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길> 도우모토씨와 가즈오와 아이들이 교대로 구령 소리에 맞추어 언덕길을 올라갔습니다. 언덕길 양쪽으로는 전쟁의 화를 입지 않은 커다란 집들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전화(戰禍) 주택들과 비교해 보니 그 집들은 마치 다른 나라에 있는 것처럼 훌륭한 집들뿐이었습니다. 담장에서 서향 나무 향기나 나는 집 앞까지 왔을 때입니다. 응회석으로 된 문 앞에 웅크리고 있던 커다란 검은 개가 갑자기 멍멍멍! 하며 사납게 짖어 댔습니다. 깜짝 놀란 치비코가 갑자기 짐수레 옆으로 빠져나가 반대쪽으로 도망치려 했습니다. 그 일은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미치코는 자신의 손에서 끈이 빠진 것조차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 커다란 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치비코에게 달려들어 치비코의 목덜미를 물고 늘어져서는 휙 하고 한 번 휘둘러 댔습니다. 깨갱! 하는 치비코의 비통한 신음 소리와 함께, “아앗!” 하는 외침 소리가 짐수레의 앞뒤에서 일어났습니다. -책 속에서-
<감나무가 있는 집> 그 해는 가을이 되어도 정말 감은 한 개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새해가 되었습니다. 이제 곧 할아버지의 제삿날입니다. 후미에도 요우이치도 감나무 아래서 그 가지를 바라보며 할아버지를 생각했습니다. “꽃이 달려있어, 저것 봐. 저기도, 저기도.” 후미에가 감나무의 작은 가지에 드문드문 달려있는 작고 푸른 꽃망울을 가리키자 그걸 본 요우이치도 목소리에 생기가 돌며, “어, 정말이네. 내가 위에 올라가 보고 올게.” 하고 말하고는 이내 슥슥 익숙한 발놀림으로 감나무에 올라갔습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우와, 굉장히 많아.” “와, 잘됐다. 잘됐어. 그치 요우이치.” 후미에는 나무 위를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할머니, 감이 달렸어요. 할머니, 엄마, 감이예요.” 요우이치는 가족들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도, 엄마도 안 계신지 집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지만 두 사람은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책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