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
고종석
평균평점
플루트의 골짜기 (고종석 선집 1)

<플루트의 골짜기 (고종석 선집 1)> 모두 다섯 권으로 기획된 '고종석 선집'. 고종석의 산문세계를 망라하는 시리즈로서, 첫째 권은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단편소설 열두 편을 깐깐하게 가려 담았다. 고종석은 그간 두 권의 단편소설집을 단행본으로 펴낸 바 있다. <제망매>(1997)와 <엘리아의 제야>(2003)가 그것이다. 두 단행본 모두 현재 절판 상태로 시중에서 만나볼 수 없다. <플루트의 골짜기>에는 위 두 단행본의 가장 정수 격인 작품을 엄선한 것은 물론, 단행본에 최초로 수록하는 작품 네 편까지 망라해서 묶었다. 작품 '플루트의 골짜기', '이모',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우리 고장에선 그렇게 말하지 않아!'는 기존에 문학잡지에서 실린 적은 있지만, 단행본으로서는 일반 독자와 처음으로 만난다. 대표 작품부터 단행본 최초 수록 작품까지 고종석의 소설세계를 한 흐름으로 꿸 수 있다.

빠리의 기자들

<빠리의 기자들> 지적인 수다와 지독한 사랑, 그리고 ‘빠리’ 파리에서 기자로 산다는 것, 일한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 “그때 그 순간 삶은 살아갈 만한 그 무엇이었고, 사랑할 만한 그 무엇이었다.” 한민일보 장인철 기자는 야근을 지겨워하던 서울에서의 삶을 벗어나 난생처음 프랑스 파리에서 살게 된다. 세계 각국의 기자들이 모인 ‘유럽의 기자들’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그들의 이름은 모두 같았다. 저널리스트, 그리고 파리의 이방인. 값싸고도 말할 수 있는 센티멘털리즘과 멜랑콜리가 그곳에는 있었다. 그 센티멘털리즘과 멜랑콜리의 힘으로 함께 술을 마셨고, 노래를 불렀고, 춤을 췄고, 뽀뽀를 했고, 울었고, 싸웠고, 화해했다. 그리고 일했다. 남의 삶을 엿보고 싶어 하는 호기심,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 하는 광고 충동, 끊임없이 기록하는 습관…… 기자의 운명을 열렬히 받아들였던 그들은 ‘진짜’ 기자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장인철은 한 여자를 만났다. 언론인 연수 센터에 들어서던 첫날, 친절하게 인철을 안내해 주던 여자. 오렌지 빛 외투, 큰 키, 어깨까지 내려오는 금발, 바다를 담은 듯한 눈동자…… 헝가리에서 온 동료 기자 주잔나 셀레슈였다. 자주 울었고, 자주 분노했고, 자주 깔깔거렸던 주잔나. 인철은 따뜻하고 유쾌한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고, 그녀와 가장 자주 어울리는 사이가 된다. 서른다섯 살의 이혼남 장인철과 서른일곱 살의 이혼녀 주잔나. 인철은 추위를 즐기지 않았지만 주잔나가 파리에 있다면 그곳의 추위도 견딜 만한 것이 되었다. 그는 주잔나의 아들 토마슈와 만나 다정한 대화를 나누며 우정을 쌓기도 한다. 나란히 서서 함께 파리의 밤을 응시하던 인철과 주잔나, 그들 사이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독고준

<독고준> 당대 최고의 문장가 고종석의 신작 장편소설, 『광장』의 작가 최인훈이 완성하지 못한 독고준 3부작이 완성되었다! ‘흠 잡을 데 없는 문장력을 지닌 스타일리스트’, ‘가장 정확한 한국어 문장을 구사하는 작가’로 평가받아온 고종석은 첫 장편소설 이후 소설 단행본은 출간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주제들의 시사칼럼과 에세이 등을 발표하며 명문가(名文家)로서 그의 글을 사랑하는 고정 팬들의 욕구를 충족해왔다. 그런 그가 17년 만에 펴내는 신작 소설이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감을 모으는 『독고준』은 스타일(형식)과 메시지(내용)를 모두 갖춘, 오직 고종석만이 쓸 수 있는 특별한 작품이라 하겠다. 더구나 이 소설은 『광장』의 작가이자 지난 시대 최고의 소설가 최인훈이 미처 끝내지 못한 ‘독고준 3부작’의 완결판이기도 하다. 최인훈은 독고준을 주인공으로 삼은 두 연작 장편 『회색인』 『서유기』를 통해 실천이성 바깥의 관념에 몰두하는 인간을 ‘회색인’이라 부르고, 그 회색인의 관념 여행을 ‘서유기’라 불렀다. 그가 창조해낸 회색인 독고준은 월남민 출신의 국문과 대학생으로 소극적이고 회의적인 성격을 지닌 인물이다. 4ㆍ19혁명 한 해 전인 1959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두 소설은 1960년대에 발표되었다. 그 후로 반세기가 흐른 2010년, 고종석은 젊은 시절에서 멈춰버렸던 독고준의 그 이후 삶을 그려냈다. 두 연작 장편 이후 3부작을 완성하지 못하고 병상에 누운 최인훈을 대신하여 독고준 3부작을 완성한 것이다. 1960년 4ㆍ19혁명에서 2007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일까지 자살한 아버지 독고준의 회색일기에 레즈비언인 딸 독고원이 자신의 삶을 포갰다 『독고준』은 독고준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이면서 또한 독고준과 그의 딸 독고원의 관념과 생활을 그린 독립적 작품이다.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이 죽던 날, ‘관념소설’을 쓰며 ‘회색인’이라 불렸던 유명 소설가 독고준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 후 일 년, 그의 딸 독고원은 1960년 4ㆍ19혁명에서 시작해 2007년 대통령 선거일까지 47년간 계속된 아버지의 일기를 읽는다. 일기에는 역사의 흐름과 한국사회, 예술, 문학 전반에 걸친 독고준의 관념들이 넘쳐난다. 소설은 독고원이 화자가 되어 아버지의 삶과 문학이 고스란히 담긴 일기들에 자신의 일상을 겹친다. 레즈비언으로 살아가는 스스로의 삶, 소수종파 기독교도인 엄마, 이혼한 남자의 후처가 된 여동생 선의 가족, 자신의 동거인이자 유명 드라마 작가인 연희 등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백하게 이어지는 것이다. ‘감각적인 지식인 소설로 한국 소설문학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고종석 소설들에 대한 그동안의 평가는 이 소설에서 정점을 이룰 듯하다. 작가 특유의 역사나 사회 문제에 대한 해박한 이해와 더불어 개인주의, 자유주의에의 지향이 소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역사적 흐름에 겹쳐지는 독립적 개인인 소설가 독고준의 관념들은 집단과 개인, 사회와 문학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며 독자들을 사색의 심연으로 이끈다. 하나의 이야기로서 주는 감동도 충분하다. 작가 특유의 단정한 문장은 자살한 아버지의 일기장을 읽는 화자의 마음결을 정갈하게 드러내고 그 담담함이 오히려 마음에 더 큰 울림을 주는 것이다. 단숨에 읽고 넘길 흥미 위주의 소설이 아니라 곁에 두고 오래오래 곱씹을 만한 소설이 탄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