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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쫓긴 소녀(일본 기담집1)

<꿈속에서 쫓긴 소녀(일본 기담집1)> 꿈속에서 쫓긴 소녀 소녀는 마치 춤을 추듯이 강가를 달리기도 하고, 풀 속에서 잠시 멈춰 서기도 했습니다. “이런 야심한 밤에 춤 연습이라도 하는 건가. 아니면 꽃이라도 따고 있는 걸까. 이상한 여자애도 다 있구나.” 마침 그쪽으로 가고 있던 이치베에는 다리를 건너 강가로 내려가 그 소녀에게 다가갔습니다. 자세히 보니 이치베에가 아는 소녀였습니다. 이치베에가 가깝게 지내는 버선 집인 이즈미 상회의 딸 사요였습니다. “아니, 넌 이즈미 상회 딸 사요 아니냐?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냐?” 사요는 누군가 갑자기 말을 걸어서 깜짝 놀란 것 같았습니다. 꺾어서 손에 들고 있던 화초를 던져버리고는 안색이 달라지더니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요는 버선도 신발도 신지 않은 맨발이었습니다. 이치베에는 점점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깐, 잠깐 기다려. 나야. 이치베에 아저씨야.” 손을 흔들면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사요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둑으로 올라갔습니다. 이치베에는 뒤쫓아 갔습니다. 사요는 발이 땅에 닿는 건지 날고 있는 건지 모를 정도로 너무 빨라 도저히 쫓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둑을 올라가 골목을 몇 번이고 돌아서 뒤를 쫓아가는 사이에 사요의 집 앞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사요가 멈춰 서자, 뒤를 쫓아오던 이치베에도 휴우하고 숨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말을 걸려고 하는데 그 순간 사요는 하얀 옷을 나부끼며 사뿐히 땅에서 떠올랐습니다. 깜짝 놀라 보고 있자니 사요는 가게의 차양을 넘어서 이층 덧문 틈 사이로 스윽 들어가 버렸습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이치베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중얼거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