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희(惡戲)> 《악희(惡戲)》는 1935년 개벽 잡지에 기고한 것으로 주인공 아버지와 무남독녀 딸(보경), 학교 제자(민식), 세 사람 사이의 시대적 연애관과 결혼관, 봉건적 이질감의 갈등적 관점에서 상호 내면적인 세태적 생활상을 그린 작품이다. 오로지 전근대적 욕심과 독선적 결혼관만을 요구하고 정당화하려는 아버지, 궁핍한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해쳐가려는 어머니, 딸 보경이에게는 현실을 벗어나고 부정하려는 것에 가족에게는 허탈감만을 안겨준다. 하지만, 아버지가 극구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딸에 대한 결혼 욕망은 자신의 기성세대 이성관 및 결혼관과 이해관계가 상반되고 있다. 더구나 대립과 충돌, 등장인물과 사회 현실 사이의 모순에서 젊은이들에게 이를 부탁하고 하소연하고 있다.
<안개 속의 춘삼이> 『안개 속의 춘삼이』는 일제강점기 평범한 총각 청년(김춘삼)을 통해서 일제하 궁핍한 농촌 하층민의 구조적 사회문제를 다룬 소설로 자본가 지주의 소작농에 대한 횡포와 이기심으로 말미암아 결국 변질된 자신과 가정까지 몰락하는 소시민의 일상을 다룬 작품이다. 서평 작가는 이른바 현실적 문제의 통속성을 다룬 농촌의 소시민인 농민들 삶을 현실성 있는 모습으로 다루고 치중하였다. 일제강점기 현실적 지주와 지배계층의 부당함을 담아내는 것으로 주목할 만한 삶에 각성을 주었다. 또한 농민정책에 대한 현실적 모순과 궁핍한 현실을 극복하려는 삶에 대해 끈질긴 저항과 사람들에게 의지적 자각을 주는 것들이었다. 특히 지주와 소작농 간의 부조리한 사회적 모순을 그린 것들이었는데 ‘흘러간 마을’ 등이 그러한 것이다. ‘안개 속의 춘삼이’는 당시의 가난에 찌든 황폐한 농촌문제를 다룬 것으로 주인공 성실한 청년으로 이런 문제를 회복하려는 의지의 상징적 표출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닥쳐온 현실적 결과는 파멸뿐이었으며, 오히려 그의 행동은 양심의 정당한 권리가 아닌 일종의 무기력한 존재의 포기에 불과한 것이었다. 춘삼이는 작금의 처지에서 과거만을 추념할 뿐 또 다른 이상에 대해 응어리진 원인과 결과는 지금에 와서 의식에 방황하는 하층신분에 불과한 것이었다.
<숭어> 숭엇마을은 산 가운데 처박힌 조그만 어촌이다. 질솥을 빼어 폭 엎어 놓은 것 같은 북쪽의 높직한 바위산은 이 마을의 뒤를 지키고 황소 등줄기 같은 남쪽의 나지막한 황토산은 이 마을의 앞울타리며 새악시 가리마 같은 동쪽의 잔솔밭 고갯길은 이 마을의 옆을 지키는 샛문이다. 만일 서쪽으로도 산이 둘러쳐 막혔더면 숭엇마을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돈짝만한 하늘 조각밖에 구경 못 하겠지만 자연의 조화는 과연 위대한 것이어서 동쪽에서 굽이쳐 흘러내려온 한 줄기 시냇가닥이 마냥 실오라기처럼 내뻗을 수 있을 만큼 서쪽은 너무도 속 시원하게 툭 터져 넓은 들판이 훤하게 내려다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