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남의 끝을 보여준다!카르멘, 그녀만의 남자.기다림. 별로 특별할 것 없는 단어다. 십수 년 전 서인희를 처음 만난 이후로 그의 사전에 새롭게 입력된 단어. 하지만 그때와 지금 이 순간은 절대 같을 수가 없다.언젠가는 당연히 서인희가 그의 것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그 시기, 그때 윤도운 앞에 주어진 문제는 단지 시간이었다. 작은 계집아이가 커서 여자가 되는 시간. 하지만 결혼식을 코앞에 두고 그녀는 완벽하게 그의 품에서 날아가버렸다. 그리고 그날 아침 인희가 사라져버렸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그의 인생은 엉망진창으로 헝클어졌다. 그래, 서인희.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한 올도 보이지 않게 꼭꼭 숨어 봐. 이 게임에서 넌 정말 최선을 다해 숨어야 해. 왜냐하면 난 세상 끝까지 뒤져서라도 널 찾아내고야 말 테니까. 그리고 결국 다시 돌아온 너에게 ‘다음 기회’라는 건 없을 테니까. 맹세하지, 내 공주님!
그녀였다. 물론 차 안에서는 뒷모습밖에 볼 수 없지만 지혁은 그녀가 어떤 모습이라도 알아볼 수 있다고 자신했고 늘 그렇듯 그가 옳았다.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후 정확하게 3년하고도 7개월 11일 4시간 만이었다. 하지만 다시 마주한 여자의 모습은 마치 그 시간을 뛰어넘은 듯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그때와 같은 머리 길이, 그녀가 즐겨 입던 스타일과 같은 옷가지들, 심지어 치마까지도 무릎이 보일 듯 말 듯 단정하게 내려와 있었다. 지금 여자의 이름을 부른다면 늘 그랬듯이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볼 거란 착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아니다. 여자의 곁에서 함께 걸음을 옮기는 남자의 존재가 현실을 알려주었다. 절대로 부정할 수 없는 잔인한 현실이란 놈을. 그렇기에 저기 저 자리에 내가 있어야 한다고. 여자의 미소는 내 것이라고 감히 우길 수 없다.잠시 눈을 감은 지혁은 그녀가 자신과 함께 한 시간을 돌이켰다. 그 시간 동안 은영은 단 한 번도 그에게 기꺼운 미소를 던진 적이 없었다. 아니, 설사 그런 적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값싼 연극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지금의 지혁은 알고 있다. 하지만 고맙게도 지금의 그 또한 그때와는 달라져 있다. 지금의 지혁은 그녀에게 쉽게 상처받고 아파하던 그때의 최지혁이 아니다. 3일! 3일 후면……. 이제 3일 후면 윤은영도 그 사실을 알게 되리라.
“그 침대에 기대 있는 널 보니 너란 여자, 어디에 필요한 존재인지 금방 알겠는걸. 어때? 어차피 그 놈과도 헤어지려 했다면서?”“당신은 싫어요.”“싫어? 하지만 내가 너에게 해주는 걸 생각하고 누워 있으면 없던 느낌도 생길 거야. 너란 여자는 그런 여자 아닌가? 적어도 나와 있을 때는 갖고 싶은 건 다 가질 수 있을 거라 약속하지. 단! 네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짓만 하지 않는다면. 난 내 여자를 다른 놈과 사이좋게 나눠 가질 만큼 아량이 넓지는 못해서 말이야.”그의 비틀어진 입술이 무엇보다도 그의 심정을 잘 말해주고 있었다. 나도 너 같은 여자는 싫다고, 돈만 아는 너 같은 싸구려를 내 마음이 원하는 건 아니라고, 그러니 내 돈을 주는 대신 네 몸만 받겠다고... 물론 싫다고 말해야 했다. 하고많은 사람들 중 그 여자의 의붓아들이라니... 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녀의 입을 막은 건 일주일 전 병원에서 본 지수의 창백한 얼굴이었다. 의사의 말도 떠올랐다. 최소한 두 달 안에는 수술을 시켜야만 한다고... 머릿속에서 터질 듯이 떠오르는 생각들에 지윤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가슴이 어떤 말을 하더라도 지금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의 선택임을 머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지금의 그녀로선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몇 달 안에 지수를 수술시킬 만한 큰돈을 만들 수 없었다. 거기다 어느새 나타난 악마가 그녀의 귓가에서 달콤한 목소리로 속살대고 있었다. 어차피 저 남자 돈은 그 여자 돈도 되니까 받아도 된다고...지수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고...“뭐든지?”“다른 놈만 몰래 만나지 않는다면 뭐든지!”그의 승리감에 가득 찬 눈동자를 보는 그녀의 가슴속에선 뜨거운 피가 멈출 줄 모르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걸 알려서 지금 눈앞에서 웃고 있는 이 남자의 미소를 더 크게 만들어 주고 싶진 않았다.“좋아요. 참을 수 있어요.”입에 대던 술잔을 거칠게 탁자에 내려놓은 그는 천천히 넥타이를 풀었다.“좋아 거래 성립. 그럼 지금 이 순간부터 권리 행사를 하겠어. 설마 싫다고 하진 않겠지?”
7년 전 그를 휩쓸고 사라졌던 폭풍이 돌아왔다!왜 돌아온 걸까! 그 망할 여자는 왜 돌아온 걸까! 차동현을 패잔병처럼 만들었던 폭풍이, 그를 산산조각 낸 거친 바람이 겨우 가라앉았다 믿고 있었는데……. 남들은 삼사 년이면 충분히 아문다고 하는 상처건만 동현은 달랐다. 그 상처를 극복하는 데 이렇게나 오래 걸렸는데 왜 이제야 나타났단 말인가. 그렇게나 야위고 초췌한 모습으로!돌아오는 게 아니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한국으로 돌아오는 게 아니었다. 아니, 저 애를 보고 싶은 욕구를 이기지 못하고 이 학교 앞으로 오는 게 아니었다. 30분 전만 해도 몰랐다. 내 배로 낳은 자식을 알아보는 것. 그건 여러 아이들 사이에서 그 아이를 구분해 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란 것을. 그건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 온몸의 피가 끓어 움직이는 것. 의지와 상관없이 내 가슴이 미친 듯 외치는 본능이었다. 지금껏 그걸 모르고 있었다.
그, 성영진“이봐, 너 그만 나한테 와라. 그만하면 비싼 거 알았으니까 나한테 와라.”그래, 룸에서 석지현을 만난 첫 순간부터 그 건방진 어린애가 눈에 들어왔다. 아무리 좋게 표현해 봐야 돈에 몸을 파는 것밖에 안 되는 여자인데도 온몸에서 풍기던 당당함. 그래서 처음에는 호기심이 동했다. 그리고 다음엔…… 갖고 싶어졌다. 제법 그럴듯한 포장술과 기술로 자신을 감싸놓은 그 어린애를 안고 싶었다. 그건 실로 오랜만에 경험하는 욕구였고, 두근거림이었다. 굉장히 유쾌한 반응. 남자인 성영진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의미. 그것만으로도 석지현을 손에 쥘 이유는 충분하지 않은가. 그녀, 석지현“당신이 자존심 있는 인간이라면 곁에 놓아두는 여자도 그 수준에 맞길 바라겠죠. 그러니까 날 골랐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실망이에요. 제대로 된 물건을 알아보는 사람은 값을 깎으려고 하지 않아요. 지불한 만큼의 만족을 준다는 걸 아니까. 당신 지금 치사하게 굴고 있어요.” 술 취한 남자의 당돌한 제안. 그것이 불쾌한 것은 아니다. 아니, 성영진 정도 되는 사람이 이런 데서 일하는 여자에게 이런 제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란 것도 알고 있다. 그러니 자신에게 물건에게나 사용하는 ‘ 비싸다 ’는 단어를 붙인다 한들 기분 나쁠 것은 없다.
이복 언니에 대한 미안함으로 인해 너무나 소극적인 삶을 살아가던 여대생 미진. 그런 그녀가 언니를 위해 생애 처음으로 무대에 섰다. 크나큰 용기가 필요했던 그녀에게 패션쇼 모델로서의 데뷔는 기대 이상으로 성공적이었고, 수줍음 많던 그녀는 어느새 주목을 끌고, 급기야 살로메로서 한 남자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데…….잠시 동안의 만남으로도 그 환영에 시달려 살로메를 찾아 한국에 온 이태리계 혼혈 카를로. 어머니의 나라 한국으로 살로메를 찾아 오면서 자신을 유혹했던 그 살로메를 찾아내게 되고 그녀가 그의 보석 테조로임을 깨닫지만, 그녀는 자신이 보석 같은 존재임을 알지 못하는데…….
안도감을 담고 자신을 바라보는 스볘따의 몸을 무릎에 앉히며 그는 가녀린 허리를 당겼다.이글이글 타오르는 그의 눈동자에 그녀도 꺼내려던 말을 삼켰다. 차가운 여자의 코끝과 귓불에 뜨거운 입술을 비비며 그는 그녀의 허리와 등을 쓰다듬었다.스볘따가 신음을 흘리며 가슴에 몸을 묻어왔다. 여자의 턱을 들어올린 그는, 작은 얼굴을 삼킬 듯 응시했다.운명이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피할 수도, 팽개칠 수도 없는 것.그래서 운명이다.스볘따, 아니, 마리아. 그 외에 무엇이라 해도 이제는 상관없다. 그의 품에 안겨 있는 이 존재만이 의미가 있을 뿐.
긴급수배, 그 남자!이름: 이현나이: 풋풋함이 살아 있는 2학년 7반 특징: 꽃도 뺨칠 정도로 화사한 얼굴에, 흠잡을 데 없이 미끈한 몸매. 무엇보다 공공장소에서 <누나, 책임져! >라고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뻔뻔한 성격이 단연코 압권인 녀석 현상수배, 그 여자!이름: 오혜령나이: 아직은 탱탱한 3학년 2반특징: 아무리 높은 구두를 신어도 160대에 머무는 키 그리고 송아지처럼 커다란 눈이 매력적인 여자. 하지만 바늘로 찌르는 듯 매정한 독설과 남자를 머슴 부리듯 마구 부려먹는 성격은 전혀, 결코, 네버, 사랑스럽지 않은 여자 우리나라 최고의 백화점으로 꼽히는 미가람 백화점. 입사 8년차에 기획팀 팀장으로 발탁될 정도로 능력 있는 골드 미스, 오혜령. 미가람에서 야심적으로 준비한 메스티지 존 업무를 노리고 있던 그녀에게 청천벼락 같은 일이 벌어진다. 메스티지 존 기공식 날 회장님의 중요 발표를 앞둔 그녀에게 책임지라며 달려드는 남자가 생기는데. 당장 책임져 주지 않으면 ‘혼인빙자 간음’으로 혜령을 고소해 버리겠다는 이 녀석, 제가 숫총각이었다는 이 녀석. 대체 어떻게 요리를 해줘야 속이 후련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