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이 마킨
안드레이 마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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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언

<프랑스 유언> 프랑스 최고 문학상 3개 동시 수상작! 공쿠르상, 메디치상, 고등학생들이 선정하는 공쿠르상 수상 안드레이 마킨은 모스크바에서 공부를 마치고 노브고로드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1987년 프랑스를 여행하던 중 정치적 망명을 한다. 그러나 그의 생활 조건과 주거 조건은 매우 열악해서 파리의 빈민가라고 할 수 있는 벨빌과 메닐몽탕 사이에 작은 방 하나를 얻어 살았으며, 한때는 페르라세즈 공동묘지에 있는 지하묘소에서 지내기까지 했다. 글을 쓰는 것도 쉽지 않아 프랑스어로 쓴 그의 원고는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러시아 출신 작가가 세 살 때부터 프랑스 출신 할머니에게 배운 제 2 외국어인 프랑스어로 직접 작품을 쓴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다행히 그의 섬세한 서정을 높이 산 한 편집자의 도움으로 문장을 다듬어 펴낸 것이 1995년 『프랑스의 유언』. 이 작품은 프랑스 최고 문학상인 공쿠르상과 고등학생들이 선정하는 공쿠르상, 그리고 메디치상까지 3관왕의 주인공이 되었다. 프랑스 문학계는 러시아 출신 안드레이 마킨을 당당한 프랑스 작가로 인정했다. 『프랑스 유언』은 여름이면 시베리아 초원지대의 외할머니댁을 찾는 주인공 소년과 그의 할머니 샤를로트 르모니에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이 여성 존재의 삶을 지켜보는 것은 곧 프랑스의 역사에 대한 증언뿐만 아니라 20세기 러시아의 역사에 대한 증언을 만나는 일이다. 『프랑스 유언』이 가진 이 같은 측면은 작품을 이끌어 가는 중요한 길잡이 가운데 하나다. 격동의 역사를 살아온 외할머니가 전하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서정과 프랑스의 이미지를 서술한다.

어느 삶의 음악

<어느 삶의 음악> 눈보라에 휩싸인 우랄 지방의 어느 기차역, 한없는 연착으로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기차를 기다리는 화자인 ‘나’는 자신을 둘러싼 무리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안락한 생활에 대한 타고난 무관심과 체념, 부조리한 상황에 발휘하는 끈질긴 인내심’을 가진 ‘칙칙한 삶의 집적체’를 경멸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뮌헨의 한 철학자가 발명한 용어인 ‘호모 소비에티쿠스’를 떠올리는 나는 자신 ‘역시 분명 그들과 다를 바 없지만’ ‘처한 인간으로서의 조건을 명명할 수 있기에’ 그 무리로부터 떨어져 나왔다고 믿는다. 그렇게 기차를 기다리던 ‘나’는 문득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이끌려 한 어두운 공간에 다다르고 피아노 앞에 앉은 노인을 보게 된다. 익명의 동질성에서 한 개인이 고개를 드는 예기치 못한 순간이다. 모스크바행 기차가 도착한 후, 두 사람은 허름한 객실에서 다시 마주한다. 그곳에서 노인은 자신의 지나온 삶을 화자에게 들려준다. 모스크바로 향하는 기차는 이제 오래된 과거로 돌아가 ‘알렉세이 베르그’라는 한 젊은 피아니스트의 삶을 통과한다. 안드레이 마킨은 부서지고 깨진 삶의 파편들과 그에 맞물리는 위대한 한 인간의 운명을 이성과 감성이 균형을 이루는 완벽한 스타일로 연주하며 소비에트 연방 역사에 묻힌 한 사람에게 잊을 수 없는 형상을 부여한다. 부조리를 넘어서서 삶이 음악으로 화한 피아니스트의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가의 치밀하고도 시적인 문장들 또한 한 편의 음악으로 읽힐 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