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속에 있는 그거, 내 아이인가.” 아기를 지키기 위해 남편으로부터 도망쳤다. 사랑 없는 정략혼이었고, 남편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었다. 도망친 저를 찾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마법처럼 예진의 앞에 나타났다. “이 아이가 당신 아이가 아니라는 건, 당신이 더 잘 알지 않나요?” 침착하게 거짓을 고했다. 새빨간 거짓말에 그는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그는……. “그래. 내 아이일 리가 없겠지.” 예상대로 그는 거짓에 수긍했다. 한숨 쉬며 말하는 표정은 굉장히 복잡해보였다. 이내, 그가 예진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거만하게 그녀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에는 불온한 욕망과 미친 집착이 도사리고 있었다. “유예진 넌, 더러운 여자야. 그러니까 다른 남자 애나 배고 있는 거지.” 그는 부풀어 오른 배를 손바닥으로 짚으며 조소를 던졌다. “걱정 마. 내가 다시 깨끗하게 해 줄 테니까. 내 품에 안기면 모든 게 완전히 정화될 거야.”
“그 꼬맹이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제 엄마가, 아빠가 아닌 다른 남자랑 이렇게 놀아나고 있다는 걸 안다면 말이야.” 흥분으로 탁하게 갈라진 목소리를 들으며 하연은 설핏 웃었다. 새빨간 거짓말을, 그는 믿고 있었다. 아마 그는 상상조차 할 수 없겠지. 그 꼬맹이의 아빠는, 바로 당신이라는 것을. “내 아이를 낳아.” 짐승의 덫에 걸렸다는 걸 깨달았을 때엔, 이미 늦었다. 야만적인 포식자는 하연을 무섭게 옥죄어 올 뿐이다. “그 꼬맹이에게 동생을 만들어 주는 거야.” 검은 눈동자 속엔 오직 하연만이 가득했다. 비틀린 집착으로, 무자비한 욕망으로.
※본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재편집된 작품이며, 강압적인 관계 묘사가 일부 포함되어 있으니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이 결혼은 비즈니스였다. 차강혁과 유은서의 결합이 아니라, 삼우조선과 유성중공업의 결합일 뿐이었다. 혼맥을 위한 정략결혼에 에로스적인 욕망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차갑고 냉정하기만 하던 남편이 야수로 돌변했다. “당신이 그렇게 음탕한 여자인지 몰랐어. 남자가 필요하면 진작 말을 하지. 내가 기꺼이 안아줬을 텐데 말이야.” 흥분으로 갈라진 목소리에는 은서를 향한 욕망이 진하게 배어 있었다. 거칠고 난폭하게 그녀를 가질 것이라는 파괴적이고도 야성적인 욕망이.
“2조 3항, 갑과 을은 주기적으로 육체적 관계를 맺는다.” 태광그룹 재무 이사 서지혁. 그의 비서 연서윤. 그들의 관계는 단순했다. 단지 ‘상사’와 ‘비서’일 뿐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 단순한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두 사람은 ‘연애 계약’을 맺게 이르는데……. “육체적 관계를 ‘주기적으로’ 맺자고 했는데, 정확한 주기가 명시되어 있지는 않군.” “이 부분은 이사님의 컨디션에 따라 좌우될 문제이기 때문에…… 이사님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적지는 않았어요.” “그럼 주기는 내 쪽에서 정하도록 하지.” 나지막한 목소리가 귓바퀴를 지그시 건드렸다. “내가 원할 때, 하는 걸로.” 왜인지 음란하게 들리는 낮은 목소리에 서윤은 온몸이 오싹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