는 말인데 그것들을 소년이 커다란 목판에다 하나 가뜩 담아 가지고 다니면서 사라고 외치는 것이다. 궁상스러운 무대 앞으로는 바싹까지 누추한 걸상이 죽 늘어 있고 거기에는 십여 세잽이의 조무래기들이 자리를 차지하고서 시끄럽게 떠든다.

안해의 탄식

<안해의 탄식> 밤 11시가 되도록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따금씩 벽에다가 연필로 그어놓은 줄을 세어보니까 모두 아홉, 그러니까 남편이 나의 앞에서 서로 신용할 수 있도록 진실한 낯빛으로 다시는 술 안 먹겠다 맹서한 것이 아홉 번이나 되는 것입니다. 또 그 아래 내려 그어놓은 줄이 다섯, 이것은 바로 며칠 전에 남편이 맨 나중 맹서를 한 후에도 벌써 다섯 번이나 술을 먹고 들어왔다는 표적입니다.

惡魔 (악마)

<惡魔 (악마)> 예수 그리스도 역시 남자가 아니냐고 하니까 어머님 말씀이 그렇지 않다고 하시길래 그럼 여자냐고 했더니 이번에도 아니라고 하셨다. 사람이구보면 두가지 중에서 하나이지 사내도 아니고 계집애도 아니라면 대체 뭐냐고 하니까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아들이다 하시므로 어째서 하나님의 딸이 아니요 하필 하나님의 아들이냐고 반문을 했더니 그제서야 말문이 막히신 모양 아무 대답도 안하셨다.

쌀

<쌀> 8월 15일이 일주일 지나 23일경에 처음으로 탄광에 쌀 배급이 되었다. 배급소에서 요사무실(寮事務室)로 통서를 하면 여기는 돈을 들여 품삯을 주면서 사람을 쓰는 데가 아니니까 그냥 요(寮)에 기숙하는 광부들을 동원시켜 쌀을 운반해 온다.

愁心 (수심)

<愁心 (수심)> 돌아가신 우리 아버님께서 약주를 자수셨는 까닭에 나도 술을 먹는 거요. 이렇게 말을해야만 내 마음이 편안하고 직성이 풀리오. 내가 술을 먹고 곤드레만드레가 되는것도 옛날 아버님께서 약주가 취하시어 비틀거리시던것과 같지만 제발 술 마시지말라고 간하는 당신의 모양도 옛날 아버님께 그렇게 하시던 어머님의 모습과 흡사하오.

少年과 妓生

<少年과 妓生> 갑용(甲龍)이는 문학소년(文學少年)이었습니다. 생활이 퍽 가난하면서도 그 위협은 조곰도 인식하지못하고 매일 책읽고 글짓는것만 생각하였습니다. 마음이 석 어리였습니다. 대문밖을 나스며 오늘도 속으로 빕니다. 거짓영예(榮譽)와 의(義)아닌 행복보다는 몇 번이라도 참다운 삶의 비극(悲劇)이있으소라고.

망량

<망량> 요리집 뒷문 그옆에 커다란 쓰러기통이 있다. 맨 먹다가남은 음식 그것이 산더미 같이 쌓여있다. 갓내어다버린 국수찍걱이에서는 무렁무렁 김이 돋았다. 배고픈 사람이 보면 탐스러운 정경이다. 이윽고 한 마리 개가 달려와서 파헤치기를 시작하였다. 거침없이 꼴이 늘 맡아놓고 다니는놈이었다.

말

<말> 북쪽에서 남쪽으로 향해 무수한 말떼가 밀려 내려왔다. 전부 패해 달아나는 일본 군대의 군용마이다. 각 철도 연변의 장터에 머물러 있다가, 미국 군대의 명령에 좇아 다시 인천으로 가서 일본으로 떠난다는 것이었다.

등잔

<등잔> 천길 만길은 뚝떨어저 살아도 오 정든님 떨어진 나 못살겠구나 아 깊은 산중 어데서인지 노래소리가 들리어 온다. 잠깐 귀를 기우리다가 캄캄한 밤길을 보살펴서 산턱을 넘어 스니 멀리서 깜박어리는 등잔불빛이 보인다.

남풍

<남풍> 남풍이 솔솔 불어오면 보리들이 일제히 누런빛으로 변한다. 단순하지마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물론 날새는 게속하여 화창하기만 하고 젊은이들의 마음을 아지랑이같이 갸볍게맨드는 게절이다. 멀리서 바라다보면 양쪽으로 전답을 끼고 길게뻐친 삼등도로(三等道路)는 시골길의 독특한 황토색을 유달리 진하게 드러내놓고 있다. 질펀하고 넓은속에 온갖것이 느러지게 한가하였다.

기차

<기차> 기차를 타면 참 상쾌하여진다. 아니 그것이 다라나고있는 것을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그러하다. 크게 소리를 지르며 굉장히 연기를 토한다. 무섭고 튼튼하게된 몸둥이가 길다래서 산모통이를 돌때면 꿈틀거린다. 순식간에 굴속을 빠저나와서는 덜덜거리면서 철교우를 지나간다. 정말 상쾌하다

기계

<기계> 흡사히 안개끼인 날 만양이다. 솜가루와 먼지가 뿌-얗게 나려쌓이고 있다. 바로 앞에것도 똑똑히 보이지가않고 흐리멍덩하다. 사람들 머리우에도 기계 장등이우에도 넓은 마루판우에도 솜먼지가 허-옇게 앉었다. 손으로 몸을 털면 풀석풀석 연기나듯 하고 지나다니면 눈쌓인 언덕을 간것처럼 발자욱이 또렷또렷 드려백인다

그날 밤에 생긴 일

<그날 밤에 생긴 일> 네 사실이 올시다. 그날밤에 제가 옆에 있던 몽둥이를 들고 김용욱(金容旭) 이의 머리를 때려서 실신케 하였습니다. 그는 명색이 한 회사의 지배인이요 저는 일개 직공이 올시다.

그 뒤 이야기

<그 뒤 이야기> 9월 21일에 우리는 귀국하게 되었다. 거기서 한 권 두 권 사서 읽은 책, 서울서 동무들이 보내 준 것 해서 책이 꽤 많아, 나올 때 좀처럼 가지고 나올 수가 없으므로 그것을 다섯 여섯 사람들에게 몇 군씩 나누어 주어, 가지고 오도록 하였다

고향

<고향> 기차를 타고 자동차를 타고 그러고는 읍내에서 20리나 되는 나의 옛고향을 걸어서 찾아들어갔다. 16년, 열 여섯 해 만이라는 생각이 술 취한 것같이 흥분된 나의 마음을 또한 긴장하게도 하였다. 오랜 기억을 더듬어서 희미하게 가슴속에다 그리어보았던 고향 길 멀리까지 꾸불꾸불한 신작로를 어디만치 가면 거기 한 느티나무가 있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