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친척과 지인들만을 모아서 철저한 보안 속에 치러진 지성그룹 오너 한지우의 결혼식. 그런데 신부 이서은이 갑자기 걸려온 전화 한 통에 웨딩드레스를 벗고 식장을 걸어 나가 버린다.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한 오지랖 하는 이서은의 이종사촌 이정은. 그녀는 결국 하객들에게 망신당할 신랑을 걱정하며 서은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식장으로 걸어 나간다. ‘저기 서 있는 사람은 바로 지우 오빠…….’ 어릴 때부터 꿈의 왕자님인 지우 오빠가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다. 그래서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든 일인데, 이상하게 전혀 생각지 않은 방향으로 일이 꼬여버린다. 아, 오지랖 인생은 역시 기구한 거구나! * 본 작품은 2012년도 단행본의 개정된 버전입니다.
사랑 고백이라면 신물이 나는 마성의 매력남 제혁. 짝사랑하는 남자가 있지만 맞선을 봐야 하는 재벌 상속녀 지은. 선볼 때마다 마주치던 두 사람은 묘하게 맞아떨어진 이해관계에 황당한 조건을 내걸고 가짜 교제에 들어간다. “만약 날 좋아하게 되면, 내가 찍은 여자와 무조건 결혼해요.” “이번 일만 잘되면, 수의사 선생에게 고백할 수 있게 도와주죠.” 집안 결혼식에 제혁과 동반참석해야 하는 지은. 그에게 연락하지만 바람을 맞고, 뒤풀이 장소에서 인디밴드 멤버 ‘제이’와 부딪히는데……. 왜 낯선 남자에게서 제혁의 향이 느껴지는 걸까?
구닥다리 뿔테 안경에 교정기까지 끼면 아름답던 배우 정하라는 사라지고, 의사 유하연으로 변신한다. 아프리카로 의료봉사를 떠난 그녀는 피 흘리는 남자를 맞닥뜨리게 되는데……. “운도 좋아. 어떻게 납치를 해도 의사를 납치했대?” 칼에 찔린 그의 목숨을 구하고 홀연히 사라진 그녀. 그에게 남은 건 하트 목걸이 하나뿐. 한국으로 돌아와 악명 높은 영화 제작자 차태환으로 복귀한 그는 그녀를 찾아 헤맨다. 우연히 보게 된 건방진 여배우의 사진 속 목걸이. 다른 사람, 같은 목걸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운명으로 두 사람은 다시 얽히는데…….
“오늘 밤, 같이 보낼래요?” 한때 정혼자였고 지금은 약혼자의 사촌 형인 권제호. 위선적인 가족에게서 벗어나려 정략결혼을 선택한 채율리를 대놓고 유혹한다. 의도적인 접근이라는 것을 모른 채, 강렬히 다가오는 제호에게 매번 흔들리는 율리. “도대체 이러는 이유가 뭐예요?” “남자가 여자를 유혹하는데 뭐 특별히 다른 이유라도 있습니까?” 차곡차곡 쌓이던 감정은 마침내 폭발하고 마는데…….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나는 급한 걸 싫어해요.” 율리의 입에 쿠키를 넣어주며 제호가 속삭였다. “사탕이라면 한입에 씹어 먹지 않고, 아주 천천히 빨아먹을 겁니다. 초콜릿이라면 혀로 핥으며 느릿하게 녹여 먹을 거고. 그래야 제대로 맛을 음미할 수 있으니까.” 분명 디저트에 관한 이야기인데, 율리는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그는 그녀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게 몸이든 마음이든. 세상 모두가 그녀를 해친다 해도 자신만은 지켜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신이 그녀에게 가장 큰 상처를 안겨줄 것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느 날, 제호가 물었다. “그런데 몸만 보호할 거예요? 마음은 어쩌고?”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된 날, 율리는 무너져 내린다. “당신, 뭐야? 사람 감정 가지고 장난해?” 산산조각이 난 가슴을 부여잡으며 율리는 복수를 다짐하지만. “먼저 끝내버리면 안 되지. 난 시작도 안 했어.” 그녀를 바라보는 진심 어린 눈빛에 여전히 마음이 설레고 만다.
“생각만 하고 있어도 마음이 아파요. 날 좋아하는지 어떤지 알 수 없는데, 날 보고 웃어주면 미친 듯이 심장이 뛰어요.” “다행이다. 너도 나와 같아서…….” 그날 밤을 잊은 그녀, 그 밤에 멈춰 선 남자. 함께한 밤이 운명이라 믿는 남자, 그저 불장난이었다고 선을 긋는 여자. 얽히고설킨 두 커플의 이야기. 대처할 수 없는 감정, 대용품일지라도, 사랑이든 집착이든, 구질구질한 소유욕이라도 상관없었다. 한 꺼풀씩 벗겨지는 기억과 감정 속에서, 과연 두 사람은 끝내 사랑을 지켜낼 수 있을까? ‘쉬, 이 정도에 반응하면 안 되죠.’ 그녀의 눈빛은 분명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유치한 짓이란 걸 알면서도, 그를 괴롭히고 싶었다. 상처받은 만큼, 그도 아프길 바랐다. “……아.”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 건 후회와 한탄이었다. 그를 미치게 하고 싶었는데, 정작 미쳐버린 건 그녀 자신이었다. 그래도 몸이라도 차지했으니, 그걸로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 그는 완전히 그녀 안으로 뜨겁게 녹아들고 있었다. 단 하나, 1g도 되지 않는 그의 마음만 제외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