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윤
최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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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길>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길」에서 주인공은 남편의 외도와 아이가 없는 데서 오는 심한 상실감과 외로움으로 부모가 없는 옆집 아이를 꾀어 집을 나온다. 그녀는 그동안 애써 외부 세상에 스스로를 단절 시킨채 살아 왔다. 하지만 그런 그녀와는 상관없이 세상은 돌아간다. 세상의 한구석에서는 늘 전쟁이 일어나고 아침마다 자명종은 사람들을 깨운다. 그녀는 자기가 가는 길이 어떤 길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길」외에도 어머니의 병 수발 때문에 유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나’, 자신에 대한 어머니의 지나칠 정도로 강한 집착에 자신을 교도소 안의 죄수라고 생각하며 탈출을 꿈꾸는 ‘나’, 근친상간으로 태어났다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나서 끝모르는 방황을 하는 ‘나’처럼 최서윤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현실의 굴레 때문에 신음하고 방황하며 탈출을 꿈꾼다. 이처럼 자신을 옥죄고 있는 현실로부터 벗어나려는 인간의 내적 고뇌와 갈등이 작가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그녀의 등단작 「선로 위에서」를 비롯해 중편 「누에의 잠」과 단편 「길」, 「수인(囚人)」,「고래의 노래」, 「비어 있는 바다」, 「배」 등 모두 일곱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