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시스 베이컨
프랜시스 베이컨
평균평점
베이컨 수상록

<베이컨 수상록> ≪수상록≫은 처음엔 그 내용이 10편의 에세이로 이루어진 조촐한 것이었으며, 1597년에 처음으로 빛을 보게 되었다. 여기에다 가필을 하기도 하고, 신편을 더해서 39편의 내용으로 된 제2판이 나온 것은 1612년이었고, 1625년, 즉 베이컨이 사망하기 전해에는 총 58편의 내용으로 된 제3판이 출판되었다. 여기에다가 미완으로 남아 있는 ‘풍문에 관하여’라는 에세이 하나를 더해서 59편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우리들이 오늘날 가지고 있는 ≪베이컨 수상록≫이다. 베이컨의 ≪수상록≫은 초판으로부터 3판이 나오기까지(1597~1625)의 오랜 세월에 걸쳐서 씌어진 것이기 때문에 말하자면 베이컨과 더불어 성장해 왔다고 볼 수 있으며, 베이컨의 사상과 생활의 전개를 가장 구체적으로 나타내고 있을 뿐 아니라 그의 사상의 특이성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 그러므로 베이컨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의 ≪수상록≫을 읽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예를 들면 ‘학문에 관하여’라는 에세이는 베이컨이 비교적 젊었을 때 씌어졌으며, 차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높은 지위에 관하여’, ‘통치에 관하여’, ‘담화에 관하여’ 등등 정치적·사교적인 방면의 테마를 선택했다. 그리고 노년에 이르러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고 난 다음에는 ‘건축에 관하여’, ‘정원에 관하여’라는 에세이를 썼다. 우리는 그의 에세이를 통하여 베이컨이란 한 사람의 인생 역정을 살필 수 있는 것이다. 몽테뉴의 ≪에세이≫가 은퇴한 학자의 여가의 소산이라면, 베이컨의 그것은 혜민(慧敏)한 실무가의 응집된 예지를 구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수상록≫의 묘미는 실리주의에 있으며, 또한 생활의 지혜를 가르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그의 ≪수상록≫은 손오의 병서나 논어와 같은 동양의 고전을 방불케 할 만큼 인정과 세사(世事)의 기미를 엿보게 하여일종의 미소를 머금게 한다. 윌 듀란트는 베이컨의 ≪수상록≫을 평해서, “이처럼 많은 고기가 이처럼 잘 조리되어서 이처럼 작은 접시에 많이 담겨진 것은 드물 것이다.”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