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신
김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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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 맞은 놈

<벼락 맞은 놈> 벼락 세 번 맞고 인생이 바뀐 한 남자의 기막힌, 아니, 웃픈 인생 스토리 “한국 현대사의 거대한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우리는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198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격동했던 대한민국의 역사를 훑었다. PC와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 아날로그 시대에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살았던 그날의 이야기들을 보며, 그 시절을 지나온 모든 이들이 울고 웃었다. 하나같이 어렵고, 못 배우고, 힘겨웠던 시절이었지만 풋풋하고, 인간미가 넘쳤던 인간적인 삶이 존재했기에. 팍팍했던 현대의 삶에 따뜻한 향수를 안겨주었고, 각박하게 살아가는 오늘날의 삶을 되돌아보게 했다. 《벼락 맞은 놈》의 배경 역시 1980년대의 사회적 분위기와 우리가 살아온 시대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수많은 일들이 있었던 그 시절, 돌이키기도 싫은 정치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는 버텼다. 야구, 올림픽, 새로운 정권과 민주화 운동… 격변했던 시대의 한가운데, ‘오산’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한 소년이 있었고, 그 소년 역시 1988년 열차 사고로 아버지가 죽은 이후 가족과 함께 힘겨운 삶을 버텨내고 있었다. 온 가족이 최선을 다해 살지만 별반 나아질 것이 없던 어느 날. ‘쾅!!!!’ 소리와 함께 내리친 벼락! 어린 소년은 그 벼락을 맞고 기절한다. 《벼락 맞은 놈》은 그 소년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무려 벼락을 두 번, 아니 세 번을 맞고 인생이 뒤바뀐다. 물론 그것은 흔한 타임슬립이나 서로의 몸이 뒤바뀌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산 시골 촌구석에서 불우하게 살던 주인공은 두 번째 벼락을 맞고 천재가 된다. 한 번 보면 모든 걸 기억하는 극강의 암기력, 사물을 꿰뚫는 투시력, 물건을 사라지게 하는 기상천외한 능력까지…! “누나, 나 우리나라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최고 부자가 될 거야!” 주인공의 기상천외한 능력은 종횡무진이다. 돈을 끌어들이고, 힘을 얻고, 세상을 지배한다. 자신의 말은 곧 힘이 되어 사람과 상황을 뒤바꾼다. 그리고 깨닫는다. ‘대한민국은 돈만 있으면 다 되는구나!’ 그리고 격변의 시절,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다짐한 주인공은 돈을 끌어모은 후 정치계에 뛰어드는데… 《벼락 맞은 놈》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은 단순히 그 시절에 대한 향수가 아니다. 세 번 벼락을 맞고 인생이 뒤바뀐 주인공을 통해, 삶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짜릿함, 통쾌함, 심장이 뛰도록 예측할 수 없는 판타지 요소를 가미한 채 주인공의 행보를 그려나가지만, 그를 보며 우리는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그의 행보는 우리 개개인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쉼 없이 연결되는 에피소드들 속에 주인공은 우리에게 어느새 삶의 진정한 의미와 지금도 우리의 인생 속에 벌어지고 있는 판타지 같은 일에 대해 일깨워줄 것이다. 김우진이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국현대사를 펼쳐 보여주는 이 소설은 배꼽 빠질 만큼 유쾌한 문장과 판타지를 생동감 있게 그려낸 리얼리티가 더해지면서, 긴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단 한 순간도 지루할 틈 없이 독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작가적 역량이 돋보인다. 게다가 이 뛰어난 이야기꾼의 이야기가 끝나갈 때쯤, 우리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을 것이다. 단순히 재미를 넘어 아픈 시대를 지나온 우리의 가슴에 던지는 확실하고도 강한 메시지마저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번개가 내리쳤다. 촛불 백만 개를 모아놓은 것만 같은 불빛이었다.”