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흥섭
엄흥섭
평균평점
악희(惡戲)

<악희(惡戲)> 《악희(惡戲)》는 1935년 개벽 잡지에 기고한 것으로 주인공 아버지와 무남독녀 딸(보경), 학교 제자(민식), 세 사람 사이의 시대적 연애관과 결혼관, 봉건적 이질감의 갈등적 관점에서 상호 내면적인 세태적 생활상을 그린 작품이다. 오로지 전근대적 욕심과 독선적 결혼관만을 요구하고 정당화하려는 아버지, 궁핍한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해쳐가려는 어머니, 딸 보경이에게는 현실을 벗어나고 부정하려는 것에 가족에게는 허탈감만을 안겨준다. 하지만, 아버지가 극구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딸에 대한 결혼 욕망은 자신의 기성세대 이성관 및 결혼관과 이해관계가 상반되고 있다. 더구나 대립과 충돌, 등장인물과 사회 현실 사이의 모순에서 젊은이들에게 이를 부탁하고 하소연하고 있다.

파경

<파경> 『파경(破鏡)』은 1936년에 발표되었던 신문 연작소설로 이상적인 연애관과 사랑, 인습적 신여성의 유교적 결혼관, 저항과 의식을 담고 있는 장편소설로 결혼 현실에 순응하는 주인공 ‘현애’를 통해 애정문제의 대담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안개 속의 춘삼이

<안개 속의 춘삼이> 『안개 속의 춘삼이』는 일제강점기 평범한 총각 청년(김춘삼)을 통해서 일제하 궁핍한 농촌 하층민의 구조적 사회문제를 다룬 소설로 자본가 지주의 소작농에 대한 횡포와 이기심으로 말미암아 결국 변질된 자신과 가정까지 몰락하는 소시민의 일상을 다룬 작품이다. 서평 작가는 이른바 현실적 문제의 통속성을 다룬 농촌의 소시민인 농민들 삶을 현실성 있는 모습으로 다루고 치중하였다. 일제강점기 현실적 지주와 지배계층의 부당함을 담아내는 것으로 주목할 만한 삶에 각성을 주었다. 또한 농민정책에 대한 현실적 모순과 궁핍한 현실을 극복하려는 삶에 대해 끈질긴 저항과 사람들에게 의지적 자각을 주는 것들이었다. 특히 지주와 소작농 간의 부조리한 사회적 모순을 그린 것들이었는데 ‘흘러간 마을’ 등이 그러한 것이다. ‘안개 속의 춘삼이’는 당시의 가난에 찌든 황폐한 농촌문제를 다룬 것으로 주인공 성실한 청년으로 이런 문제를 회복하려는 의지의 상징적 표출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닥쳐온 현실적 결과는 파멸뿐이었으며, 오히려 그의 행동은 양심의 정당한 권리가 아닌 일종의 무기력한 존재의 포기에 불과한 것이었다. 춘삼이는 작금의 처지에서 과거만을 추념할 뿐 또 다른 이상에 대해 응어리진 원인과 결과는 지금에 와서 의식에 방황하는 하층신분에 불과한 것이었다.

구혼행

<구혼행> 『구혼행(求婚行)』은 신문 연재소설로 1930년대 통속적인 남녀 간의 ‘구혼(求婚)’이라는 사실적 주제를 당시 연애소설이라는 범주 속에 자유주의 신 연애의 과도기적 풍속도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지옥 탈출

<지옥 탈출> 『지옥 탈출』은 일제강점기 한 여인이 결혼생활에서 겪는 일탈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남녀 간에 연애에 대한 신여성의 주체의식과 지위향상을 통해서 근대사회 여성관을 통렬하게 극복해 가는 여성 모습의 통속적 단편소설입니다.

힘

<힘> 밤은 얼마나 깊었는지 윤보의 눈이 선뜻 뜨였을 때는 요란하던 바람 소리도 고요히 잠들었고 이 구석 저 구석에서 코고는 소리만이 캄캄한 방안 공기를 흔들 뿐이다. 윤보는 꼈던 팔짱에서 한 손을 끄집어내어 머리맡으로 뻗쳤다. 싸늘한 방안 공기가 윤보의 손등을 스치는 동안 윤보의 손가락 사이엔 어느 틈에 ‘칵’하고 성냥갑이 걸리어졌다.

허물어진 未練塔(미련탑)

<허물어진 未練塔(미련탑)> 옥계천(玉溪川) 언덕에도 푸른 그늘이 우거졌다. 한껏 늘어져 물결을 퉁기는 수양버들, 마음껏 높이 뻗쳐 하늘을 비질하는 포푸라! 그 속에서 매미 떼가 노래를 한다. 유릿속같이 맑은 물이 푸른 그늘을 싣고 천천히 흘러내린다. 그늘 밑으로 널조각만한 배가 떴다.

追懷(추회)

<追懷(추회)> 대전에서 호남선을 갈아타고난 나는 찻속은 모두 잠들은 사람뿐인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잠 한숨 이루지 못하였다. 두계, 연산, 논산을 지나고 다음 정거장이 강경 역이라고 느껴진 나는 더 한층 정신이 또렷또렷 샘솟았다. 강경은 내가 어렸을 때에 자라난 고향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엔 나는 이 강경 정거장 앞산 채운산 밑 양촌 이란 마을에서 살았다.

숭어

<숭어> 숭엇마을은 산 가운데 처박힌 조그만 어촌이다. 질솥을 빼어 폭 엎어 놓은 것 같은 북쪽의 높직한 바위산은 이 마을의 뒤를 지키고 황소 등줄기 같은 남쪽의 나지막한 황토산은 이 마을의 앞울타리며 새악시 가리마 같은 동쪽의 잔솔밭 고갯길은 이 마을의 옆을 지키는 샛문이다. 만일 서쪽으로도 산이 둘러쳐 막혔더면 숭엇마을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돈짝만한 하늘 조각밖에 구경 못 하겠지만 자연의 조화는 과연 위대한 것이어서 동쪽에서 굽이쳐 흘러내려온 한 줄기 시냇가닥이 마냥 실오라기처럼 내뻗을 수 있을 만큼 서쪽은 너무도 속 시원하게 툭 터져 넓은 들판이 훤하게 내려다보인다.

새벽 바다

<새벽 바다> "뚜우...." 부두의 공기를 흔든 대련환(大蓮丸)은 석탄 연기를 내뿜으며 슬며시 이륙하기 시작한다. 쨍쨍 쪼이던 해가 바다 저 끝에 기울어지자 물결은 마치 피를 토해 놓은 것 같다. 바람이 불어온다. 염분을 가득히 담아오는 묵직한 바다 바람의 향기를 최서방은 한바탕 마음껏 들이마신다.

번견탈출기

<번견탈출기> 돌담 밑 백일홍 포기에서 '귀 뜰...... 귀 뜰......' 벌레 우는 소리가 끊일락 이을락! 뜰 앞 감나무 가지에 매달려 어렴풋이 나무 그늘을 마당에 던져 주던 반달도 어느 틈에 사랑채 기왓장 너머로 얼굴을 감추어 버리고 떡방아를 찧던 머슴 박서방도, 풋콩을 까던 병쇠 어멈도 이제는 석유 등잔불이 희미하게 가물거리는 사랑채 문간방에서 무슨 소리인지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길

<길> "왜 또 너는 잠을 못 자고 깨니...... 또 뱃속이 거북해 오니?" "아녜요, 어머니는 언제 깨셨에요?" "나는 두시에 깼다. 비두 주리 틀게 퍼붓는구나! 게다가 웬 바람까지 부니." "거기 차잖어요? 아랫목으로 오셔서 편히 좀 주무셔요. 아직도 날이 샐려면 멀었는데." "싫다! 잠이 오니. 어서 네나 더 자려무나." "......"

過歲(과세)

<過歲(과세)> "그까짓년 오거나 말거나 내싸두. 올 년이면 여태까지 안 올라구, 누가 두 번씩이나 마중을 나가!" 마누라가 말리는 말도 듣지 않고 김첨지는 낯수건으로 두 귀를 싸매고 팔짱을 끼고서 밖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