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굴 그렇게 만나고 다니는 거지?” 아, 그야 당연히 성에서 데리고 나가 줄 사람들 찾고 있었지. 하지만 그대로 대답했다가는 어쩐지 큰 일이 날 것 같았다. “꼭 신경이라도 쓰는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아니라고 한 적, 없는 것 같은데.” “……응?” “어쨌든 나가지 마. 내 허락 없이는 그 어디에도.” “참 내. 차라리 절 그냥 가둬놓지 그러세요?” 칼릭스는 꼭 무언가 깨달은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래, 그럼 되겠군.” “네?”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아니, 잠깐만. *** 황후에 빙의했다. 소설에서 그녀가 언급된 부분은 두 페이지가 다였다. 그것도 황제와 여자 주인공의 러브스토리를 위한 부가적인 내용이었다. 사랑해서 한 결혼이 아니었다나? 늘 자신을 내치기만 하는 남편을 존경하고 섬기고, 헌신적으로 내조……. 하다가 전쟁터에서 죽는 조연이었다. 웩. 그래서 결심했다. 얼른 튀자, 늦기 전에!
<용의 연인> 현대물, 실존역사물, 판타지물, 동양풍, 전생/환생, 초능력, 초월적존재, 첫사랑, 운명적사랑, 능력남, 다정남, 상처남, 순정남, 카리스마남, 사이다녀, 직진녀, 상처녀, 순정녀, 외유내강, 애잔물 ‘오늘이야말로 죽어 버릴 거야!’ 죽기 위해 뛰어든 호수에서 연조가 만난 것은 금빛 눈의 이무기였다. 이무기는 연조의 소원을 들어주어야 승천할 수 있다며 소원을 빌라 하는데! “행복해지고 싶어.” 용이 되고 싶은 이무기는 연조와 계약을 맺는다. 그것이 제가 살아온 500년의 시간을 통틀어, 가장 힘겨운 고생길을 여는 것임을 알지 못한 채로. “네 눈은 꼭 태양처럼 빛나잖아. 그러니 환이라고 하자. 빛날 환 자를 따서, 환.” 그렇게 이름이 없던 이무기는 환이 되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나를 연모해 다오.” 흑룡의 화신이라 불리는 화랑 형종이 연조에게 혼인을 종용해 오는데……. 천 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 <용의 연인> 일러스트 Ⓒ still
“나한테 팔아. 네 불행, 네 불쌍함, 네 비참함.” 예진은 불쌍한 여자였다.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것이든 팔고 싶었다. 설령 그것이 제 영혼일지라도. 그렇게 그녀가 가장 비참할 때, 가장 불쌍할 때, 한 남자가 나타나 손을 내밀었다. 시험 같은 제안과 함께. 그리고 재앙처럼, 그녀의 인생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 “넌 날 못 벗어나.” 박해준은 여전히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 넌지시 내뱉는 말도, 또 저를 바라보는 눈빛까지도. “이미 끝난 사이에 이러지 말아요. 꼴 보기 싫으니까.” “누구 맘대로 끝이 나지?” 질문을 던지는 해준의 눈동자는 음험하기 짝이 없어, 예진은 뒷걸음질을 쳤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끝을 낼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야.”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해준이 예진의 턱을 거머쥐었다. “어디 한번 맘껏 해 봐. 또 말도 없이 도망치고, 사라지고, 그렇게 네 맘대로 실컷.” 그러고는 비웃듯 말했다. “그런 다음, 두 눈으로 똑똑히 봐. 결국 네가 나를 벗어날 수 있는지.”
“못 찾아낼 줄 알았어?” 다른 남자와의 결혼식장. 전 애인과 재회를 하기에 적합한 장소는 아니었다. “고작 이거야? 나한테 도망가서 하려고 했던 게.” “…….” “적어도 호텔에서 디자이너 드레스 정도는 걸치고 있어야 말이 되는 거 아닌가?” 1년 만의 재회. 그렇게 세아를 찾아온 정후는 그녀의 삶을 다시 지진처럼 뒤흔들기 시작했다. “뭘 바라느냐고? 몸이라도 요구해 볼까.” “……지금 저랑 삼류 영화라도 찍자는 거예요?” “찍을 수는 있지. 치정이나 복수극으로. 아니면 둘 다 하든가. 나는 자신 있거든. 그것도 상대가 너라면 더더욱.” 늘 그랬듯, “참고로 난 아직 시세를 모르거든. 그러니 네 마음대로 불러 봐도 좋아. 내가 언제…….” 우아하고. “너한테, 박했던 적 있었어?” 천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