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권] 이웃집 발명가> * 이 책은 『이웃집 발명가』의 분권입니다 블랙 코미디 희곡집. 작가 최우근은 20년 경력의 베테랑 방송작가입니다. 그는 현실의 불합리함을 포착해 웃음을 만들어냅니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두 사람이 서로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대화는, 대화가 아니라 바로 코미디라는 것을 신랄하게 보여줍니다. 희곡집 『이웃집 발명가』에 수록된 네 편의 작품은 <이웃집 발명가>, <거기에 있는 남자>, <판다 바이러스>, <이웃집 발명가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웃집 발명가> 천재 발명가 공동식은 블랙이라는 개와 단 둘이 쓸쓸하게 살고 있다. 블랙은 원래 평범한 개였는데, 인건비를 감당할 형편이 안 됐던 발명가가 후두에 언어 통역기도 달아주고, 지능도 높여주고, 적당히 성형수술도 해줘서 웬만한 사람보다 똑똑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발명가의 무급 조수로 일하고 있다. 발명가에겐 작은 꿈이 있다. 발명품으로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어느 날, 공동식은 자신의 새 발명품을 선보이기 위해 온 이웃들을 초대한다. 하지만 정작 찾아온 이웃은 새로 이사 온 로즈밀러라는 여성뿐이다. 이윽고 발명가가 선보인 발명품은 ‘어둠’이다. 한낮에도 주변의 빛을 모두 흡수하여 칠흑 같은 어둠을 만들어주는 전구를 발명한 것이다. 하지만 이 기발한 발명품에 대한 로즈밀러의 반응은 전혀 뜻밖이다. 치한들의 필수품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캄캄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 치한 말고 또 누가 있는데요?” 그리하여 두 사람의 대립은 시작된다. 발명가는 타임머신, 물질발생기, 물질소멸기 등등 그야말로 천재적인 발명품들을 동원해서 로즈밀러의 오해를 풀고 그녀에게 인정받으려고 필사의 노력을 펼친다. 하지만 그녀는 강적이다. 로즈밀러는 처음엔 어둠전구와 관련된 소동으로 발명가를 치한으로 여기지만 이내 발명가의 천재를 알아본다. 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재능을 ‘치한들을 위한 발명’에나 쓰는 정신에 문제가 있다고 여긴다. 그래서 그녀는 발명가의 삶을 자기식대로 바로잡으려고 안간힘을 다한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두 사람이 서로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대화는 대화가 아니라 바로 코미디라는 것을 정확하고 신랄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내가 옳고 상대방이 틀렸다는 식의 우격다짐이 삶의 일상적인 대화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안녕, 다비도프씨> 오늘도 나는 거울 앞을 떠나지 못한다. 나는 투명인간이다. 투명인간이라서 좋겠다고? 영화 속의 멋진 투명인간을 떠올린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현실의 나는 개와 고양이에게 쫓기며, 주변의 불투명한 인간들로부터 늘 위험한 인물로 예의주시 당하다 못해 핍박받는 가련한 존재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익명의 초대장이 날아들었다. '다비도프 쿨 워터맨' 향수를 착용하라는 추신이 달려있었다. 투명인간이 된 이후 처음으로 향수를 뿌리고 파티장으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빈 파티장에 도착하자 누군가가 외쳤다. "신입 투명인간 '다비도프 쿨 워터맨'씨를 소개합니다!" 놀랍게도 텅 빈 파티장에는 수많은 동족들, 아니 향기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투명한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나는 다시 불투명인간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